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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훅!뉴스] 20대 '미친 투표율 74%' 어떻게 가능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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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뒤집은 대만청년 투표반란, 헬조선 청년에게 주는 교훈

-청년들 "알바땜에 투표 못해"
-'20대 개새끼론' 논란 재현
-헬조선 한국청년, 대만 보라
-45일간 국회점령, 정치 바꿔
-청년당 '시대역량' 원내진입
-저질정치판? 내 무관심 때문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민철 CBS 기자

◇ 김현정> 김현정의 뉴스쇼 금요일 코너. 기자가 훅 파고든 뉴스의 진실 '훅!뉴스' 시간, 오늘도 권민철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기자 어서 오세요.

◆ 권민철> 안녕하세요?

◇ 김현정> 이번주에도 젊은이들 많이 만났다고 들었습니다. 뭘 취재했어요?

◆ 권민철> 오늘로 총선이 딱 12일 남았죠? 총선이 가까워올수록 관심사인 게 투표율입니다. 또 투표율 문제 이야기할 때 나오는 단골메뉴가 바로 20대 투표율이고요. 우선 거리에서 만난 젊은이들의 이야기부터 듣고 시작하겠습니다.

대학생 A씨: "아니요, 그날 바빠서 투표는 못 할 거 같아요. 그날 알바를 해서. 거의 대부분 알바를 하거나 놀러가지 않을까요. 거의 다 무관심 한 것 같은데…"
대학생 C씨: "투표를 해서 바뀌면 사람들이 많이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사회가 몇십년간 지내오면서 굳어진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래서 오히려 20대가 투표를 안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예상대로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 권민철> 네. 중앙선관위가 조사한 결과를 봐도 투표에 적극참여하겠다는 20대는 55%에 불과했습니다. 과거보다 많이 늘었다지만 5~60대보다 10~20%포인트 여전히 낮은 비율입니다. 이런 20대를 보고 철없다고 꾸짖는 기성세대도 있죠. 방송에서 옮기기 과격하지만 이른바 ‘20대 개XX론(개새끼論)’입니다. 오늘 훅뉴스는 청년층의 낮은 투표율을 둘러싼 논란, 또 이 논란에서 우리가 놓친 것 등을 살펴볼까 합니다.

◇ 김현정> 지금 말씀하시면서 20대 개XX론, 방송 부적합 용어라서 저희가 개XX론이라고 했지만 들으신 분들은 예측하시겠지만 그 욕설이에요. 근데 그런 이야기가 있었어요?

지난 26일 청년 1000여명이 총선투표 참여를 촉구하며 신촌에서 국회까지 행진하며 든 깃발. (사진='청년하다' 제공)

 

◆ 권민철> 원래는 2012년 대통령선거 직후 야당지지자들 사이에서 나온 말이었습니다. 당시 20대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저조했는데, 선거에서 진 게 투표하지 않은 20대 책임이라는 거죠. 그래서 이들에게 어느 누가 욕설을 하고, 그것이 20대 책임론, 20대 개XX론으로 굳어진 겁니다. 그런데 이번 총선을 앞두고 20대의 정치 무관심이 심각하다고 해서 이 말이 다시 나타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온라인에서는 이 20대 책임론, 20대 개XX론이 다시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에요?

◆ 권민철> 최근 이재명 성남시장이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린 게 있는데요. 투표날에 MT가는 대학생들이 있다고 하는데, 권리위에 잠자면 보호받지 못한다, 그러니까 투표들 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반대댓글이 많았습니다. 왜 대학생만 뭐라 그러냐, 그 때는 시험기간이라 MT가는 학생들도 없다, 그런 내용들이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더민주 홍종학 의원의 유튜브 가지고도 비슷한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 김현정> 홍종학 의원의 유튜브 내용은 뭔데요?

◆ 권민철> 어느 정치 드라마에 홍 의원의 목소리를 삽입해서 올린 동영상입니다. 역시 투표참여 독려위해 만든 건데 일부를 들어보시죠.

"못 배우고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이 지팡이 짚고 버스타고 읍내 나가서 소중한 한표를 행사할 때 지성인을 자처하는 여러분들은 애인 팔짱 끼고 산으로 강으로 놀러 다니지 않았습니까? 영어 사전은 종이째 찢어 먹으면서 기껏해야 8쪽도 안 되는 손바닥만한 선거 공보물에 대해서는 여러분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잖아요. 그러니까 정치인들이 노인수당은 만들어도 청년수당은 안 만드는 겁니다."

