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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9시 땡' 하면 사장도 직원도 어플 켜고 '라이더'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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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배민-쿠팡이츠 프로모션 종료, 개편 요금제 도입
단건배달 비중 높아지면서 라이더 잡기 경쟁 치열
배달업체 "출혈경쟁 막으려 현실적 요금제 도입"
일부 자영업자, 배달료 부담에 직접 배달-라이더 알바도
일각에선 "배달료보다 더 무서운 건 플랫폼 독식"
공정위, 온라인 플랫폼 갑질 막는 '온플법' 추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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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9시. 가게 문을 닫자 사장 정모(43)씨와 직원들 사이 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너 어제 얼마 벌었어? 오늘 프모 많이 나와야 할 텐데."

"어제 몇 건 못 뛰었어요.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

서둘러 퇴근하는 직원 뒷모습에 정씨는 불안한 듯 허겁지겁 헬멧을 챙겨 쓰고 핸드폰 어플리케이션을 켰다.

영업시간 제한으로 밤 9시면 문을 닫는 정씨는 최근 퇴근한 뒤 배달 아르바이트를 뛰고 있다.

"가게 문을 못 열었을 때 시작해서 가끔 퇴근하면 아르바이트를 해요. 자전거도 타고 차도 하고. 수입은…확실히 많이 남아요."


코로나로 배달 매출이 크게 늘어났지만 남는 것은 별로 없다는 정씨. 최근엔 단건배달량이 많아지면서 배달료 부담이 늘자 직접 배달일에 뛰어들었다.

그는 "배민이나 쿠팡이 배달료를 올리면서 다른 배달 대행사도 5천원 하던 배달료가 6천원까지 올렸다"며 "1만원을 번다고 했을 때 부가세 빼고 배민 수수료 빼고 하면 실질적으로 5천원이 남는데 재료값에 인건비, 임대료 빼면 남는 게 없다"고 전했다.

배민의 광고 시스템인 '울트라콜'도 부담 중 하나다. 업주가 특정 지역에 소위 '깃발'을 꽂으면 반경 2km 소비자에게 상호가 노출된다. 깃발 하나 당 광고비는 8만 8천원이다.

족발집을 운영하는 최모(40)씨는 "매달 깃발을 10개 정도 사는데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광고비를 안 쓸 수 없어 더 힘들다"고 전했다.

최근엔 단건배달 비중이 높아지면서 업주들의 부담도 커졌다. 배송비 5천원을 매번 부담해야 하는데다 배달 플랫폼에 수수료까지 내야 해 수익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건배달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맛집 랭킹' 때문이다. 그는 "맛집 랭킹이 건수와 연관되어 있다 보니 1인분을 배달해 건수와 평판이 높아져야 2,3인분 주문도 들어온다"고 말했다.

단건배달은 배달업체에게도 큰 부담이다. 단건배달 경쟁이 심해지면서 라이더가 부족해지자 배달업체들은 '웃돈'격인 프로모션을 붙여 라이더를 데러가려고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배달료와는 별도로,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프로모션은 배달업체들이 부담하는 금액이다. 당연히 배달을 하면 할수록 적자가 쌓일 수밖에 없다.

배달업체 관계자는 "아침에 업무 시작할 때 성적표 받듯이 라이더 몇 명 모집했는지 매일 통계자료를 받는다"며 "배달시장 점유율을 지키고 우리 플랫폼에서 라이더가 일하도록 하려면 프로모션은 필수"라고 말했다.

시스템에 가두고 요금 올리기…배민·쿠팡에 어른거리는 '카카오'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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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쿠팡과 배민은 그동안 진행해 온 프로모션을 중단하고 배달비 요금제를 개편했다. 배달업체측은 "업주들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시장이 지속가능하도록 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홀매출 발생이 어려운 때에 프로모션을 중단하고 요금제를 전면 개편한 점을 두고 플랫폼 '갑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쿠팡이츠는 그동안 유지해 온 '중개수수료 1천원·배달료 5천원' 프로모션을 서울 지역에서 중단하고 4가지 유형의 새 요금제를 적용한다.

△수수료 일반형 △수수료 절약형 △배달비 절약형 △배달비 포함형으로, 수수료 일반형의 경우 중개수수료 9.8%, 배달비는 5400원으로 책정됐다.

배달의민족 역시 다음 달 21일부터 단건배달 서비스 '배민1'의 프로모션을 종료했다. 다음 달 22일부터 서울, 경기, 인천 지역에서 개편된 요금제를 적용한다.

요금제는 기존의 '중개수수료 12%·배달비 6천원'에서 '중개수수료 6.8%·배달비 6천원(기본형 기준)으로 다소 인하됐다.

하지만 프로모션 가격인 '중개수수료 1천원 ·배달비 5천원'이 중단돼 업주들의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다.

성동구에서 20년째 음식점을 운영중인 최모(56)씨는 "배민이나 쿠팡이 소상공인에게 무료 이벤트를 많이 해왔는데 이 시스템에서 나갈 수 없게 해 놓고 요금을 올리는 건 횡포라고 생각한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그는 "저희는 작은 가게라 주문이 밀릴 때가 있는데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점수가 깎이고 주문 소화를 못해서 주문 거절을 하면 나중에 주문이 아예 안 들어올 때가 있다"며 "우리가 봉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업주는 "한 배달 업체는 배달료는 1900원으로 해 놓고 라이더 추가 비용만 7800원을 주기도 한다"며 "라이더를 독식해 배달 시장을 독점하면 나중에 플랫폼에 입점한 우리 소상공인은 소작농 신세가 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배달의민족 등 온라인 플랫폼 '갑질'을 막기 위한 정치권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월 카카오와 쿠팡, 배달의민족 등 필랫폼 사업자 규제를 뼈대로 하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을 발의했다.

지난 7일 국회 4차산업혁명포럼 주최로 열린 온라인 플랫폼 정책 관련 토론회에서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이성원 사무총장은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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