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랭킹 뉴스

실습 중 숨진 여수 고교생, 누가 잠수작업 내몰았나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핵심요약

요트업체 현장실습 중 바다에 빠져 숨져
실습계획에도 없는 잠수작업 홀로 한 것으로 추정
고교 친구 "물 무서워했지만 거절 못하는 성격"
저임금 노동 부추기는 교육부 '학습중심 현장실습' 비판도

 '여수 A군 현장실습생 사망 사고 대책위원회'와 A군의 친구 등이 8일 여수 웅천친수공원 요트선착장에서 기자회견 시작 전 묵념하고 있다. 유대용 기자 '여수 A군 현장실습생 사망 사고 대책위원회'와 A군의 친구 등이 8일 여수 웅천친수공원 요트선착장에서 기자회견 시작 전 묵념하고 있다. 유대용 기자
전남 여수에서 특성화 고등학교 학생이 현장실습 중 사고로 사망한 것과 관련, 실습계획에 없는 잠수작업을 하다 숨진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이같이 안타까운 사고가 수년째 지속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교육부의 '학습중심 현장실습' 방침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전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 등으로 구성된 '여수 A군 현장실습생 사망 사고 대책위원회'는 8일 여수 웅천친수공원 요트선착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A군 사망사고의 진상규명과 현장실습생 사고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을 촉구했다.
 
A(18)군은 지난 6일 오전 10시 42분쯤 이곳 일대 해상에서 해양레저업체가 소유한 7톤 급 요트 바닥에 붙은 해조류 등을 제거하다 숨졌다.
 
A군은 잠수장비를 점검하던 중 잠수를 위해 허리에 찼던 '웨이트 밸트'의 무게를 이기지 못 하고 물속으로 빨려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8일 오전 전남 여수시 웅천 친수공원 요트 정박장에서 현장실습 도중 잠수를 하다 숨진 특성화고교 3학년 A군의 친구(왼쪽)가 헌화한 뒤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8일 오전 전남 여수시 웅천 친수공원 요트 정박장에서 현장실습 도중 잠수를 하다 숨진 특성화고교 3학년 A군의 친구(왼쪽)가 헌화한 뒤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A군은 지난 9월 27일부터 3개월 일정으로 해당 요트업체에서 현장실습 중이었다.
 
여수의 한 특성화고등학교에서 관광레저를 배우고 있는 A군은 현장실습계획서에 따라 이 업체에서 요트에 탑승하는 관광객에게 식사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안전 안내 등을 배우기로 했다.
 
하지만 A군이 실습계획서와는 전혀 다른 위험한 잠수작업을 한 것으로 조사되면서 교육부의 '학습중심 현장실습' 대책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책위는 유명무실한 '학습중심 현장실습' 대책이 사실상 교육이 아닌 또 다른 저임금 노동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A군은 기업현장교사도 없이 현장실습 표준협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잠수작업 지시를 받아 안전조치 의무 불이행으로 사망에 이르렀다"며 "A군이 현장실습을 나간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제대로 된 학습중심 현장실습이 이뤄질리 없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인데 이같은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 참여기업에 현장실습을 하고 있는 학생이 A군뿐 일리 없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이어 "현장실습생을 저임금 단기 노동력으로 생각하는 기업과 실습기업에 대한 근로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는 관리시스템은 수십년 전과 다를 것이 없다"며 "1963년 도입된 이래 파행적으로 운영된 현장실습제도가 하루아침에 학습중심 현장실습으로 전환될 수 없다. 교육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직업계고 교육 정상화 계획을 세우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8일 오전 전남 여수시 웅천 친수공원 요트 정박장에서 현장실습 도중 잠수를 하다 숨진 특성화고교 3학년 A군의 친구들이 국화를 사고 현장에 헌화한 뒤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8일 오전 전남 여수시 웅천 친수공원 요트 정박장에서 현장실습 도중 잠수를 하다 숨진 특성화고교 3학년 A군의 친구들이 국화를 사고 현장에 헌화한 뒤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A군이 수영과 잠수를 잘 하지 못한다는 진술도 있어 안타까움을 더 키웠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A군의 고교 친구는 "물에 들어가는 것을 무서워했던 A군은 주변을 잘 챙겼던 탓에 거절을 잘 하지 못하는 성격이었다"며 "충분한 교육이나 장비가 있었다면, 누군가 A군을 봐주고 있었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울먹였다.
 
실제 A군은 사고 당시 잠수장비 조작에 미숙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건을 조사 중인 해경은 A군이 5㎏면 충분한 웨이트 밸트를 2배 무게인 10㎏ 장비로 착용하고 있었으며 물 밖으로 나올 때도 웨이트 밸트를 먼저 푼 다운 호흡 장비를 벗어야 하지만 반대로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업체가 안전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정황도 제기됐다.
 
전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는 A군이 2인1조가 아닌 혼자 작업을 하다 사고가 발생한 정황을 확인하고 경위를 확인 중이다.
 
학생들이 현장실습 중 숨지는 사고는 수년째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2011년 영광의 한 고교 학생은 자동차 제조업체 현장실습 중 뇌사상태에 빠졌으며 이듬해인 2012년에는 순천의 한 고교 학생이 울산지역 현장실습 중 목숨을 잃었다.
 
2017년에는 여수와 전주로 현장실습을 나간 학생 2명이 각각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같은 해 제주에서는 생수 공장에서 홀로 일하던 학생이 압착기를 점검하다 몸이 끼이는 사고로 숨졌다.
 
이번 사고로 전라남도교육청은 관계기관과 사고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재발방지 대책에 나섰으며 전남에서는 현재 고3 학생 536명이 기업에서 현장실습을 진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합뉴스연합뉴스
대책위는 "전라남도교육청은 학교 단위에서부터의 철저한 현장실습 운영 절차 준수, 노동권과 안정이 보장되는 기업과 연결, 참여기업 및 선도기업에 대한 철자한 지도 점검을 실시해야 한다"며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참여기업 배제와 재발방지 대책을 근본적으로 마련하고 A군 유가족에게 진심어린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사건을 조사 중인 여수해양경찰서는 해당 업체 대표를 상대로 안전 관리 준수 여부를 조사 중이다.

요트장 인근에 설치된 CCTV를 입수해 분석 중이며 학교 관계자로부터 현장실습협약서를 입수해 계획대로 현장 실습이 이뤄졌는지 여부도 파악 중이다.

특히 실습협약서와 달리 A군이 잠수작업에 투입된 경위를 집중 파헤치고 있다.
 
해경은 안전 관리 부실 등 과실이 드러나면 업체 관계자를 업무상 과실 치사 혐의로 입건할 계획이다.

0

0

오늘의 기자

실시간 랭킹 뉴스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