◆ 권민철>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걸 그렇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대학생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국회의원은 국민 모두를 위해 존재하는 거지 일부계층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지 않느냐는, 이런 형식논리로 비난하는가 하면, 설마 투표한다고 그렇게 되겠냐는 회의론을 제기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제가 보기엔 투표 불참에 대한 자기 합리화로 밖에는 안되는 거 같습니다만….

◇ 김현정> 물론 이해 못할 바는 아닙니다. 투표해봤자 바뀌는 것도 없다고 느꼈을 수 있으니까요.

◆ 권민철> 그렇습니다. 정치혐오가 원인이 됐을 수도 있고. 그래서 일방적으로 20대에게만 화살을 날릴 일은 아닌 거 같습니다. 하지만요 20대도, 그렇다고 아우성만 치고 정작 행동하지 않는다면 변화될 가능성은 더 적어지겠죠. 이렇게 정치적 자포자기에 빠진 우리나라 20대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음향)

◇ 김현정> 이건 무슨 소리인가요?

◆ 권민철> 중간에 중국어도 들리죠? 지난 1월 대만에서 열린 입법원 선거, 즉 총선 당시 음향입니다. 이번에 취재하면서 대만 총선 이야기를 접하게 됐는데, 우리가 귀담아 들을 게 많은 거 같습니다. 먼저 솔깃해지는 게, 1월 대만선거 때 20대 투표율이 74.5%였다는 사실입니다.

◇ 김현정> 우와, 그러니까 대만 젊은이들 가운데 투표를 한 사람이 74.5%가 투표를 했다? 상당히 높네요?

◆ 권민철> 그렇습니다. 그 때 총통선거가 동시에 열렸긴 했지만, 그렇더라도 어마어마한 투표율이죠. 우리의 20대 투표율에 비하면 말이죠. 과거 우리나라 총선의 20대 투표율 보니까, 18대 총선 때는 29%였고, 19대 총선 때는 조금 높았지만 41%였습니다.

◇ 김현정> 대만이 우리보다 2~3배 높은 거네요? 하지만 대만과 우리나라의 여건이 다른 건 아니에요?

◆ 권민철> 정치환경, 문화가 다른 건 맞습니다. 하지만 젊은 층이 겪고 있는 실상은 우리와 비슷한 점이 너무나 많습니다. 우리나라 젊은이들 헬조선이라고 하잖아요? 거기에도 이와비슷한 '귀도'라는 말이 있습니다.

◇ 김현정> 귀도라는 말이 뭡니까?

◆ 권민철> 귀신 鬼 섬 島.

◇ 김현정> '귀신 섬'이다?

◆ 권민철> 네. 취직은 어렵고, 실업률도 높고, 반면 임금은 낮고 집값은 높고, 그래서 결혼하기 어렵고, 정치, 정부, 사회에 대한 불만도 많고, 그래서 나온 자조, 저주의 말이 바로 귀도입니다. 최근 한국으로 유학온 대만청년 황건훈(26)씨의 이야기입니다.

"여기 대만은 鬼島라고 '귀신사는 섬'이라는 단어 있어요. 젊은 사람들이 사회에 대한 불만이 있어요. 예를 들어 사회 계층간 이동도 힘들고 취업도 힘들도 돈 버는 것도 힘들고 그래서 이렇게 여겼어요. 한국에도 88세대 있잖아요. (대만에도) 아주 비슷한 개념 있어요. 22K세대(2만 2천원 세대)라고. 한국 돈으로 계산하면 77만원 정도."

◇ 김현정> 여러모로 비슷하네요. 대만과 우리 상황이. 그렇다 해도 대만이 원래부터 젊은층 정치참여 열기가 높았기 때문에 투표율이 높았던 건 아닐까요?

◆ 권민철>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요 오히려 대만은 과거부터 젊은층의 정치 무관심이 심각한 나라였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대만에는 과거에도 우리와 같은 학생운동 같은 게 전혀 없었습니다. 대만 정치권 인사의 설명도 들어보시죠.

"(대만은) 중소기업이 발달돼 있고 그러다 보니 강성노조가 없고 빈부격차도 상당히 작습니다. 생활이 안정돼 있고, 사회복지도 잘 돼 있고, 그러다 보니까 학생들은 사회운동에 대해 그렇게 관심을 가질 필요성을 못느낀 거죠. 그런데 이제 최근에 들어서는 경기가 안좋고, 자기들 눈에 보이는 정의가 정의가 아니다는 부분에 대해 이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거죠."

