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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무상보육을 위해 무상급식을 희생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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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청와대 안종범 경제수석이 “무상급식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아니었다”고 말하는 등 정부와 여권에서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을 차별화하는 발언이 잇따라 나오는 상황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은 함께 가야 한다”며 여권의 논리를 비판하고 나섰다.

조희연 교육감은 10일 서울시예산안 제출을 계기로 ‘서울시민들에게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무상보육을 위해서 무상급식을 정치적으로 희생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미 시작되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제도(무상급식)를 가벼이 뒤집거나 후퇴시킬 수는 없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정부와 일각에서 무상급식비를 줄여서 어린이집 누리 과정 예산을 편성하라고 주문하기도 하지만, 진보적인 시민사회와 야권에서 제기되어 국민적 공감대를 통해 정착단계에 이른 이른바 ‘무상급식’을 정치적으로 재단하려는 의도도 없지 않기에 매우 유감스럽다”며 “이른바 야권발 무상급식과 여권발 무상보육의 대립적 구도를 만들어 누리 과정 예산 불편성의 책임을 시도교육감에 돌리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조 교육감은 “힘들게 우리 사회에 도입된 교육복지는 앞으로 더 나아가야하지 되돌릴 일은 아니라는 점에서 우리 사회는 인간다운 복지 사회로 갈 수 있는가를 결정하고 선택하는 기로에 서 있다”며 “복지 실현에 어려움이 있다면 그 어려운 장애 요소를 제거하고 한계를 허무는 방법을 찾아야지 복지 자체를 무위로 하는 것은 선택지점이 아니”라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답은 그 제도의 시행과 안전을 위해 뒤따라야 할 재정구조를 바꾸고 예산을 마련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지, 당장의 이해관계, 정치적 판단에 따라 제도 자체를 포기 내지 폐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강력한 복지는 튼튼한 재정구조에서 가능하고, 그것은 결국 조세제도의 선진화를 통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조 교육감은 “우리나라는 다른 OECD 회원국에 비해 복지 비중이 현저히 낮은 만큼 무상보육과 무상급식 등 교육 복지를 한국형 복지의 중요 구성 요소로 끌어안는 일이 필요하다”며 복지 불가역성에 대한 공감과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이 이날 내년 예산에 누리과정 어린이집 보육료 3개월분인 914억 원을 편성하는 등 전체 예산안 7조6천901억 원을 편성해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 지난해 7조4천391억 원보다 2천509억 원(3.4%) 늘어났다. 

서울교육청은 "누리과정 어린이집 보육료 미편성분(9개월분 2천743억 원)에 대해서는 국고 지원이 이뤄지도록 정부와 국회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상급식 예산은 2천865억5천100만 원으로 전년의 2천630억3천800만 원보다 늘었는데, 이는 실질적으로 예산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무상급식 인건비 예산 50%의 서울시 지원이 무산되면서 2015년도부터 예산안에 반영돼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서울교육청은 설명했다.    

내년 서울교육청 예산안은 서울시의회 심의를 거쳐 12월 16일께 최종 확정된다. 다음은 조희연 교육감의 기자회견 전문이다.

<2015년도 서울특별시교육비특별회계 예산안>을 제출하며 서울시민들께 드리는 말씀

서울시교육감 조희연입니다. 2015년도 서울교육의 살림을 꾸려나갈 예산안을 오늘 의회에 제출하게 됐습니다. 매우 심각한 지방교육재정 위기 속에서 최적의 예산 편성을 하기 위해 수많은 날을 고심하고 논의했습니다. 오늘 예산안은 우리 교육청 직원 모두의 땀과 정성의 결과물입니다.

▣ 지방교육재정이 많이 어렵습니다

취임 이후 첫 예산 수립 과정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교육재정 문제가 참으로 심각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소요되는 곳은 많은데 반해 그것을 감당할 재정 확보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 문제가 대표적으로 드러난 것이 최근 큰 이슈가 된 누리과정 예산 논란입니다. 교육 수요 증대에 따른 서비스 확대가 시대적 흐름입니다만, 정작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교육재정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는 뒤따르지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전적으로 정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재의 제도적 한계에서, 펼치고 싶은 많은 새로운 정책들이 맘껏 날개를 펼 수 없는 현실이 교육감으로서 매우 안타깝고 마음이 아픕니다.

