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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기시다 합의, 22년 전 고노 담화 수준에 '턱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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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세 외교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28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악수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사진= 박종민 기자)

 

28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이 전격 합의한 일본군 위안부 해법은 과거 사사에 안(案)보다는 다소 진일보했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하지만 일본의 법적 책임 측면에서 일부 미흡함이 있고, 위안부 소녀상 철거 등과 관련한 일본 측 요구를 대거 수용함으로써 최종 마무리 수순까지는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날 타결된 위안부 협상에 대한 평가는 지난 2012년의 사사에 안과 1993년의 고노 담화가 주요 기준이 된다.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一郞) 당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제시한 비공식 협상안인 사사에 안은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그나마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평가된다.

또 고노 당시 관방장관의 담화는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선 위안부 모집의 강제성을 처음 인정한 담화이기 때문에 의미가 깊다.

먼저 사사엔 안과 비교할 때 이번 합의가 몇 걸음 더 진전된 방식임은 분명해 보인다.

위안부 문제 해결의 3대 요소라 할 책임 인정, 사죄 방식, 보상 측면에서 우리 정부의 요구가 훨씬 더 강화됐기 때문이다.

예컨대 사사에 안은 책임 인정 면에서 도의적 책임을 전제로 한 인도적 조치 수준에 머무는 반면 이번 합의는 '일본 정부의 책임 통감'이란 표현이 명시됐다.

사죄의 방식에서도 사사에 안은 주한일본대사가 총리의 사죄 서한을 피해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인데 비해, 이번 합의는 총리가 총리라는 공인 자격으로 사죄했다.

이와 함께 비록 외무상의 입을 빌리긴 했지만 공개석상에서 공식적으로 사죄 입장을 표명한 것은 서한보다 훨씬 무게가 있다는 평가다.

특히 아베 신조 총리가 2012년 취임 이후 처음으로 자신의 분명한 언어로 ‘사죄와 반성’ 입장을 표명한 것은 평가할 대목이다.

하지만 고노 담화와 비교하면 무려 22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별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후퇴한 감을 지울 수 없다.

대표적인 게 고노 담화가 명시한 위안부 강제동원이 이번 합의에선 빠진 것이다.

고노 담화는 "감언, 강압 등에 의한, 본인들의 의사에 반하여 모집된 사례가 많으며 더욱이 관헌 등이 직접 이에 가담한 적도 있었던 사실이 밝혀졌다"는 등의 내용을 적시했다.

이번 합의의 문구 자체가 "당시 군의 관여 하에 수많은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라는 고노담화의 내용과 일치한다. 22년 전 담화의 수준에 겨우 턱걸이를 한 셈이다.

물론 이번 합의의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함"이란 기술은 고노담화에도 없는 내용이다.

그러나 고노담화는 "정부는 이번 기회에 다시금 (… 중략 …)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사죄와 반성의 심정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사실상 정부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이번 합의와 큰 차별성이 없는 것이다.

아산정책연구원 봉영식 선임연구위원은 "박 대통령이 피해자 할머니들이 수용할 수 있어야 된다고 강조했는데 그런 차원에서 보면 정부 차원에서는 당사자에게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가 큰 과제로 남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의 또 다른 논란거리는 소녀상 철거를 시사하는 등 사실상 일본 측 주장에 밀린 것이다.

협상의 주고받기 성격을 감안하더라도 명백한 가해자인 일본 측 요구를 이처럼 대거 수용한 것은 과거 협상에선 없던 일로 '굴욕협상' 비판도 예상된다.

정부는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과 관련해 "가능한 대응 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하기로 밝혀 소녀상 이전을 시사했다.

정부는 또 일본 정부가 표명한 조치가 착실히 실시된다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 및 불가역적 해결'을 확인함으로써 일본 측의 2대 핵심 요구사항을 모두 수용한 결과가 됐다.

성공회대 양기호 교수는 "소녀상 문제는 위안부 문제에서 가장 핵심적 상징물로서 처음부터 협상 대상에 올리지 말았어야 된다"며 "회담 결과를 보면 사실상 한국 외교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해도 과언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합의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 방식으로 기존의 기금 대신, 일본 정부 예산이 들어간 한일 공동재단을 설립키로 한 것은 나름대로 '창의적 해법'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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