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함지뢰, 국내 불안 일으키는 北의 정면돌파
-北, '투 코리아' 정책쓰며 통일전선전술 병행
-국방부 바빠지면 국민 불안, 통일부가 바빠야
-삐라 해명 없으니 北이 제안 수취거부 한것
-북일 정상회담, 우리 외교 입지 줄어들 것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정세현 (前 통일부장관)
이번 주 70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남북관계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북일관계는 도리어 급물살을 타는 모습인데요. 그리고 이번 달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어떻게 봐야 할까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을 연결하겠습니다. 장관님, 안녕하십니까?
◆ 정세현> 안녕하십니까?
◇ 박재홍> 먼저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사건. 우리 군인 2명이 안타깝게 큰 부당을 당했는데요. 북한의 의도가 뭐라고 보십니까?
◆ 정세현> 남북관계와 관련해서 지금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일종의 돌려차기라고 할까요? 예를 들면 지금 대표적으로 5.24조치부터해서 여러 가지 대북제재는 살아 있고, 민간차원의 대북지원까지도 별로 풀어주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것에 대해서 북한이 굉장히 불만이 많죠. 이런 제재를 풀도록 오히려 우리 쪽을 세게 압박해서 ‘이렇게 해가지고는 남북관계가 불안해서 살겠느냐?’ 하는 국내 여론이 일어나도록 만드는 일종의 역발상이죠. 역발상의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 박재홍> 그리고 일각에서는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원선 복원사업이라든지 DMZ세계평화공원 조성사업에 대한 견제구다’ 이런 해석도 있는데요. 동의하시나요?
◆ 정세현> 그런 측면도 있죠. 당면해서는 그런 의미가 있지만 그러나 길게 봐서는 경원선 복원을 하거나 평화공원을 제대로 하려면 이런 군사적인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는 근본대책부터 마련하고 접근해 오라는 북한 측의 메시지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박재홍> 그런데 북한이 지뢰매설을 지난 달 26일부터 이번 달 1일 사이에 감행했다고 분석이 되고 있는데요. 만약에 그렇다면 북한은 현 박근혜 정부와 남북대화 자체를 아예 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어떻게 보십니까?
◆ 정세현> 그건 하지 않겠다가 아니라요. 조금 전에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저는 8.15 경축사에 큰 기대는 안 걸고 있습니다마는. 어쨌건 임기 후반부에도 남북관계를 계속 이런 식으로 나쁘게 끌고 가고 싶으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남쪽에서 대북정책 자체를 좀 바꿔봐라 하는 그런 역발상의 메시지라고 아까 말씀을 드린 바 있습니다마는, 같은 얘기입니다.
◇ 박재홍> 그래서 최근 북한이 보인 일련의 대응이나 전략을 보면서 일각에서는 ‘사실상 북한이 투 코리아 정책으로 가는 게 아니냐. 통일전선전술을 비롯해서 통일정책 자체를 아예 포기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데요. 장관님은 어떻게 보세요?
◆ 정세현> ‘투 코리아’는 이미 북쪽이 1990년대 초부터 선택을 했습니다. 그전에는 남북 UN 동시 가입을 절대 안 한다고 그랬는데 1991년에 우리보다 먼저 UN가입 신청을 냄으로써 그때부터 국제법적으로 사실상 ‘투 코리아’가 된 것이죠. 그러면서도 통일전선전술은 계속 써왔고요. 그런데 이번에 목함지뢰 사건은 그것과는 큰 관련은 없는 것 같고요. 어쨌건 북한으로서는 지금 UN제재부터 시작해서 한국정부의 5.24 대북제재 조치 같은 것이 너무 아프니까 이걸 뚫고 나가려는 일종의 정면돌파작전이라고 생각합니다.
◇ 박재홍> 북한의 정치적 의도가 어쨌건 간에, 이번 도발은 매우 비열하고 잔인한 것이었다는 부분을 전제하고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요. 11년 만에 대북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습니다. 그럼 우리 정부의 대응은 적절했다고 보십니까?
