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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방문 무산' 윤석열, 짙어지는 보수색…중도 확장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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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윤석열, 애초 5일 광주 5·18 참배 계획했지만 무산
5·18 단체들 "정치적 목적 방문 우려…진정성도 모르겠다"
광주행 무산 뒤 첫 행보 '탈원전 비판'…文정부 때리기
앞서 이재명과 역사·이념 논쟁으로 충돌…짙어지는 보수색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이 5일 오후 서울대 공대 앞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을 주도해온 주한규 원자핵공학과 교수를 면담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이 5일 오후 서울대 공대 앞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을 주도해온 주한규 원자핵공학과 교수를 면담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중도층과 진보층 모두를 아우르며 외연을 확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정치 선언 이후 초반 행보는 보수색이 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민생 행보 첫 행선지로 광주 5·18 민주묘역 방문을 추진했지만 불발된 이후, 첫 행보로 '탈(脫) 원전 정책 때리기'를 선택했다. 최근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역사 논쟁을 벌이며 건국·이념 이슈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첫 행선지 광주 택했지만 퇴짜… 다시 반문 전선으로

6일 CBS 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윤 전 총장 측은 애초 전날(5일) 광주 5·18 묘역 참배 계획을 세웠다. 민생 행보의 첫 지역으로 광주를 택한 것이다. 윤 전 총장과 연락을 주고받던 정치권 인사가 직접 5·18 구속부상자회에 연락해 일정을 조율했지만 5·18 구속부상자회의 거부로 무산됐다. (관련기사 : [단독] 윤석열, 첫 민심탐방 5‧18 참배 무산된 이유는?)

5‧18 구속부상자회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지난달 29일쯤 윤 전 총장 측이 중간 연락망을 통해 5일에 광주를 방문해 5‧18 묘역 참배 후 저희와 만나고 싶다는 의견을 전달해왔다"며 "하지만 구속부상자회 내부 의견 수렴이 잘 안돼서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에 윤 전 총장과 만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말했다.

단체 내부에선 윤 전 총장의 방문이 정치적 목적이 짙다는 비판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관계자는 "아무래도 (윤 전 총장이) 아직 진정성도 보이지 않고 내용도 없는데 어떤 그림을 만들기 위해 방문하는 건 좀 그렇다"며 "정상적인 방식을 통해 광주에 오면 그런 문제에 대해 상의할 순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5‧18 단체에서도 "국민의힘이 올 때는 정당으로서, 국회 입법 기능 정당으로 오는 것인데 윤석열 씨는 개인으로 오고 아직 5‧18에 대해서 피상적 입장만 표했을 뿐 구체적 입장을 낸 적도 없다", "보통 정치 시작하는 사람들이 광주 방문이 제일 먼저라면서 시작하는데 윤 전 총장도 그 일환일 뿐"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일 오후 서울대 공대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을 주도해온 주한규 원자핵공학과 교수를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주 교수와 만나 탈원전 정책의 문제점을 청취하고, 원전 산업을 다시 활성화할 전반적인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국회사진취재단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일 오후 서울대 공대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을 주도해온 주한규 원자핵공학과 교수를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주 교수와 만나 탈원전 정책의 문제점을 청취하고, 원전 산업을 다시 활성화할 전반적인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국회사진취재단
지역 기반의 외연을 확장하려던 시도가 불발된 것에 대해 윤 전 총장 측은 '캠프 내'에서 5.18 구속부상자회와 연락을 취한 사람은 없다며 해석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대신 선택한 것은 다시 '반문 행보'다. 전날 탈원전 정책을 강하게 비판한 서울대 교수를 만난데 이어 이날은 대전 카이스트를 찾아 원자핵공학 학생들을 만난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탈원전 정책을 겨냥한 행보다.

짙어지는 윤석열의 보수색… 중도 확장은?

최근 윤 전 총장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역사 논쟁을 벌이며 때아닌 이념 논쟁, 건국 논란 이슈에 불을 붙였다. 장모 구속 등 악재가 잇달아 겹친 상황에서 이 지사를 상대로 이념 전선을 구축하는 등 출구 전략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 1일 경북 안동 이육사 문학관을 찾아 "대한민국이 다른나라 정부 수립 단계와는 달리 친일 청산을 못하고 친일 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서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했다"며 "이육사 시인도 독립운동을 하다 옥사했다. 그 점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충분한 역사적 평가나 예우, 보상을 했는지 의문이고 나라를 다시 세운다는 생각으로 새로 출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윤 전 총장은 사흘이나 흐른 지난 4일, 자신의 SNS를 통해 "셀프 역사 왜곡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광복회장의 '미군은 점령군, 소련군은 해방군'이란 황당무계한 망언을 집권세력의 차기 유력후보가 이어 받았다"고 비판하며 이 지사와의 전선을 구축했다.

윤 전 총장이 때아닌 건국 이념 논쟁을 소환한 것을 두고 그의 보수색이 점차 짙어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그동안 윤 전 총장은 보수와 진보, 탈진보, 중도를 아우르는 정치를 하겠다면서 국민의힘 입당에도 거리를 뒀는데 이제 그 명분도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히려 국민의힘의 중도층 외연 확장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앞에서 열린 호남동행국회의원 발대식에서 동행지역 피켓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 두번째부터 주호영 원내대표, 김종인 비대위원장, 정운천 국민통합위원장. 윤창원 기자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앞에서 열린 호남동행국회의원 발대식에서 동행지역 피켓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 두번째부터 주호영 원내대표, 김종인 비대위원장, 정운천 국민통합위원장. 윤창원 기자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사실 국민의힘이 보수 정당으로 유례없는 중도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한 달동안 당원 수가 3만 8000명이 늘었다"며 "그 중에 수도권이 49%이고, 40대 이하가 51%"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이 본인 개인기로 중도 외연 확장을 하겠다는 것인데, 하루아침에 확장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당 성일종, 정운천 의원도 진정성을 갖고 오랜 세월 교류하면서 이번 5·18 행사에 첫 초청을 받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윤 전 총장이 보수색 짙은 행보를 통해, 적어도 전통 지지층을 안심시킬 수는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입당을 미루면서 '과연 윤 전 총장이 야권 후보로 남을 것인가'를 의심하는 기존 지지층에게 '나는 보수 후보다'라는 메시지는 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 "국민의힘이 지지층을 넓히고 있으니 윤 전 총장은 일단 야권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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