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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너무 늦었던 '사법농단' 탄핵…헌재 "임성근 파면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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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선고 시까지 공직에 있어야 파면 가능"
'재판개입' 탄핵사유 여부 판단도 안 해
소수의견 "재판개입, 중대한 헌법 위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일선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임성근 전 부장판사가 지난 8월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박종민 기자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일선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임성근 전 부장판사가 지난 8월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박종민 기자이른바 '재판개입' 의혹으로 국회가 탄핵소추한 임성근 전 부장판사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이미 임 전 부장판사가 임기만료로 퇴직한 상태이기 때문에 파면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파면 여부와 별개로 임 전 부장판사의 재판개입 행위가 탄핵사유가 되는지에 대한 판단도 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헌재는 28일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를 각하했다.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이미선 재판관이 각하 의견을 냈고, 유남석·이석태·김기영 재판관 3명만 탄핵을 인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문형배 재판관은 임 전 부장판사가 퇴직한 날로 심판절차가 종료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국회는 지난 2월 4일 본회의에서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해 탄핵소추안을 가결하고 같은 날 탄핵심판을 청구했다. 임 전 부장판사는 당시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였지만 같은 달 28일이 임기만료일이었고, 지난 3월 1일부로 퇴직했다.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및 재판관들이 '재판 개입' 혐의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탄핵소추 사건 선고 공판을 준비하는 모습. 이한형 기자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및 재판관들이 '재판 개입' 혐의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탄핵소추 사건 선고 공판을 준비하는 모습. 이한형 기자사상 첫 법관 탄핵이었던 이번 사건에서 쟁점은 임 전 부장판사가 다른 재판부의 재판에 개입하는 등 직무집행에서 위법·위헌행위를 했는지를 따지는 것 뿐 아니라, 이미 퇴직한 법관에 대해서도 탄핵으로 파면 조치를 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다수의견은 "탄핵심판은 '파면 결정을 선고'함으로써 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탄핵심판절차는 그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에 해당된다"며 "만약 파면을 할 수 없어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게 된다면 탄핵심판의 이익은 소멸하게 된다"고 밝혔다.
   
헌법 제65조와 헌법재판소법 제53조 등에서 탄핵에 대해 언급할 때 '공직으로부터' 혹은 '공직에서' 파면한다고 규정하는 등, 탄핵심판이 피청구인을 해당 공직에서 파면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절차라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탄핵심판의 이익을 인정하려면 탄핵결정 선고 당시까지 '해당 공직'을 보유하는 것이 반드시 요구되는데, 임 전 부장판사는 이미 임기만료로 법관직을 상실했기 때문에 파면결정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지난 2월 국회에서 열린 제348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모습. 윤창원 기자지난 2월 국회에서 열린 제348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모습. 윤창원 기자한편 국회 측에서는 파면은 절차적으로 불가능할지라도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해 탄핵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해달라고도 주장했지만, 다수의견은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위헌법률심판이나 헌법소원심판에서는 이례적으로 권한침해 상태가 종료된 후에도 헌법질의 수호와 유지를 위해 본안판단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탄핵심판절차는 다르다는 것이다. 다수의견은 "파면결정을 통한 해당 공직 박탈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예외적인 심판이익을 인정해 탄핵사유의 유무만을 확인하는 결정을 상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면 탄핵 인용 의견을 낸 재판관 3명은 "탄핵심판은 공직의 강제 박탈이라는 주관소송으로서의 성격뿐 아니라 헌법질서의 회복과 수호를 목적으로 하는 객관소송으로서의 성격도 강하다"며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이 인정돼 심판의 이익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소수의견 재판관들이 임 전 부장판사의 재판개입 행위에 대해 본안판단을 한 결과 "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보장한 헌법 제103조에 위반되는 행위로써,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헌법위반"이라며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기영 재판관은 탄핵 인용에 대한 보충의견을 통해 "법관의 임기제와 연임제는 법관의 책임성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므로 그 직무수행과정에서 발생한 위헌·위법행위에 대해 임기만료 이후에 법적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 오히려 임기제·연임제 취지에 부합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이탄희 의원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재판 개입' 혐의를 받는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파면 여부 판단 탄핵심판 사건의 선고 공판에 참석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이탄희 의원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재판 개입' 혐의를 받는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파면 여부 판단 탄핵심판 사건의 선고 공판에 참석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이날 선고 현장에 나온 더불어민주당 이탄희·박주민 의원은 다수의견 재판관들이 각하 결정에 이어 탄핵사유 판단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이 의원은 "각하를 하더라도 재판부가 임 전 부장판사의 행위에 대해서 평가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과거 헌재가 각하나 기각을 선고하면서도 헌법적 의미가 있을 때는 판단을 하기도 했는데 이번엔 너무 형식적인 판단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심판 도중 임기가 만료됐다면 똑같은 문제가 생겼을 것"이라며 "관련법 개정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의 탄핵소추 자체가 너무 늦었다는 지적에 대해 박주민 의원은 "여러 정치적인 상황이 있었다"며 "20대 국회에서도 많이 노력했지만 (잘 안됐고) 이번에도 원이 구성되고 나서 해야 했기 때문에 물리적인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사법농단은 2017년 3월 불거졌지만, 20대 국회는 물론이고 지난해 5월 출범한 21대 국회도 한 해를 넘겨 올해 2월에서야 탄핵을 추진했다.
   
임 전 부장판사는 이날 선고 현장에 나오지 않고 메시지로 대신 입장을 전했다. 임 전 부장판사는 "법리에 따른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주신 헌재에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며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저로 인해 불필요한 오해와 논쟁을 초래해 많은 분들의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전 부장판사는 2014~2015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근무하면서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명예훼손 사건과 △야구선수 도박죄 약식 명령 사건 △민변 소속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 등에 대해 담당 재판장이나 주심판사에게 특정한 방향으로 소송지휘를 하고 이미 선고된 판결서 내용의 수정을 요구한 혐의를 받았다. 지난해 2월 임 전 부장판사 형사재판 1심 재판부는 직권남용죄의 법리상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재판관여는) 위헌적 행위"라고 판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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