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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고등학생 시절, 알바 하다 성폭행 당했습니다" 6년만에 낸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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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 A씨는 연말 무렵이면 공황장애에 시달린다. 약을 먹고도 진정되지 않을 만큼 심각한 증세는 A씨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다.

A씨의 연말은 6년 전인 2015년부터 악몽이 됐다. 그해 12월 중순, 당시 고등학생인 A씨는 수능 시험을 막 마치고 한 옷가게에 아르바이트생으로 취업했다. 일은 고되지만 용돈과 학자금을 마련하고 곧 대학생이 된다는 생각에 마음 만은 들떠 하루하루 열심히 일했다.

A씨가 일하는 가게의 점장은 바로 인근 가게의 점장인 30대 남성 B씨와 절친한 사이였다. 어느덧 A씨와 B씨도 안면을 트게 됐고, 세 사람은 종종 식사 자리를 갖기도 했다.

며칠이 흘러 2015년의 마지막 날, 친구들과 송년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A씨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B씨였다. 근처 모텔에 머물고 있다는 그는 "편의점에서 음식을 사와달라"며 A씨에게 말했다고 한다. 갑작스런 부탁으로 당황했지만 점장의 친구가 시키는 심부름을 거절했다간 아르바이트 자리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걱정이 스쳤다.

편의점에 들러 음식을 사서 모텔에 다다랐다. 방문 밖에 서서 음식을 건네고 바로 돌아가려는 A씨에게 B씨는 "들어와서 음식을 책상에 놓으라"고 했다. 얼떨결에 방에 들어간 A씨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B씨가 속옷 차림이었기 때문이다.


A씨는 이후 첫 번째 성폭행을 당했다. "왜 이러시냐, 풀어달라"는 A씨에 간절한 요청에 B씨는 "내가 네 남자친구 하면 되겠네"라며 힘으로 제압했다고 한다. 고등학생이던 A씨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큰 사건이었다. 하지만 경찰에 신고해 피해 사실이 부모님에게 알려지는 것은 더욱 두려웠다.

그 뒤로 성폭행은 계속 이어졌다. 자신 보다 14살이 많고 힘이 있는 B씨를 상대로 이길 자신이 없었다. 그로부터 6개월 후 A씨는 임신까지 하게 된다. 막막했던 그는 친구에게 사실을 털어놓고 상담선생님에게 울며 전화도 했다. 상담선생님은 신고를 권유했지만, 여전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결국 임신중절수술을 받게 됐다.

임신중절수술 이후 성폭행은 중단됐으나 지속적인 성추행은 이어졌다. 지옥 같던 나날들은 2017년 7월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기 전까지 계속 됐다고 A씨는 밝혔다.

들뜬 희망을 갖고 시작한 아르바이트는 성폭력으로 인한 상처만을 잔뜩 안고 마무리 됐다. A씨에게 신체적, 정신적 후유증이 찾아왔다. 끔찍한 경험을 치유하기 위해 수차례 정신과 상담을 했지만 기억은 더욱 선명해졌다. 급기야 A씨는 자해 행위를 하기에 이르렀다.

A씨는 지금이라도 문제로 바로 잡겠다고 결심했다. 지난 2월 서울 관악경찰서에 B씨를 고소했다. 그는 "5년 이상이 지났지만 아직도 고통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이제라도 겨우 용기를 내어 잘못을 바로 잡고자 한다"며 "이와 같이 끔찍한 사건으로 고통 받고 있는 피해자가 있다면 그들의 고통이 외면 받지 않는 사회가, 그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경찰은 B씨 조사와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 등 5개월여 간 사건을 수사한 끝에 B씨를 지난 16일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 미성년자 간음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간이 지나 증거 확보가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최선을 다해 수사했다"라고 밝혔다.

한편 B씨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A씨와 과거 연인 관계로 성폭행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경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했고, 관련 증거 자료도 제출했다"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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