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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식에 '철퇴' 내린 선관위, '이중 플레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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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보고서 제출 땐 선관위 아무 조치 없어…불출마하는데 선거법 적용 '과잉논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김기식 전 금감원장의 '후원금 땡처리'에 대해 위법한 행위라고 결정을 내리면서 김 전 금감원장이 물러났지만, 선관위 해석을 놓고는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선관위는 김 전 원장이 19대 국회의원 임기 말 민주당 전·현직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에 5천만원을 기부한 행위가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해석했다.

청와대는 선관위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지만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김 전 원장과 함께 활동을 했던 더좋은미래 소속 의원들과 원내대표단은 선관위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 선관위 결정, 회계보고 당시엔 보고만 있다가, 이제야 '위반' 결정 내린 꼴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김 전 원장이 지난해 1월 회계보고서를 제출했는데도 불구하고 선관위가 이때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선관위가 여론의 입맛에 맞게 '고무줄 잣대'를 들이댔다는 지적까지도 나온다.

 

김 전 금감원장은 사퇴를 하면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 해석상 문제가 있는 경우 선관위는 통상 소명자료 요구 등 조치를 합니다만, 지출내역 등을 신고한 이후 당시는 물론 지난 2년간 선관위는 어떤 문제제기도 없었다. 이 사안은 정말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18일 최고위회의에서 작심한 듯 "회계보고를 할 당시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가 뒤늦게 '위법'이라고 하는 건 쉽게 납득이 안 된다"며 "정치자금 회계보고는 기본 중의 기본으로 정치자금회계보고는 단순제출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사용처와 용도의 적절성과 수입·지출의 합계를 검토하는 절차"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뿐 아니라 정의당 노회찬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선관위의 위법판단에 대해 '정지신호에 차가 지나갔는데 경찰이 보고만 있다가 2년 후에 신호위반이라고 하는 격'이라고 비유하며 "2년 전 회계보고 당시 잘못됐으면 바로 잡아줄 의무가 선관위에 있는건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치자금법 40조에 의하면 선관위는 매년 국회의원 후원회 회계 책임자로부터 회계 보고를 받아 상세 내역을 확인하게 돼 있다. 만일 회계 보고에서 위법 사실을 발견하면 수사기관에 고발해야 하는 데 이런 과정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실제 선관위 전체회의에서도 선관위의 '직무유기'에 대한 지적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가 임기 종료 국회의원의 회계보고서에 대해 관행에 의해 엄격하게 살피지 않은 점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쏟아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선관위 측은 "미진한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가 실수가 있다는 점은 반성하고, 그런 지적에 대해 겸허히 수용한다"며 잘못을 일정부분 인정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20대 국회의원 선거비용 실사, 2015년도 정당 정책연구소와 국회의원 후원회, 20대 총선에 참여한 정당, 19대 국회의원 임기만료 회계보고 등 조사대상이 180개에 이르렀다. 인원 대비 조사대상 양이 많다보니 정밀하게 확인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며 향후 미비한 점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 임기 종료 국회의원도 공직선거법 113조 적용…과잉해석?

중앙선관위가 '후원금 땡처리'를 위법이라고 결정 한 근거는 공직선거법 제113조에 의해서다.

선관위는 "종전의 범위 내에서 정치자금으로 회비를 납부하는 것은 무방하지만 범위를 벗어나 특별회비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제공하는 것은 공직선거법 113조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여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공직선거법의 도입 취지와 달리 과잉해석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전 원장의 경우 2016년 공천에 탈락해 다음 선거에 나올 수 없는 신분이기 때문에 공선법을 적용하는 것은 과하다는 것이다.

공선법 1조에는 '선거에 관련한 부정을 방지'함이라고 법의 취지가 설명돼 있는데 김 전 원장의 총선 불출마가 확실한 상황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기부행위가 '선거와 관련한 부정'에 연관되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더좋은미래 소속 의원들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선관위가 제시한 공직선거법 제 113조는 지역구 국회의원 또는 후보자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지역 내 단체에 기부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이라며 "선관위가 비례대표 의원의 선거출마 의사와 무관하게 위법행위라고 판단한 것은 비례대표 의원의 정치활동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실제 16일 열린 전체회의서도 김 전 원장의 기부행위가 표에 영향을 줄 여지가 없고, 더미래연구소는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곳으로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기부가 아니라는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체회의 사정을 잘 아는 선관위 관계자는 "공직선거법에서 제한하는 기부행위는 '후보자가 자기 선거에서 유리하게 하기 위해 표를 매수(買收)하는 것을 규제하기 위한 것"인데 "김 전 원장의 기부행위는 임기만료 10일을 남겨두고 한 것으로 총선은 이미 끝난 상황이었다는 지적들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 측은 공선법에는 국회의원과 후보자 등을 법 적용 대상으로 적시하고 있으며 김 전 원장이 임기가 종료됐다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고 봤다. 선관위는 "공선법 적용은 불출마 여부와 무관하며 선관위는 법 집행 기관으로 법의 물리적 집행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김 전 원장의 '후원금 땡처리' 논란을 통해 공선법 취지에 맞게 법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적용 대상과 기준을 좀 더 구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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