◆ 정세현> 그게 대응책이 되겠습니까? 사후약방문보다도 더 못합니다. 확성기 방송은 사실 천안함 사건 이후에 재개를 좀 했었죠. 그때는 단순하게 음악이나 틀어주고 하는 방송이었는데, 이번에는 심리전 방송까지 하겠다는 겁니다. 그럴 경우에 북쪽에서 조준사격하겠다고 얘기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미리 고성능 확성기들이 배치되어 있는 주변 주민들을 방공호로 대피시킨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이건 대책이 아니죠. 제가 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런 식으로 저쪽에서 공격해오고, 우리 쪽에서 대응하는 과정에서 계속해서 긴장이 고조되는 이런 상황을 언제까지 끌고 갈 겁니까? 근본적으로 해결을 해야 되죠.
◇ 박재홍> 어떤 대책이 있어야 되죠?
◆ 정세현> 제가 1997년부터 통일원에서 쭉 현장에서 일을 했습니다마는 대북 압박이나 대화단절 시기에는 국방부가 바빴습니다. 반면에 통일부가 바쁘다는 얘기는 남북대화가 빈번해지고 교류협력이 활성화되던 시절입니다. 그래서 그때는 국방부가 이런 불안한 일이 없었어요. 그러니까 통일부가 바빠지면 국방부가 좀 편해지고, 통일부가 편하면 국방부가 바빠진다는 얘기인데요. 국방부가 바빠지는 것은 국민들 입장에서는 좋지 않다, 이거예요. 그러니까 근본적으로 남북관계를 복원하는 것이야말로 이런 주거니 받거니 하는 소위 긴장고조 상황을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대책입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지금은 국방부가 굉장히 바쁜 상황이기 때문에...
◆ 정세현> 바쁘죠. 그러나 성과도 없이 바쁘고 있어요.
◇ 박재홍> 그렇군요. 국방부가 아닌 통일부가 바빠야 되는 상황인거죠.
◆ 정세현> 통일부가 바빠야 국민은 편안하고 국방부가 바쁘면 국민은 불안합니다.
◇ 박재홍> 그래서 광복 70주년을 앞둔 현 상황에서 현 정부의 대북정책 전략이 무능하거나 서툴렀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이 부분은 어떻게 판단하십니까?
◆ 정세현> 서툴렀죠, 서툴렀고. 더구나 이희호 여사 방북하는 그 시간에, 비행기가 공중에 날아가고 있고 그로부터 1시간 뒤면 순안공항에 도착하고 있는 그 시간에 남북대화를 제안하는 편지를 보내겠다고 우리 쪽에서 제안을 했다가 거절당하지 않았어요? 그게 무슨 망신입니까? 통일부 후배들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더 이상 긴 얘기는 않겠습니다마는 통일부에서 결정했다기보다는 저는 청와대 지침에 의해서 움직였다고 봅니다.
그게 이희호 여사를 무력화시킨 것이죠. 정부에서도 물론 ‘이희호 여사를 통한 메시지 전달은 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메시지 없다고 해놓고도 성동격서 식으로 사실상 메시지를 보낼 수는 있겠죠. 그런데 그것마저 기대하지 말라는 얘기였고요.
결국 대화를 하자는 얘기를 건넸는데 북쪽에서는 거절했죠. 거절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북쪽에서 그동안에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을 좀 갖춰달라고 했어요. 대표적인 게 삐라입니다. 바로 직전에 전단이 날아갔는데 우리가 거기에 대한 무슨 가타부타 얘기도 없었는데 대화하자는 얘기였죠. 우리 쪽에서 하고 싶은 얘기 주제들만 꺼내가지고 대화하겠다고 하니까, 북쪽에서는 그렇다면 ‘접수 자체를 거부하겠다.’라고 한 거죠. 그러니까 수취거부입니다, 수취거부.
◇ 박재홍> 오히려 정부의 남북대화 제의 자체가 이희호 여사의 방북성과를 없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겠군요.
