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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극비수사' 잔인한 세상…남은 건 딱 하나 '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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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 1978년 실제 일어난 유괴사건 다뤄…소신으로 빚어낸 정직한 영화의 힘

 

곽경택 감독의 신작 '극비수사'(제작 ㈜제이콘 컴퍼니, 공동제작 ㈜영화사 신세계)에는 영화가 지닌 공감의 힘으로 정직하게 승부하겠다는 소신이 담겨 있다.

그 안에 "관객을 이렇게 울리고 웃기겠다"는 진부한 의도가 들어설 자리는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그 진정성이 제대로 전달된다는 데 있다.

곽 감독이 명배우 김윤석 유해진과 손잡고 만든 극비수사는 1970년대 말 부산에서 발생한 실제 유괴 사건을 다루고 있다.

1978년 부산, 한 아이가 유괴된 뒤 수사가 시작되고 아이 부모의 특별 요청으로 담당이 된 공길용 형사(김윤석)는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수사를 극비로 진행하기로 한다. 아이의 엄마는 유명한 점집을 돌아다니며 아이의 생사여부를 확인하지만, 이미 죽었다는 절망적인 답만 듣게 된다.

엄마는 마지막으로 도사 김중산(유해진)을 찾아간다. 아이의 사주를 풀어보던 김도사는 "아직 아이가 살아 있고, 보름째 되는 날 범인으로부터 첫 연락이 온다"고 말한다. 정말로 유괴 보름째 되던 날 범인으로부터 연락이 오고, 범인이 보낸 단서로 아이가 살아 있다고 확신한 공형사는 김도사의 말을 믿게 된다.

하지만 유괴 한 달이 지나도록 수사는 진전되지 않고, 모두 아이의 생사보다 범인 찾기에 혈안이 돼 간다. 그 와중에도 공형사와 김도사 두 사람은 아이를 살리기 위한 수사를 계속 벌인다.

이 영화는 당시 사회상을 오롯이 재현하는 데 특별한 공을 들인다. 그 시절 집과 거리의 풍경, 사람들의 옷차림 등 외적인 재현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데 이 영화의 미덕이 있다.

카메라는 당대 사람들의 말과 행동, 그리고 그러한 언행을 가능케 했던 사회적 분위기를 조용히 응시하면서 이 영화의 분위기를 규정한다.

그렇게 물질만능주의의 최정점에서, 소위 '극단의 시대'라 불리는 지금 한국 사회의 근원이 극 전반에 흐른다. 그 흐름은 자연스레 지금 우리의 모습과 겹쳐진다. 이 점에서 극비수사는 사회파 영화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극중 공형사와 김도사는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명할 줄 아는 인간적인 품위를 지닌 캐릭터로 그려졌다.

그 대척점에는 "아이는 이미 죽은 것으로 보이니 사건을 공개수사로 전환하자"는 서울 수사팀과 그들에게 공적을 빼앗기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아이의 생사는 뒷전인 부산 형사팀이 있다.

영화 '극비수사' 스틸(사진=㈜제이콘 컴퍼니 제공)

 

영화 극비수사는 다소 진부해 보일 수 있는 이러한 이분법적인 구도를 극의 중심에 두는 오류를 범하지 않고, 관객의 몰입도를 끌어올리는 데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그럼에도, 극 말미 공형사와 김도사의 대척점에 있던 인물들의 행보는 현재 한국 사회를 감싸고 있는 부조리의 민낯을 엿볼 수 있는 단초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이 영화의 색깔을 규정하는 것은 인물들이 아니라 시대상 자체로 다가온다. "아무튼 부자들이 더한다니까" "경찰들은 부자들 똥 닦아 주는 사람" "독박 안 쓸라믄 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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