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개회식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국민의당 안철수 당 대표가 한자리에 앉아 국무총리의 축사를 듣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지난달 3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개회식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국민의당 안철수 당 대표가 한자리에 앉아 국무총리의 축사를 듣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야권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2일 원희룡 제주지사와 만남을 시작으로 오는 7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오찬을 예고하며 연일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 밖에 머물며 
다양한 세력을 포섭하되, 자신이 그 중심에 서는 '빅 플레이트(Big plate·큰접시)' 전략이다. 때문에 
경쟁자로서 성격이 짙은 상대 보다는 야권 내 우군이 될 가능성이 큰 인사부터 접촉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전 총장 측 캠프는 윤 전 총장이 7일 광화문 인근 중식당에서 안 대표와 오찬을 함께 한다고 6일 밝혔다. 지난달 30일 두 인사는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 행사장에서 만난 적이 있지만, 양자 회동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달 29일 첫 기자회견과 함께 본격 대선행보에 나선 윤 전 총장은 지난 2일 대선주자인 원 지사와 비공개 만찬 회동을 했다. 이어 지난 3일엔 국민의힘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과 만찬을 함께 하는 등 야권 인사들과 연쇄 회동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의원에게는 윤 전 총장이 지난달 29일 자신의 기자회견 직후 직접 전화를 걸어 대화를 나눴고, 만남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이 5일 오후 서울대 공대 앞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을 주도해온 주한규 원자핵공학과 교수를 면담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이 5일 오후 서울대 공대 앞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을 주도해온 주한규 원자핵공학과 교수를 면담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으로 읽힌다. "국민의힘과 정치 철학이 같다"면서도 정작 입당 여부엔 말을 아끼고 있단 점을 고려하면, 윤 전 총장이 현재로선 장외에서 세력을 키우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특히 국민의당이 국민의힘과 합당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번 회동은 양측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4‧7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경선 과정에서 안 대표는 국민의힘과 합당을 약속했지만, 당명 교체 등을 두고 실무 협상이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안 대표나 윤 전 총장이나 어차피 국민의힘 입당은 기정사실인데, 입당 시기가 매우 중요하다"며 "윤 전 총장이 양당 합당 전에 입당하면 모든 관심이 국민의힘으로 쏠리면서 안 대표는 자칫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안 대표는 윤 전 총장의 의중이 궁금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창원 기자
윤창원 기자윤 전 총장 또한 대체로 자신에게 우호적인 인사들과의 회동을 시작하며 차츰 범위를 넓히고 있단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대선 경쟁자인 원 지사와 하 의원 등과는 회동을 했거나 예정했지만, 당내 주자 가운데 선두그룹이라고 할 수 있는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과는 접촉할 움직임이 없다. 홍 의원의 경우 백전노장이라는 별칭이 어색하지 않게 상대와의 경쟁에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윤 전 총장이 꺼릴 만한 인물이다. 유 전 의원의 경우 후보 자체가 '정책브레인'으로 불릴 정도로 콘텐츠가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은 비전이 없다고 평가 받는 윤 전 총장이 경계할 만한 인사다. 
당내 한 중진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누구든지 현재 윤 전 총장과 만나면 아무래도 무게추가 윤 전 총장에게 쏠리지 않겠냐"며 "윤 전 총장이 주도하는 큰 판에 포섭되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라이벌인 홍 의원이나 유 전 의원과의 회동을 쉽게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 측은 "정치 참여 선언 후 민심을 경청하기 위한 차원에서 회동을 할 뿐, 다른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