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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인류 문명 대참사 부를 '신호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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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초고수 이세돌 9단에게 두 번 연속 불계패를 안긴 바둑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 인간 흉내내기를 통해 발전하고 있는 이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알파고를 통해 관심을 모으게 된 인공지능이 몰고 올, 미래 문명의 윤곽이 선명하지 않은 까닭이다.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에 있는 포시즌스호텔 특별대국실.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제2국에서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게 211수 만에 불계패를 선언했다. 앞서 이 9단은 전날 이곳에서 열린 제1국에서도 알파고에 186수 만에 불계패를 당했다.

이날 대국 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이세돌 9단은 "굉장히 놀란 것은 어제로 충분하고, 오늘 바둑은 초반부터 앞선 적이 없는 완패였다"며 "알파고의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고 오늘은 알파고의 완승이자 완벽한 바둑이었다. 두 판 모두 알파고의 약점을 찾지 못해 패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제 1, 2국을 지켜본 바둑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한국 바둑사상 프로 통산 첫 1000승이라는 대기록을 쓴 서봉수 9단은 "판후이 2단과 알파고의 경기를 생각해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예상했다. 모든 바둑 기사들이 그렇게 예상하고 경기를 봤을 것"이라며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프로바둑기사 이다혜 4단은 "알파고가 철저하게 계산적이었다. 제1국을 봤을 때 기사들의 반응은 '알파고가 정말 이세돌 9단보다 센가'였는데, 지금은 단체로 '멘붕' 상태"라고 전했다.

김효정 전 프로바둑기사회장도 "충격에 사로잡혀 말이 잘 안 나온다. 1국보다 더 충격적"이라며 "1국 끝났을 때는 상대를 알았으니 이길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오늘 보고 나서는 절망적이다. 이기는 게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 이세돌 9단 두 번 연속 이긴 알파고, 어떤 인공지능일까

IBM의 인공지능 '왓슨'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감동근 아주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소위 사람의 직관이라는 것을 계산 문제로 바꾼 것이 컴퓨터 인공지능 학습법인 '딥러닝'"이라며 "알파고는 기존의 다양한 재료를 조합해 인간의 두뇌 작용 일부를 흉내냈다"고 설명했다.

공인 아마 5단의 바둑 애호가이기도 한 그는 "알파고의 성능이 인간의 두뇌 작용과 비슷하게 가는 단계로 볼 수 있지만, 그것 역시 바둑 안에서만 가능한 것"이라며 "사람이 그림도 그리고 퀴즈도 풀고 다양한 분야를 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알파고는 바둑 외의 기능에서는 현재까지 무용지물"이라고 전했다.

이어 "다양한 인공지능이 결합해 인간의 두뇌와 비슷해지게 되는 단계는 아직 먼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아직까지 인공지능의 발전 단계는 인간을 따라잡을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 교수는 알파고의 출현을 두고 "인공지능의 획기적인 성장"이라며 "이미 잘 알려져 있던 재료들이 구글의 막대한 인력과 자본을 만나 버무려지면서 대다수의 예상을 깨뜨린 놀라운 결과물을 내놨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라고 전했다.

바둑 최고수 이세돌 9단을 상대하는 알파고를 보면서 우리네 머릿속을 채운 생각들은 비슷했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

맹성렬 우석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제2국이 끝난 직후 "이번 대국은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며 "기계가 할 수 없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창의적인 부분이 여전히 많이 있는데, 그 영역까지 기계가 침범해 들어오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더욱 커진다"고 혼란스러운 심경을 토로했다.

작가 전민식은 "대국을 보면서 일단 기본적으로 들었던 생각은 무서움이다. 기계의 발전을 이대로 유지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한 생각으로까지 이어졌다. 기계가 인간을 지배할지도 모른다는, 공상 속에서나 이뤄지던 우려가 이번 대국을 통해 현실화 할 수 있겠다는 느낌도 들더라"며 "인간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사고'까지 기계에게 주어진다면 작가라는 사람, 더 나아가 여러 분야에서 사람들이 필요하지 않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제한된 영역에서 소수의 사람만 예술을 향유할 수 있다는,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이 그러한 세상을 향한 신호탄 같은 생각이 든다"고 우려했다.

◇ 고도로 발달한 인공지능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게 된다면?

실제로 구글은 알파고를 개발한 인공지능 연구기관 딥마인드, 이족보행 로봇을 만드는 보스턴 다이나믹스 등을 산하에 두고 미래 사회에 대한 커다란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책 <특이점이 온다="">로도 유명한 발명가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구글의 임원으로 들어가 인공지능을 연구 중이다. 커즈와일은 인공지능이 고도로 발달하게 되면 인간들과 결합해 '포스트 휴먼'이 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SF평론가인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는 "구글이 무인주행자동차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는 데는 레이 커즈와일을 비롯한 임원진이 컴퓨터와 관련한 인류의 미래 문명에 그만큼 큰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며 "결국 우리 주변의 모든 일상이 빅데이터를 통해 인공지능의 예측 안에 들어갈 텐데, 생각보다 멀지 않은 단계에 와 있다"고 말했다.

고도로 발달된 인공지능은 어느 시점에 도달하면 자율성을 갖게 될 것으로 학자들은 내다보고 있는데, 인공지능에게 인간에 대한 우호성을 심어 주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래학자인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IT디자인융합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관심이 없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2012년부터 법학회에서 이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고,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도 어느 정도 관심을 두고 있다"며 "현재 흐름이라면 인공지능은 우리가 모르는 환경에서 어느 순간 자율성을 갖게 될 텐데, 이럴 경우 인공지능이 생존을 위해 스스로를 복제하면서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그 이전에, 복제를 주도하게 될 최초의 씨앗과 같은 인공지능에게 인간에 대한 우호성을 심어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을 통해 우리가 잊고 지낸 인간의 가치에 대해 고민해 보자는 목소리도 있다.

박숙자 서강대 인문과학연구소 연구교수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이라는, 인간과 로봇 간의 대결구도로 인간의 능력을 확인하고 싶은 분위기인데, 결국 인간의 의미를 경쟁·독식 구도로 판단해 온 인간중심주의적 사고의 패배 같아 보인다"며 "인간은 우주만물의 최강자나 군림자가 아니라, 자연 혹은 기계와 협력하고 공존할 수 있는 존재여야 하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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