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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압력에 시장군수들 '공약'도 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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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 "무상급식 확대" 약속해 놓고, 홍준표 지사따라 "중단"

홍준표 경남지사 (자료사진)

 

지난 11일, 홍준표 경남지사가 무상급식 예산지원 중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불러모은 시장군수 정책회의.

18명의 시장군수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열린 비공개 회의는 1시간만에 끝이 났다.

결론은 모든 시장군수들이 "시군에서도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였다.

그러나 이날 무상급식 예산 지원 중단을 선언한 일부 시장군수들은 무상급식 확대를 주요선거공약으로 내걸었고, 상당수 자치단체들도 무상급식 확대정책을 대대적으로 홍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 경남 유일 야당 김맹곤 김해시장 선거때는 "무상급식 전면확대" 공약

새정치정치연합 소속 김맹곤 김해시장은 지난 6·4 지방선거때 '친환경 무상급식 전면 확대' 공약을 내걸었다. 후보 시절 '김맹곤의 4대 약속'에 포함시킨 핵심 공약이었다.

김 시장은 당시 "도시와 농촌 구분없이 전 중학교까지 무상급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김 시장은 11일, 홍 지사가 주재한 무상급식 예산 회의에서 "경남도의 시책을 적극 지지하고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무상보육을 당론으로 정한 새정치민주연합과는 정반대의 주장이었다.

재선 5개월 만에 공약은 없던 일이 돼 버렸다.

◈ 하창환 합천군수 선거때는 "무상급식은 포퓰리즘 아냐"

하창환 합천군수는 무상급식을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하는 데 강력히 반발했던 인물이다.

하 군수는 선거 때 "관내 모든 교육기관 무료급식 실시, 친환경 무상급식, 고교무상교육 실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합천군은 지난 2009년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초중고 전면 무상급식을 지금까지 문제없이 추진해오고 있다.

하 군수는 지난 2010년 12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재정자립도가 낮지만 무상급식을 추진하게된 이유로 "인구 유출을 막고 지역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몸부림에 무상급식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리고 "아무리 감추려 해도 어떤 식으로든 학생들이 돈 안내고 밥 먹는 이가 누군지 알아내더라"며 "아이들끼리 차별받거나 위화감을 느끼는 일은 없애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무상급식에 적극 찬성을 나타냈다.

심지어 "의지만 있다면 무상급식 시행은 어려운 일이 아니고, 무상급식은 포퓰리즘 정책이 아니라 지역 개발정책"이라고도 했다.

홍 지사가 무상급식은 진보좌파의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전면 배치된다.

◈ 무상급식 시초 거창군, 과거에는 "거창군을 보고 배워라"

거창군은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전국 지자체 가운데 무상급식의 시초이기도 하다.

경남의 무상급식이 2007년 거창군에서 처음 시작됐고, 당시 면 지역 초중고교 급식비 지원은 전국 처음이었다.

2008년에는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전국 최초로 실현했고, 지금은 초중고교까지 확대했다.

2008년 당시 거창군은 도교육청이 무상급식을 축소하는 자료를 냈을 때 "무상급식을 차질없이 실시하겠다고 공언해놓고 실제로 꼼수를 써서 사실상 무상급식을 포기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무상급식은 학교가 아이들의 안전하고 질높은 급식을 책임지는 것"이라며 "의무 교육이라면 급식을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고, "거창군을 보고 배워라"고 도교육청을 질타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예산 중단에 이홍기 거창군수도 동참하면서 이전 군수들이 잘 추진해오던 무상급식이 후퇴하게 됐다.

◈ 잘 시행되던 도내 시군 무상급식 결국 '후퇴'

권민호 거제시장도 "선진교육 환경을 만들기 위해 관내 초중고등학교에 지원하고 있는 교육경비보조금, 무상급식비, 학교급식 식품비 등을 확대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3선의 김충식 창녕군수는 공약에는 없었지만, 2011년 신년사에서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과 교육여건 개선지원으로 최상의 교육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고, 창녕 역시 현재 초중학교까지 무상급식이 실현되고 있다.

김동진 통영시장도 2010년 시 지역으로는 처음으로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추진했다.

2011년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립했을 때 통영시는 "학교급식센터를 통한 선진 학교급식이 통영교육에서 분수령의 의미가 있다"면서 "2010년 도내 처음으로 초등 무상급식을 실시한 지자체로 양질의 밥상으로 미래인재 육성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기대를 나타냈었다.

이처럼 경남의 무상급식은 지자체들이 먼저 나서서 적극 추진했었다. 특히, 군 지역은 모두 무상급식을 이미 하고 있었다.

2007년 거창군이 처음 면지역 초중고 무상급식을 시작으로, 2010년까지 의령과 남해, 하동, 거창, 합천군은 초중고까지, 함안과 산청, 창녕, 고성, 함양은 초중학교까지, 통영은 초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을 지자체들의 돈으로 추진해왔다.

2010년 김두관 전 경남지사 취임 후 지원은 보다 확대했고, 당초 계획대로라면 올해 도내 모든 초중학교까지 무상급식이 실시될 계획이었다.

그러나 홍준표 지사가 취임하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고, 여기에 시장군수들이 공약까지 뒤집어가며 홍 지사에 동조했다.

홍 지사가 "무상급식비를 지원하는 시군은 돈이 남아서 그런 것이다. 도의 교부금을 줄이겠다"며 압력을 넣자, 자신의 공약과 약속, 교육철학까지 모두 저버린 꼴이 됐다.

전국에서 가장 선도적이고 모범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아온 경남의 학교급식 정책은, 이제 전국에서 가장 열악한 곳으로 바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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