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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회사가 의료사업에? 청라의료복합타운 우선협상자 선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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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민·의료단체 "KT&G 청라의료복합타운 참여는 WHO협약 위반" 공익감사 예고
인천경제청 "제재 근거 없어…의료사업보단 부동산개발 사업 투자 측면도"
청라의료복합타운 사업은? '총사업비만 2조4천억원' 대규모 개발사업

청라의료복합타운 조감도. 사진 제공 인천경제자유구역청청라의료복합타운 조감도. 사진 제공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총사업비가 2조원이 넘는 규모의 대형 의료복합타운을 짓는 사업에 KT&G가 포함된 사업자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을 두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담배기업이 의료 관련 사업에 재무투자자 자격으로 뛰어든 건 WHO(세계보건기구)의 담배규제기본협약을 위반한 게 아니냐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인천시민·의료단체 "KT&G 청라의료복합타운 참여는 WHO협약 위반" 공익감사 예고


인천공공의료포럼 등 인천지역 시민사회·의료인 단체 14곳은 5일 공동성명을 내 서울아산병원KT&G하나은행컨소시엄이 청라의료복합타운 사업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것에 대해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감사원 공익감사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지역주민의 필수 의료서비스 수요 충족과 의료분야 산학연 시설 집중화로 연구개발 성과 극대화를 목적으로 추진된 사업에 담배기업인 KT&G가 핵심 재무투자자로 참여한 것은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에 추진 중인 청라의료복합타운 사업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서울아산병원 컨소시엄에 KT&G가 재무투자자 자격으로 참여한 게 WHO 담배규제기본협약 위반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WHO 담배규제기본협약은 2005년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182개국이 비준한 것으로 보건복지부는 2년 마다 관련 이행보고서를 WHO에 제출하고 있다. 이 협약은 "담배회사는 공중보건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어떠한 계획에도 파트너로서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회원국 준수사항으로 명시했다. 국내 의료 사업에 담배기업을 포함한 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단체는 "의료계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윤리적 쟁점이 '담배와 건강 폐해'여서 전 세계 의료기관이나 연구소, 대학 등은 담배기업의 후원이나 투자를 엄격히 경계한다"며 담배기업의 투자를 받은 의료기관의 연구 성과가 인정받을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의료계의 반발도 크다. 앞서 지난 6월 대한금연학회와 대한보건협회 등도 'KT&G가 참여하는 서울아산병원컨소시엄이 청라의료복합단지 설립 운영을 주관하며 양질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최고 연구 성과를 도출하겠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인천경제청 "제재 근거 없어…의료사업보단 부동산개발 사업 투자 측면도"


사업을 공모한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의료계의 반발을 산 보건복지부도 난감한 눈치다. 이미 선정한 컨소시엄에게 특정 업체를 배제하라고 지적하면 또 다른 참여 업체가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아직 정식 계약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컨소시엄의 구성 변화는 우선협상자 자격 지위 취소로 이어져 자칫 법적 공방으로 번질 수 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공모 단계에서 이같은 문제 제기가 있어서 검토했으나 법적으로 이를 제재할 근거는 없었다"고 말했다.
 
대신 인천경제청은 KT&G가 청라의료복합타운의 의료사업보다 부동산 개발사업에 투자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KT&G 측도 우선협상자 선정 당시 해당 공시를 하면서 "서울아산병원 컨소시엄의 재무적 투자자의 일원으로 참여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컨소시엄 측도 "KT&G는 국민연금 분야 대주주이며, 제약회사를 운영하는 것으로 안다"고 대응했다.
 
업계는 KT&G의 청라의료복합타운 참여를 부동산 사업 다각화 측면으로 이해하고 있다. 기존 KT&G의 수익 구조는 담배가 전체 영업이익의 70~80%, 인삼이 15% 내외를 차지했으나 2018년 담배공장 부지였던 수원화서 토지로 분양사업에 나서면서 부동산 영업이익이 급격이 늘고 있다.
 
KT&G의 부동산 부문 영업이익은 2018년 752억, 2019년 1천948억원, 지난해 2천876억원으로 급증하면서 그간 영업이익 2위였던 인삼을 앞질렀다. 지난해 KT&G의 인삼 부문 영업이익은 1천635억원이었다. 총사업비 2조원이 넘는 청라의료복합타운 사업은 규모가 큰 만큼 부동산 개발에 성공하면 막대한 이득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KT&G의 청라의료복합타운 사업 참여가 의료사업 진출이냐, 아니면 부동산 개발사업 투자냐를 놓고 WHO가 어떤 판단을 내리는가에 따라 논란이 일단락될 전망이다. 이날 성명을 낸 단체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이번 결정에 대해 국제적 망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며 "서울아산병원 컨소시엄이 내부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청라의료복합타운 사업은? '총사업비만 2조4천억원' 대규모 개발사업


한편 청라의료복합타운은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내 26만1천635㎡ 부지에 500병상 이상 규모의 종합병원과 의료바이오 관련 산·학·연, 오피스텔, 노인복지주택, 상업시설 등을 조성하는 대규모 개발사업이다. 총사업비도 2조4천억원에 달한다.
 
인천경제청은 청라국제도시가 조성된 지 18년이 지났고 40만 인구가 거주하지만 아직 변변한 종합병원 하나 없다는 문제의식에 공공의료 강화와 지역 의료 생태계 전환을 위해 이 사업을 추진했다.
 
지난해 3월 1차 공모를 했으나 응모업체가 없어 유찰됐다. 인천경제청은 사업 성공을 위해 이번 공모에서는 해당 부지 가격을 감정가보다 1천억원 이상 낮은 830억원으로 측정했고 오피스텔 3천세대로 명시하는 등 사업성을 높였다.
 
해당 공모에는 우선사업자로 선정된 서울아산병원컨소시엄 외에 차병원·메리츠화재 컨소시엄, 인하대국제병원 컨소시엄, 순천향대부천병원·한국투자증권 컨소시엄, 세명기독병원의 한성재단 등 4개 병원 컨소시엄이 참여해 경쟁했다.
 
지난 7월 26일 청라의료복합타운 사업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서울아산병원 컨소시엄에는 서울아산병원을 포함해 하나은행, 카이스트, KT&G, HDC현대산업개발, 우미건설, 도우씨앤디, 액트너랩 등이 참여했다. 인천경제청은 서울아산병원 컨소시엄과 최대 150일의 협상 기간을 거쳐 올해 안에 사업 협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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