재정 상황이 이렇다보니, 예산 편성에 더더욱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교육 예산을 어떻게 세우고 어떻게 집행하느냐에 따라 우리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미래가 좌우된다는 생각을 하면 단 한 푼의 돈도 허투루 쓸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다음의 네 가지 원칙에 따라 예산을 편성했습니다.

▣ 2015년 예산편성의 4대 원칙을 세웠습니다

첫째, <낭비 예산="" 제로=""> 방침에 따라, 전시성, 선심성, 관습적 예산을 최소화했습니다. ‘불요불급’한 사업을 정비하고 ‘긴요긴급’한 정책 중심으로 재편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공평 예산="" 원칙="">을 실현했습니다. 재정 형편이 어려울수록 함께 허리띠를 졸라매고 ‘콩 한쪽도 나눠 먹는 심정’으로 예산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합니다.

셋째, <배려 예산="" 원칙="">입니다. 살림이 어려울수록 더 어려운 곳에 대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소수자와 소외 계층을 우선 챙기는 것이 진정으로 ‘인간답고 따뜻한 교육예산’일 것입니다. 혹시라도 상대적으로 소외되거나 불이익을 받는 곳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십시오. 교육 혜택 균형의 원리에 따라 항상 점검하고 살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혁신미래교육을 위한="" 투자="">에 힘썼습니다. 힘들더라도 서울교육이 가야할 미래지향적인 목표에 따라 차근차근 벽돌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새로운 혁신적 교육 모델을 만들고, 교사의 자발성과 전문성을 한껏 고양하며, 학부모와 시민의 참여를 최대화하기 위해 필요한 곳에 예산을 적절히 안배했습니다. 새로운 교육 방향에 따라 튼튼한 서울교육의 기초를 다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 정부 지원 없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은 어렵습니다

서울교육가족 여러분, 그리고 시민여러분.

최근 서울교육예산 수립 과정에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이 뜨거운 이슈가 되었음을 잘 아실 겁니다. 한편으로는 지방교육재정이 매우 어려워서 물리적으로 예산 편성이 불가능하고, 정부의 재정 지원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해주시는 분들도 많이 계셨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박근혜 정부의 ‘무상 보육’ 정책을 교육감들이 거부하는 것으로 오해하시는 분들도 계신 것 같아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이미 저희의 진정성은 여러 차례 언론이나 SNS 등을 통해서 호소했고,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차원에서도 그 어려움을 하소연한 바 있습니다.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는 점을 말씀드렸고, 책임은 교육청이 아니라, 국가 정책을 지방에 떠넘긴 정부에 있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오죽하면 자칫 비난의 소지가 있음을 감수하면서까지도 지난달 20일,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 불가를 선언했겠습니까. 국민 여러분께서 사태의 본질을 알아주시기를 바랐던 것이며, 아울러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천명하기 위함이었습니다.

▣ 어려움을 극복하고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고민이 컸습니다. 아무리 어린이집이 교육청 소관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유치원, 어린이집 할 것 없이 모두 국가적 차원에서 복지를 실현하기로 결정했고, 국민적 기대가 큰 상황에서, 우리 아이들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감으로서 아이들이 눈에 밟히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반드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이 편성되어야 한다는 확고한 입장입니다. 단지 그것이 지방 교육청의 교육예산에 전가되어서는 안되고 중앙정부가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설득하고 협의를 했습니다.

충분히 만족스런 수준은 아니지만, 최근 교육부가 지방채 발행 방식으로 일정하게 재정 지원을 하겠다는 전향적 자세를 보임에 따라, 저희도 달라진 조건에서 어린이집 예산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고, 결국 지난 6일 밤 시도교육감협의회는 긴급 총회를 열고 교육청의 불이익과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학부모님들의 걱정을 덜어드리고, 보편적 복지의 지속적인 추진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단 일부라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제는 이러한 대승적 결단에 정부와 국회가 답해야 할 차례입니다. 서울시민여러분께서도 함께 그 답을 요구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은 함께 가야 합니다

정부와 일각에서는 무상급식비를 줄여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라고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유치원, 어린이집 가릴 것 없이 모두가 교육복지의 수혜를 받아야 한다는 원론적인 측면에서는 일리가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재정 어려움으로 기존의 복지 혜택을 총량적으로 줄여야 한다면 그 적용은 모든 대상에게 고르게 되어야 한다는 논리도 일면 타당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진보적인 시민사회와 야권에서 제기되어 국민적 공감대를 통해 정착 단계에 이른 이른바 ‘무상급식’을 정치적으로 재단하려는 의도도 없지 않기에 매우 유감스러운 생각도 듭니다. 이른바 야권발 무상급식과 여권발 무상보육의 대립적 구도를 만들어 누리과정 예산 불편성의 책임을 시도교육감에게 돌리려는 의도로 읽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소모적이고 정치적인 대립과 충돌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교육은 정쟁의 도구가 아닙니다.

