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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별법…박영선의 ‘결단’이냐 ‘무모한 양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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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 윤창원기자

 

야당 내 대표적인 강성 인물, 대여 공격수로 평가받던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이자 비상대책위원장이 세월호 특별법 등과 관련해 명분과 실리를 얻지 못했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7일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의 주례회동에서 세월호 특별법과 국회 국정조사특위의 청문회 일정 등에 합의하면서 쟁점이었던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도, 기소권도, 특검 추천권도 챙기지 못했다.

국회 세월호 진상특위의 청문회에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호성 비서관의 증인 채택문제도 합의하지 못하고 여야 간사들에게 넘겼다.

그동안 야당이 요구했던 쟁점들이 여당의 뜻대로 됐다.

새누리당의 노련한 협상 전술에 놀아났다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 새누리당은 역시 노련했다

새누리당은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도, 기소권도, 특검 추천권도 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김기춘 실장의 청문회 증인 출석도 불가하다며 버텼다.

이완구 대표는 새누리당의 입장을 거의 다 관철시킨 것이다.

야당은 진상조사위원회에 야당 몫을 여당보다 많게 한 것, 세월호 유가족들의 진상조사위원회 참여가 성과라면 성과다.

여당은 유가족들의 진상조사위 참여도 반대했었다.

여.야가 전격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이 유가족들의 요구 의도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유가족들은 세월호 특별법 합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고 정의당도 비판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는 7일 저녁 기자회견을 갖고 “수사권.기소권을 제외한 특별법 합의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청문회 실시 말고는 합의 내용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별검사는 진상을 제대로 규명할 수 없다”며 “여야 합의를 반대하며 수사권과 기소권으로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 윤창원기자

 

◈ 유가족, "두 번 울리는 것" 비판

유가족들은 특히 두 번 울리는 것이라고 하소연까지 했다.

유가족들이 밝힌 대로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주던가, 야당이 요구했듯이 특검 추천권을 야당에게 넘기는 것이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는 열쇠라고 할 수 있다.

304명의 희생자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과 청와대의 무대응을 정확히 밝혀 다시는 이런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려면 제대로 된 조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했다.

특히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공백에 대한 규명을 위해선 진상조사위원회의 수사권 부여는 핵심 중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조사위에 수사권 부여 문제는 사법체계를 흔든다’는 여당과 청와대의 논리를 돌파할 야당의 해법과 역량이 부족했다.

◈야, 선거 참패 이후 여당을 밀어붙일 힘이 없었다

7.30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하면서 야당에겐 특별법을 밀어붙일 동력이 없었다.

선거 압승 이후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관련한 새누리당의 입장은 더 완강하게 변했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여러 경로를 통해 여권의 기류를 탐지했으며 바늘도 들어가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양보를 할 수밖에 없다는 나름의 판단을 했다고 한다.

새누리당이 재보궐 선거 승리 이후 수사권도, 특검 추천권도, 김기춘 실장 등의 청문회 출석도 들어주지 않고 버티는 상황에서 야당이라도 양보를 해야만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현실의 벽에 부닥쳤다.

세월호에 대한 국민의 피로감도 박 대표의 양보를 낳게 한 것이라고 한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따라서 유가족들로부터, 강경한 야당 의원들로부터, 야당 지지자들로부터 배신했다는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양보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후문이다.

세월호 특별법에서 빠져 나오지 않고서는 야당의 혁신도, 개혁도, 대여 공격도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다는 나름의 판단에 따른 불가피하고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고 한다.

박 대표는 일종의 실무적인 판단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비상대책위원장. 윤창원기자

 

◈ 박영선, 조사위의 수적 우위가 중요하다고 판단한 듯

박 원내대표의 한 측근은 “야당이 특검을 추천해봤자 여당이 본회의에서 막아버릴 게 뻔해 큰 실익이 없는 특검 추천권을 요구하다 아무런 소득도 없이 벼량에 몰릴 우려가 있었다”며 “오히려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의결이라도 할라치면 수적 우위를 점유하고 유가족들이 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세월호 특별법 협상 이전과 마친 이후 발표를 앞두고 설득 작업을 했어야 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유가족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당 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수습할지 주목된다.

유가족들은 믿었던 박영선 원내대표마저 배신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박 대표가 이완구 대표에게 야합했다고까지 비아냥거린다.

야당 내의 중도적이거나 원내대표단 소속 의원들은 ‘박영선의 결단이었다’고 변호한다.

이들은 정치란, 여야 협상이란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유가족들로부터 당장은 욕을 먹더라도 원내대표라는 자리는 때론 양보를 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결단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박영선 원내대표가 이명박, 박근혜 정권 들어 대여 공격수 역할의 선봉에 설 때는 비판만 하면 됐지만 비상대책위원장까지 겸한 이제부터는 판단과 결단을 해야 하는 지도자의 위치에 올라 있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이제부터 본격적인 정치인의 길로 들어섰다.

지도자란 양보나 결단을 한 뒤 때론 비판과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고 욕을 먹는다. 그러면서 큰 정치인으로 성장한다는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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