◇ 김현정> 그렇다면 최근에 젊은층이 폭발했다는 이야기라는 건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2014년 3~4월 절정에 이른 대만 태양화사건(해바라기사건). 청년 400여명이 입법원(국회)을 점거 농성한 뒤 서비스무역협정 비준을 막아냈다. 이 승리의 경험은 20대 투표율을 74%로 끌어올리는 동력이 됐다. (사진=thenewslens.com 제공)

 

◆ 권민철> 재작년 홍콩 우산혁명 있었죠? 민주화운동요. 그런 흐름이 대만으로 옮겨갔습니다. 급기야 재작년 3월 대만을 강타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해바라기 사건입니다.

◇ 김현정> 해바라기 사건, 저는 기억합니다만, 설명좀 해 주시죠.

◆ 권민철> 젊은이들이 국회를 45일간 점거한 사건입니다. 대학생 400명 정도가 양안(중국과 대만)간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후속 협상으로 진행되던 서비스무역협정 비준 반대를 외치며 국회를 점거한 겁니다. 대만이 경제적으로 자꾸만 중국에 예속돼 가는 것에 젊은이들이 반기를 든 건데, 이 사건은 결국 협정 비준을 막아냈습니다.

◇ 김현정> 그 사건이 젊은이들이 뭉치는 폭발하는 계기가 됐다?

◆ 권민철> 그렇습니다. 젊은이들이 정치 참여의 결실을 톡톡히 맛본 것이죠. 올해 대만 총선의 20대 투표율이 74.5%일 때 전체 투표율은 66%였습니다. 20대의 정치 참여 열기가 얼마나 뜨거웠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외대 대만연구센터 강준영 교수의 분석입니다.

"학생들이 국회의사당까지 점거할 만큼 자신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고, 집단적 그런 모습들 보였고, 그 모습들이 많은 청년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우리도 좀 이야기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동기를 부여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학생들의 목소리 커질 개연성은 생겼다고 보는 것이죠."

◇ 김현정> 20대가 세상을 바꾼 주역이 된 거네요?

◆ 권민철> 맞아요. 잘 알려진 쯔위사건도 물론 투표참여 열기를 높인 원인이 되긴 했지만요, 그건 하나의 변수였을 뿐입니다. 특히 젊은이들의 정치참여는 투표에 그치지 않고 정치세력화로까지 이어졌습니다.

◇ 김현정> 정당 같은 걸 만들었어요?

◆ 권민철> 네. 해바라기 사건 이후 청년들 중심으로 시대역량(時代力量, New Power Party)당이 결성했는데, 아까 말씀드린 1월 총선에서도 국회의원 5명을 배출해서 원내정당이 됐습니다. 대만 정치 역사상 일대 사건이 일어난 거죠.

◇ 김현정> 대만이 정치적으로 꿈틀꿈틀 하고 있네요.

◆ 권민철> 사실 우리도 청년들의 정치참여 실험은 과거에도 없었던 건 아니죠. 근래에 와서 특히 선거 때 낙천낙선운동이다, 투표참여 운동이다 열심히들 했죠, 하지만 큰 효과는 못 봤고요.

◇ 김현정> 이번 선거 앞두고도 우리도 투표참여 운동이 있어요?

◆ 권민철> 현재 청년들은 20대 투표율 높이기 위한 제도적 보안을 요구하고 있고요, 청년정책을 입법화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습니다. 대학생청년공동행동네트워크 '청년하다'의 유지훈 대표의 말입니다.

"3월 26일엔 유권자 행동을 진행하면서 천여 명 학생들이 청년들의 요구를 실현하고 청년들의 요구를 국회 1호 법안으로 만들자 해서 실제로 행동으로 진행했고, 사전 투표소나 투표시간 연장 관련해서 인권위 제소 들어가 있는 상태입니다. 향후에 투표 참여를 선언하기 위한 캠페인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 권민철> 하지만 이런 캠페인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죠. 하지만요 정치가 실망스럽다면, 그게 나의 무관심 때문 아니었는지 곱씹어 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정치혐오가 정치무관심을 낳았다면, 그 상황을 과연 누가 즐기게 될지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 김현정> 맞아요. 이런 말도 있잖아요. '전쟁을 결정하는 건 노인이지만, 전쟁터에서 죽는 건 젊은이다.' 청년들이 움직여야 됩니다. 세상을 바꾸려면 투표를 해야 됩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비단 20대에만 통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층들, 30대, 40대, 50대 누구에게나 똑같은 이야기라는 거, 그런 통찰력을 오늘 권민철 기자가 전해줬네요. 오늘의 훅뉴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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