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파업 수위를 더 높이기로 했다. 전기차 보조금이 소진되고 중국산 전기차의 파상공세까지 겹친 상황에서 파업마저 장기화할 경우 현대차에 큰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어려운 글로벌 경쟁 환경이 지속되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생산과 판매, 수익성 등 전방위적인 측면에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차 출시 앞두고 파업 장기화 기로…추석 전 타결할까
1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차 노조는 전날 5차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부분파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기존 4시간 부분파업을 6시간으로 늘리는 등 파업 수위를 높이기로 한 것이다. 노조 측의 3대 요구안(상여금 50% 인상·해고자 복직·정년 연장)을 놓고 노사가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노조 중앙쟁의대책위원회는 12일과 13일 각각 4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하고, 14일과 18일에는 6시간 부분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다만 교섭이 재개될 경우 해당일 파업 일정은 유보하기로 했다.
지난해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이 통과한 뒤 첫 임금 협상인 만큼 양측의 신경전 수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말도 노조 안팎에서 나온다. 노조 집행부로서는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는 압박이 크다는 것이다. 노조가 해고자 복직 등 기존 협상에서 다루지 않았던 요구안을 내놓으면서 사측의 부담이 예년보다 더 커진 상황이다.
추석 이후로까지 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은 현대차의 주요 리스크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2분기 역대 최대 규모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20% 넘게 줄었다. 중국 전기차의 점유율 잠식도 더욱 위력을 발휘하는 가운데 투싼 완전변경 모델과 제네시스 GV90·GV80 하이브리드 등 주력 신차 출시가 몰려 있는 하반기 실적 반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신차 생산과 출고 일정에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임금 협상을 추석 전에는 끝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최근까지의 파업 비용도 상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차는 올해 진행된 세 차례 부분파업에 따른 비용을 집계했는데, 총 60시간의 파업에 따른 자동차 생산손실은 4만2510대였다. 노조원들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손실을 감수해야 했는데, 직원 1명당 임금과 퇴직금 손실은 각각 192만원과 1401만원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노사 양측 모두 타격을 입고 있고, 이 규모가 더 급격하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추석 전 타결 가능성에 힘을 싣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울산에서도 추석 전 타결을 목표로 강하게 나갈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라며 "10월에 신차가 줄줄이 나오는데 현대차만 생산 차질을 빚을 수 있겠나. 남들은 신차 판매하는데 현대차만 가만히 있게 된다는 걸 양측 모두 잘 안다"라고 말했다.
전기차 판매 비중 커졌는데…보조금 소진 현실화
현대차로서는 파업도 부담이지만, 중장기적 걸림돌도 적지 않다. 그동안 국내 전기차 수요를 견인해 온 보조금은 거의 바닥을 드러냈고, 세액 공제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등 국내 정책 측면에서도 경쟁 여건은 악화됐다.
상반기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친환경차의 존재감은 크게 확대됐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친환경차(HEV·BEV·FCEV) 판매 비중은 57.8%까지 늘었다. 전기동력차만 놓고 봐도 49만1498대가 신규 등록돼 전체의 57.8%를 차지했다. 전체 시장이 커진 가운데 현대차의 전동화 차량 비중도 40%에 육박했다. 현대차의 상반기 국내 판매량 31만6713대 중 하이브리드·전기차·수소전기차 등 전동화 차량은 12만3198대로 38.9%를 차지했다. 전기차 판매율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40.7% 증가했다.
이처럼 전동화 차량 판매량이 늘면서 현대차그룹은 2분기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을 세웠지만, 전기차 시장은 인센티브 주도 시장이라는 점에서 하반기 수요는 보조금 소진과 맞물려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
무공해차 통합누리집 지급현황에 따르면 서울은 상대적으로 잔여 물량에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성남·고양·의왕·안산 등 경기 일부 지역은 전기승용차 보조금 접수를 마감했거나 이미 예산이 소진된 상태다. 부산 등 일부 지역에서는 하반기 물량을 별도로 배정하기도 했지만, 수요가 큰 수도권을 중심으로 보조금 공백이 현실화한 상황에서 전기차 매출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보조금 공백에 친환경차 개별소비세 감면 축소까지 겹치면서 소비자의 실질적인 구매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차 파상공세…거부감도 옛말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전기차의 파상공세 수위가 높아지는 것 역시 핵심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그동안 국내 시장만큼은 심리 장벽이 있는 만큼 중국차가 쉽게 파고들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 컸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국내 신규 등록 전기차 가운데 중국산 전기차 비중은 35%까지 올라온 것으로 나타났다. BYD를 비롯해 지리·둥펑·체리 등 다른 업체들의 국내 진출도 확대되면서 중국차가 국내 시장에서도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중국 전기차 업계의 선두 격인 BYD는 국내 시장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호실적을 기록했다. BYD는 중국을 제외한 전기차 시장에서 49만7천대를 팔아 현대차그룹을 꺾고 3위로 도약했다. 현대차그룹은 37만 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25.9% 성장했지만, 전체 시장 평균 상승 폭을 하회하면서 4위로 밀려났다.
이는 배터리와 핵심 부품 공급망을 장악한 중국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전기차를 공급하면서 국내 완성차업체와의 가격 격차가 벌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이 최대 매출에도 영업이익이 줄어든 이유 역시 중국차를 상대로 점유율을 방어하려다 보니 비용 부담이 커진 데다 원자재 가격 인상과 생산 차질 등의 악재까지 겹친 탓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생산을 안 할 수 없는 상황인데, (중국과의 가격 경쟁 때문에) 팔면 팔 수록 이익은 나지 않는다"며 "수익성 악화가 올해만의 일이라고 보이지 않는데 여기에 파업으로 생산 차질까지 빚어지면 국내 차 업계는 그야말로 대혼란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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