◆ 정세현> 그렇죠. 그러니까 가서 그렇게 홀대를 받지 않았어요? 전직 대통령 예우 등에 관한 법률에 입각해서 볼 때도 너무 심했어요. 전직 대통령 부인은 대통령과 거의 비슷하게 종신, 즉 돌아가실 때까지 대접을 받게 되어 있는데. 이게 나무 위에 올려놓고 흔들어놔도 분수가 있지, 이럴 수 있습니까?
◇ 박재홍> 그렇다면 김정은 위원장이 이희호 여사를 만나지 않은 것도 정부의 전통문 발송이 영향을 끼쳤다는 말씀이신가요?
◆ 정세현> 저는 그렇게 봐요. 만나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오히려 시간낭비다, 이렇게 생각하도록 만든 거죠.
◇ 박재홍> 그런데 정부에서는 남북대화 제의 자체는 민간 차원에서 추진할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을 하고 있는데요.
◆ 정세현> 그건 맞는 말이에요. 그러나 이희호 여사가 다녀온 후에 8.15 경축사도 좋게 나가고 그렇게 한 뒤에 공식적으로 대화제의를 했어야 돼요. 그러니까 순서가 틀린 겁니다. 그러니까 이희호 여사 방북 이전에 ‘이번 8.15에 좋은 메시지가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라는 정도의 얘기는 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8.15 경축사에 그야말로 원칙적인 얘기가 나가고 그리고 그 이후에 실행방법 차원에서 남북대화를 제안하는 것이 순서죠. 순서도 그렇게 잘못 잡은 거에요.
그러니까 8.15 경축사에서 ‘지금까지 2년 반 동안 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새로운 방향으로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보겠습니다’라고 대통령이 얘기를 하고, 그리고 이어서 통일부 장관이 통전부장 앞으로 고위급 회담을 하자는 식으로 나가는 것이 순서였었어요. 지금 완전히 거꾸로 된 겁니다.
◇ 박재홍> 전략 차원에서 실수가 있었다는 말씀인데요. 이런 가운데 일본 아베 총리는 이달 중 방북을 해서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 정세현> 저는 가능성이 50:50이라고 봅니다. 그 이유는 지난 7월 말인가요? 몽골에서 북한의 국방위원회 사람들하고 일본의 외교부 사람들하고 만난다는 얘기가 보도가 된 적이 있었던 걸로 기억을 합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지금 아베 방북과, 김정은과 아베 정상회담이 준비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이게 ‘일본의 전략 목표가 뭐냐?’를 봐야 될 것 같아요. 간단히 말해서 한국 약올리는 겁니다.
◇ 박재홍> 한국을 약올린다?
◆ 정세현> 일본은 북한하고 얘기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해야 될 일들이 있습니다. 납북자 가족 문제라든지 또는 전후 보상이라든지 등등 이런 문제들이 있는데요. 사실은 돈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북한도 일본이 오겠다면 못 만날 것이 없다는 입장일 겁니다. 그런 걸 이용해서 북일 접근을 하면 지금 외교적으로 고립됐다고 지적받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이 더 세게 일어날 거 아닙니까? ‘뭐하는 거냐? 한일 대화도 못하고 남북 대화도 못하고.. 그러는 사이에 지금 일본은 총리가 평양까지 가서 김정은과 만난다’ 이렇게 비판이 나오면 우리 정부의 외교 입지가 굉장히 어려워지는 거잖아요. 거꾸로 미국에서는 그동안 우리에게 일본과 너무 그렇게 각을 세우지 말고 대화를 좀 해서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자는 요구가 있었지만 그걸 거절하고 있었단 말이죠. 이렇게 되면 도리 없이 일본과 관계 개선을 할 수밖에 없죠.
◇ 박재홍> 말씀 여기까지 들어야겠는데요. 답답한 상황입니다. 고맙습니다.
◆ 정세현> 네.
◇ 박재홍>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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