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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들기]넷플 효자 '오징어 게임' 가성비 착취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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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1위 '오징어 게임' 총 제작비 넷플릭스 대형 시리즈 1.5~3편 수준
넷플릭스 싼 값에 질 높은 콘텐츠 제작하는 한국에 공격적 투자 중
제작비 비교에 따른 비판과 우려 여론 "인건비 아낀 결과 아니냐"
미디어 노동 전문가 "거대 자본 투입된다고 구조 변화 기대 어려워"
"넷플릭스 투자 영향 생각할 시점…가성비 하청 전락할 수도"

넷플릭스 제공넷플릭스 제공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분명 신드롬이다. 그러나 한편에선 높아진 콘텐츠 수준을 못 따라오는 '가성비' 제작 현실에 대한 우려가 짙다.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한국 시리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오늘의 Top 10' 1위에 등극한 것은 물론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와 카타르, 오만, 에콰도르, 볼리비아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39개 국가에서도 상위권에 오르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키트' 등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해외 팬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 같은 인기에 넷플릭스 CEO들도 입을 모아 '오징어 게임'을 극찬했다.

넷플릭스 공동 CEO이자 창립자 리드 헤이스팅스는 SNS를 통해 '오징어 게임' 등장 인물들의 복장인 초록색 운동복을 입고 본인이 '457번' 게임 참가자임을 인증하며 화제를 모았다.

테드 서랜도스 공동 CEO 겸 최고 콘텐츠 책임자(CCO)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코드 컨퍼런스(Code Conference) 2021' 컨퍼런스에 참석해 '오징어 게임' 인기를 깜짝 언급했다.

그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오늘의 Top 10' 1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공개 후 9일이 지난 지금 추이로 보면, 넷플릭스 비영어권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가 현재까지 선보인 모든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의 흥행을 얼마나 높게 평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올해 3월 발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편당 제작비 순위. 스타티스타(Statista) 홈페이지 캡처올해 3월 발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편당 제작비 순위. 스타티스타(Statista) 홈페이지 캡처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글로벌 비즈니스 데이터 플랫폼 스타티스타(Statista)가 올해 3월 발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비 순위를 보면 1, 2위를 차지한 '더 크라운' '기묘한 이야기' 등은 편당 1300만~1200만 달러(한화 약 154억~142억원)가, 넷플릭스 역대 시청 기록 1위를 차지한 '브리저튼' 역시 편당 700만 달러(한화 약 84억원)가 들었다.

이에 반해 '오징어 게임'은 전체 제작비 200억원, 총 9편이기 때문에 편당 22억원이 투입됐다. 1위 '더 크라운'의 14%에 불과하고, 10위 '브리저튼'과 비교해도 26%에 그친다.

결국 '오징어 게임'은 중소규모 콘텐츠 제작비만으로도 전 세계 TV부문 1위 성적을 거뒀다. '브리저튼' 기준 3편 제작비로 '오징어 게임'이 한 시즌이 탄생한 셈이다. 투자 대비 수익으로 치면 넷플릭스 그 어떤 콘텐츠보다 우수하다. 싼 값에 질 좋은 콘텐츠를 대량 생산하니 소위 '가성비'가 높다.

통계를 접한 누리꾼들은 따가운 비판을 쏟아냈다. 기업이 선호하는 '가성비'가 '인건비'를 아낀 결과가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한 누리꾼(아이디: fu****)은 "'인건비'를 제대로 안줘서 아껴지는 비용이 없는지 궁금하다. 왜냐하면 한국 드라마 제작 환경은 노동 착취가 극에 달해서 가끔 과로로 사람이 죽어나가기로 유명하거든. 넷플릭스는 이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라고 되물었다.

또 다른 누리꾼(아이디: cy****)은 "업계에서 일하는 다수가 최저시급이나 주휴수당 정산 못 받고 일주일에 6, 7일씩 일하니까 이렇다. 계속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일침했다.

'오징어 게임'의 흥행을 그저 기뻐만 하기엔 이르다. 가성비 넘치는 200억원 제작비에는 양극화된 인건비 현실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관계자는 "장르적 특성과 배우 개런티 등 조건 차이로 절대적 비교는 어렵지만 국내 최고 제작비가 할리우드 기준 저렴한 200억원 내외로 형성돼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해외 쪽 자본이 들어가는 작품이라도 굴러가는 시스템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안다. 넷플릭스라고 해도 본사 미국 시스템을 가져 오는 게 아니라 현지 제작비 수준에 맞추는 것이라 제작 환경의 구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한 마디로 넷플릭스의 거대 자본은 '양날의 검'이다. 콘텐츠의 무한한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싼 값에 부리는 '하청'이 될 수도 있다. 국내 콘텐츠 기업들이 넷플릭스와 밀월 관계를 정리한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처럼 막강한 자본이나 IP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국내 OTT들이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지만 넷플릭스 같은 파급력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으니 아직 두고 볼 일이다. 그럼에도 체급 차이에서 승기를 잡을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위 관계자는 "왜 한국 시장에 넷플릭스가 이렇게 투자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우리 콘텐츠가 매력적이라서 혹은 문화 다양성을 위해서가 아니다. 인건비가 저렴해 제작비가 낮다는 건 오히려 기업 입장에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더욱이 국내 미디어 종사자 관련 노조는 영화 현장을 제외하면 단체 교섭권 등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주 52시간, 표준계약서 등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영화도 최저선이 지켜지는 수준"이라며 "한국은 높은 퀄리티 작품을 할리우드나 유럽보다 싸게 공급할 수 있는 생산지이고 애니메이션은 일본이 그렇다. 잠식당하는 형태로 가면 '콘텐츠 하청'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파고들기'는 CBS노컷뉴스 문화·연예 기자들이 이슈 깊숙한 곳까지 취재한 결과물을 펼치는 코너입니다. 간단명료한 코너명에는 기교나 구실 없이 바르고 곧게 파고들 의지와 용기를 담았습니다. 독자들 가슴속 깊이 스며드는 통찰을 길어 올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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