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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ICBM 레드라인 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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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핵실험·ICBM 모라토리엄은 북미관계의 레드라인
北 당 정치국회의 '핵실험·ICBM 모라토리엄' 철회 시사
"물리적 힘 더 확실하게 다지는 실제 행동 결론"
"美 제압할 수 있는 국방정책 과업들 다시 지시"
北 대미압박에 美 바이든 정부 반응여부 불투명
北 첨단전략무기 개발위해 모라토리엄 폐기 필요
핵실험보다는 SLBM·ICBM 발사 가능성
中 올림픽 기간 피하면서 한국 대선 결과 볼 듯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 후 교환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 후 교환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북한은 지난 2018년 4월 남북·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통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중지하고, 6차례 핵실험을 진행했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 실험장도 폐기할 것을 천명했다.
 
이는 그해 6월 북미정상의 싱가포르 선언으로 이어졌고, 2019년 '하노이 노딜'사태에도 불구하고 북미관계의 기본으로 유지되어온 일종의 '레드라인'이다.
 

북미관계의 레드라인 핵실험·ICBM 모라토리엄…北 철회 시사 

그런데 북한이 이 조치를 철회할 것을 시사하고 나섰다. 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열린 당 정치국 회의에서였다.
 
"우리가 선결적으로, 주동적으로 취하였던 신뢰구축 조치들을 전면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해 볼 데 대한 지시를 해당 부문에 포치(지시)했다"는 것이다.


핵실험과 ICBM 모라토리엄 철회 검토는 당 정치국 회의에서의 공식결정이다. 따라서 그냥 하는 말이 아니고 실행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는 근거가 있다. 미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 결과에 따라 나온 결론이기 때문이다.
 

北 당 정치국회의에서 향후 대미 대응방향 토의·결정

노동신문에 따르면 이번 당 정치국 회의에서는 미국의 단독제재 등 북한의 주권행사를 가로 막는 미국의 행태 관련 자료 통보, 미국의 첨단무기 반입과 군사훈련 등 한반도 주변 정세에 대한 분석 보고 청취, 향후 대미 대응방향 토의가 차례로 이뤄졌다고 한다.
 
그 결과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군사적 위협이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위험계선에 이르렀다"면서, "미 제국주의와의 장기적인 대결에 보다 철저히 준비되어야 한다는데 대하여 일치하게 인정하고 국가의 존엄과 국권, 국익을 수호하기 위한 물리적 힘을 더 믿음직하고 확실하게 다지는 실제적인 행동에로 넘어가야 한다고 결론했다"는 것이다.
 
이에 당 정치국 회의는 "미국의 대조선 적대행위들을 확고히 제압할 수 있는 보다 강력한 물리적 수단들을 지체 없이 강화 발전시키기 위한 국방정책 과업들 재포치(다시 지시)했다"고 밝혔다.
 

北 수위조절 통해 여지 남겨…'결정'이 아니라 신속히 '검토' 지시

물론 북한은 이번에 핵실험과 ICBM 모라토리엄 철회를 시사하면서도 수위조절을 통해 일부 여지는 남겼다.
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열린 당 정치국 회의. 뉴스1 제공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열린 당 정치국 회의. 뉴스1 제공 
2018년 북미정상의 싱가포르 합의를 폐기한다는 언급을 하지 않았고 그 이전에 취했던 조치, 즉 발사유예 조치의 철회를 내비치되, 그것도 '결정'이 아니라 '검토 포치(지시)'라고 표현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유엔 안보리 제재 논의 등 미 바이든 정부의 향후 동향을 보겠다는 뜻이 읽힌다.
 
그러나 북한이 압박한다고 해서 사실상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취하면서 미국 내 다양하고도 복잡한 현안에 봉착해 북한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미 바이든 정부가 과연 적극 호응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강대강 선대선' 투 트랙 기조에서 '강대강' 대결 기조로 전환

사실 핵실험과 ICBM 모라토리엄 철회 시사는 지난해 6월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언급한 '강대강 선대선' 기조, '대결에도 대화에도 다 준비해야 한다'는 투 트랙 기조에서 강대강의 대결구조로 전환했음을 뜻하는 셈이다.
 