무상급식은 우리 사회에 ‘복지’라고 하는 큰 화두를 던졌고 그것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물꼬를 텄습니다. 특히, 교육복지의 획기적 전환과 새로운 인식 토대를 마련했다고 봅니다. 근 몇 년 동안 정치권에서는 복지 확대 정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기도 했습니다. 물론 일정한 정략적 측면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사회 전반의 복지 시스템이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구축되지 못한 상태에서의 ‘무상’ 복지 담론은, 한편으로는 사회 변혁의 선도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 체제의 수준을 능가하는 형태로 제기된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강력한 복지 시스템이 존재할 수 있는 사회 전반의 보완적인 토대가 없는 상황에서 도입된 복지가 여러 지점에서 균열을 일으키는 형국입니다. 그러다보니 ‘무상’에 대해 여전히 뜨거운 찬반 논쟁이 있고, 과연 복지란 무엇이고 어떻게 구현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완벽하지 않습니다. 무상급식에 대한 끊임없는 반론과 정치권에서의 문제삼기의 배경에는 정치적 의도 외에도 이러한 이론적, 정책적 취약함도 한 몫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 복지의 불가역성(不可易性)에 대한 공감과 제도 개선 필요

저는 서울시민 여러분께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서울시교육청의 교육적 자세와 모든 아이들을 위한 예산 편성 방침은 흔들림 없다는 점을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어려울수록, 어려운 곳에 먼저 투자’를 하겠습니다.

둘째, 힘들게 우리 사회에 도입된 교육복지는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하지 되돌릴 일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인간다운 복지사회로 갈 수 있는가를 결정하고 선택하는 기로에 서 있습니다. 복지 실현에 어려움이 있다면 그 어려운 장애 요소를 제거하고 한계를 허무는 방법을 찾아야지 복지 자체를 무위로 하는 것은 선택지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무상급식 못지않게 무상보육도 우리가 안고 가야 할 복지 요소입니다. 무상보육을 위해서 무상급식을 정치적으로 희생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이미 시작되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이 제도를 가벼이 뒤집거나 후퇴시킬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답은 그 제도의 시행과 안착을 위해 뒤따라야 할 재정 구조를 바꾸고 예산을 마련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지, 당장의 이해관계, 정치적 판단에 따라 제도 자체를 포기 내지 폐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셋째, 작금의 누리과정 논란은 정치적인 대립 여부를 떠나, 근본적으로는 복지를 위한 재정 뒷받침이 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강력한 복지는 튼튼한 재정 구조에서 가능하고, 그것은 결국 조세제도의 선진화를 통해서 가능합니다. 하루아침에 우리 교육 환경이 OECD수준으로 올라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국가경제적 수준에 비춰 상대적으로 복지 수준이 매우 낮은 우리 사회 시스템이 교육의 공공성을 높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목표와 가야할 방향은 분명합니다. 이제 그 시대적 몸부림이 시작된 것입니다. 교육재정구조의 개선을 위해 법령이 개정되어야 할 것이고, ‘유보통합’도 국가 수준에서 하루 빨리 정리가 되어야 하며, 교육복지 및 국가 복지 시스템 구축을 위한 서민 중심적인 조세 제도의 개혁도 논의되어야 할 것입니다.

▣ 투명한 예산으로 서울교육의 미래를 열겠습니다

오늘 제출된 예산안은 시의회에서 면밀하게 검토되어 최종 확정될 것입니다. 서울 교육을 사랑하는 의원님들께서 최선의 답을 찾아주실 것으로 기대합니다.

서울시민 여러분,

오로지 교육, 오직 아이들 이라는 원칙에 따라 예산을 수립했습니다만, 혹여 미흡한 부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예산 하나하나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 여러분의 의견을 듣겠습니다. 시민참여예산제를 보다 강화해나가겠습니다.

재정 어려움 속에서도 2015년 서울교육을 꼼꼼하게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모두가 행복한="" 혁신미래교육="">을 위한 예산과 정책 집행을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4. 11. 10 서울시교육감 조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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