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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문제작 '자가당착' 유머 불편해 말고 웃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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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관객 만난 정치풍자 영화…"금지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흔히들 "유머는 삶의 활력소"라고 말한다. 왜일까?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묘비명으로 널리 알려진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1856~1950)는 다음과 같이 말했단다.

"나의 유머는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진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유머다."

멀지 않은 옛날, 빨래터에 모인 아낙들이 질척한 농 섞인 말로 윗사람들을 흉보면서 깔깔대고, 장터 마당극에서 촌철살인의 해학과 풍자가 넘실댄 까닭을 쇼의 말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멀리 갈 것도 없다. 인지도 높은 반기문 UN 사무총장도 "유머 감각은 큰 자산"이라고 했다니, 자칫 무미건조해지기 쉬운 일상을 깨는 유머의 가치는 우리가 가늠하는 것 이상으로 값진지도 모른다.

정치풍자 영화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감독 김선·이하 자가당착)가 6일 서울 광화문에 있는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처음으로 공식 상영됐다.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2011년 6월과 이듬해 9월 두 차례나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을 받고 소송을 벌여, 지난해 7월 대법원이 "영등위 판정은 잘못됐다"고 판단한 뒤 이날 상영관에 걸릴 때까지 4년이 걸렸다.

권력자들을 불편케 만든 문제작으로 익히 알려진 까닭일까. 평일 낮 1시 20분에 걸린 이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은 스무 명가량 돼 보였고, 90여 분 러닝타임 동안 상영관 곳곳에서는 폭소가 터져나왔다.

영화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2012년 대선 이전에 만들어진 만큼 각 이야기의 시점은 그때에 맞춰져 있지만, 현재 진행형인 문제들이기에 지금 시대상에 비춰 봐도 크게 무리는 없다.

먼저 '대한 뉘우스' 타이틀을 단 영상은 한 가족의 식사 자리에서 화제에 오른 4대강 사업 이야기를 들려 준다. 딸이 엄마 아빠에게 청계천사업, 촛불집회, 용산참사 등을 근거로 "물로 흥하고 불로 망한다"는 '수흥화망' 이론으로 설명하는 이명박정권의 정체성은 묘한 설득력을 지닌다.

두 번째는 영화 예고편 형식을 띤 '칠거지악'이란 제목의 영상이다. 여기에는 '복수를 꿈꾸는 남자' '모든 준비는 끝났다' '오늘 넌 죽는다' 등의 문구와 방독면을 쓴 등장인물들이 등장한다. '2010년 6월 개봉'이라는 마지막 문구를 통해 그 당시 펼쳐진 6·2지방선거를 빚댄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 '자가당착'의 한 장면. (사진=인디스페이스 제공)

 

마지막이 본편인 자가당착이다. 이 이야기는 개연성을 찾기 힘든 흐름을 보인다. 대신 관객의 오감을 건드려 즉각적인 느낌을 전하려는 기괴하고 독특한 이미지 들의 향연이 의도적으로 거친 질감을 낸 스크린 안에서 줄기차게 펼쳐진다.

극중 한국 사회의 비뚤어진 자화상을 기록한 다양한 신문 기사, 혼신의 연기를 펼치는 경찰 마스코트 포돌이 인형, 베일에 싸인 포돌이의 엄마 아빠, 머리에 띠를 두르고 포돌이를 괴롭히고자 연대하는 쥐떼, 앞서 언급한 수흥화망을 연상시키는 장면 장면, 그리고 노골적인 성적 은유 등은 어디선가 한 번쯤 들었을 법한 다양한 일상의 소리와 버무려져 관객의 예상을 모조리 전복시킨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전 세계를 쑥대밭으로 만든 권위적인 기성세대에 저항해 일어난 68혁명. 전 지구적 정치 흐름을 바꾼 이 일대 사건은 프랑스의 한 대학이 남학생의 여학생 기숙사 출입을 금한 데서 촉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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