게다가 북한이 1년 전 8차 당 대회에서 선언한 첨단전략무기, 즉 소형화·경량화된 전술핵무기 개발, 초대형 핵탄두 생산, 1만 5천km 사정거리 내 다양한 전략적 대상에 대한 타격 능력 확보, 군사정찰위성 등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발사유예 조치의 철회가 불가피하다. 북한 입장에서는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발사해야 무기 개발을 완료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8차 당 대회부터 공개적으로 핵무기의 '불가역적 고도화'를 목표로 제시하고 빠른 속도로 이에 맞는 움직임을 진행해 온 것"이라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약속과 모라토리엄 약속은 이미 이때부터 사실상의 파기 수순으로 들어간 것이고 이번 정치국 회의를 통해 공식 파기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8차 당대회 첨단전략무기 개발 위해서라도 모라토리엄 폐기 필요

북한이 핵실험과 ICBM 모라토리엄 선언을 파기하면 2018년 북미정상의 싱가포르 합의도 결국 사문화되는 것이다.
 
관건은 북한이 과연 어느 시점에 어떤 방식으로 레드라인을 넘느냐이다. 북한은 그동안 6차례 핵실험을 한 만큼 추가 핵실험의 유인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핵 실험은 북한의 뒷배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도 허용하기 어려운 무력 도발이다.  
연합뉴스연합뉴스
핵실험 보다는  SLBM 등 첨단전략무기, 인공위성 발사를 명분으로 한 사실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으로 강도를 높이며 시험 발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북한이 8차 당 대회에서 밝힌 '1만 5천 km 사정거리 내 다양한 전략적 대상에 대한 타격 능력 확보'는 미국본토, 미 태평양 함대, 미 제7함대 등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다양한 방식으로 미국에 대한 타격능력을 보일 수 있고, 인공위성 발사를 명분으로 사실상의 ICBM을 쏠 수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의 7차 핵실험이나 ICBM 추가 시험발사는 사실 중국과 러시아로서도 허용하기 어려운 고강도 도발"이라면서, "북미 관계만이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도 악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북한이 향후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가장 높은 행동은 인공위성 로켓 발사와 SLBM 시험발사"라고 전망했다.
 

파기 시점은 예단 어려워, 中 올림픽 기간은 피할 듯

시점은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북한이 올해를 김일성 생일 110주년, 김정일 생일 80년이 겹친 '혁명적 대경사의 해'로 강조하고 있는 만큼, 오는 2월 16일 광명성절과 4월 15일 태양절을 전후한 시점에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중 갈등 속에 외교적으로 경제적으로 북한의 뒷배가 되고 있는 중국을 고려할 경우 다음달 4일 개막하는 베이징 올림픽 기간은 피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한국의 대선 등 한미의 동향을 3월말까지 지켜보다가 한미연합훈련을 전후해 실행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렇다면 김일성의 생일인 4월 15일 태양절이 꼽힌다. 북한은 지난 2012년 4월에도 김일성 생일 100주년을 맞아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면서 '광명성 3호'를 탑재한 로켓을 발사한 바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대미 강대강 전략이라는 큰 틀에서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해제 검토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오는 2월 16일 김정일 생일 80주년,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10주년 등 주요 계기에 이를 실행할 가능성도 있다"며, "실제 행동은 SLBM, 중거리 탄도미사일, 장거리탄도미사일, 핵 실험 순으로 점점 강도를 넓혀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보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의 연쇄 미사일 발사와 두꺼운 평화'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북한은 미국과 끝을 알 수 없는 적대관계와 불확실한 동북아 지정학적 구도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그에 대한 안전판으로서 핵미사일 보유를 최고 목표로 삼는 것"이라며, "종착점은 바로 모든 미사일 탄두에 핵을 장착해 실전배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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