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원희룡 전 제주지사.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돌풍을 일으켰던 지난 전당대회에서,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개혁 보수' 정체성으로 정치를 시작한 자신의 젊은 시절을 이 대표와 겹쳐 봤다. 그만큼 원 전 지사는 보수세력의 변화를 추구한다는 면에서 이 대표와 지향이 비슷했고 사석에서도 스스럼이 없는 사이라고 한다.
그러던 원 전 지사가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관련한 이 대표와의 통화 녹취록을 두고 폭로전을 거쳐 상대에 대한 비아냥까지 벌였다. 원 전 지사가 윤 전 총장 '대신' 이 대표와 전면전을 치른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왜 그랬을까.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원 전 지사가 '경선 2차 컷오프까지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원 전 지사는 19일 대구경북 지역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최근 정책토론회 개최 여부와 관련한 갈등 배경에 대해 "
공정한 경선 관리를 위해서"라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도 3선 경력에 토론에도 능한 원 전 지사가 토론회 개최 반대에 굳이 맨 앞에 나서는 이유에 대해 캠프에서는 "
유불리를 떠나 원칙의 문제"라고 강변해 왔다.
이 과정에서 원 전 지사가 정책토론회에 반대하는 윤 전 총장 편을 '강하게' 드는 모양이 되면서, 일각에서는 원 전 지사가 일찌감치 대권을 포기하고 지지율이 높은 윤 전 총장에 줄을 선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었다.
이와 관련해
원 전 지사는 이날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으로부터 차기 당권을 제안을 받은 적 있냐'는 질문을 받고 "택도 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심지어 "(윤 전 총장의 수권능력이) 제대로 안 돼있다면 윤 전 총장은 저에게 무릎꿇고 큰 틀에서 협조해야 하는 위치로 올 것"이라고 발언 수위를 높였다.
원 전 지사 측 선긋기에도 다른 대선 주자 캠프는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못한다. 아무리 그래도 이 대표와의 대화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도가 지나친 행위'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공감대가 형성된 지점은, 원 전 지사가 대선 경선 2차 컷오프 대상인 '빅4' 안에 들어야 하는 절박함 속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야권에서 압도적 지지율을 갖고 있는 윤 전 총장이 일찌감치 '빅4'용 자리에 앉았고,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최재형 전 감사원장, 원 전 지사 4명이 나머지 자리 3개를 놓고 경쟁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원 전 지사가 콘텐츠도 있고 흠결도 없는데 지지율이 나오지 않는 이유에 대한 고민이 크다"며 "
그 원인 중 하나가 '임팩트'가 없다는 것이었는데, 그래서 '1등 후보와 당대표 간 갈등'이라는 첨예한 이슈에 참여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원 전 지사가 너무 나간 게 아니냐 하는 지적도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 제일 시급한 건 4위 안에 드는 것"이라며 "노이즈 마케팅 차원이 아니었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