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7시 시작된 회의는 다음 날 새벽 4시가 거의 다 되어서 끝이 났다. 연합뉴스전국 검찰청의 부장검사 대표 회의에서 검사장급 이상 검찰 지휘부의 총사퇴 요구를 투표로 의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에 관해 검찰 최고위 간부들이 사퇴 등을 포함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최고 수위 카드를 뽑은 것이다.
2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 부장검사 대표 69명은 전날 오후 7시부터 서울중앙지검 2층 대강당에서 열린 부장검사 대표회의에서 '검찰 고위 간부의 총사퇴 건의'를 다수결로 결의했다.
부장검사들은 검사장 이상 고위 간부들이 총사퇴를 포함해 검찰 조직이 존폐 기로에 놓인 현 상황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다양한 조치를 할 것을 요구하기로 합의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부장검사는 "회의 중 민형배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했다는 소식을 대검 실무자로부터 전해듣고 분위기가 상당히 격앙됐었다"라면서 "형사사법 시스템이 붕괴되기 직전인데 이런 사태까지 벌어진 것에 대해 (지휘부가) 사퇴를 포함한 모든 조치를 해야 한다. 그런 책임 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고 큰 이견이 없었다"고 밝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형배 의원은 전날 민주당을 전격 탈당해 무소속 신분이 됐다. 이를 두고 여야 3대 3 구도인 안건조정위원회를 사실상 4대 2 구도(민주당 3·무소속 1·국민의힘 2)로 만들어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나왔다. 안건조정위는 3분의 2 이상 찬성할 경우 논의 안건을 통과시킨다.
다른 부장검사는 "대다수 참여자가 사퇴 요구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표현'은 정제하기로 합의한 것이다"라며 "정확히 지휘부 사퇴라는 주제를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하고 표결까지 해서 가결했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대응을 위한 '전국 부장검사 대표회의'를 마친 참석자들이 21일 새벽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이어 "검찰 집단 행동에 대한 비판 여론 등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었지만, 검찰의 존재 이유나 검사의 역할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라며 "지휘부가 책임 있는 자세를 밝히고 국회에 부담을 줘서 법안 통과를 저지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그 마지노선이 오늘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부장검사들은 이날 오전 공식 입장문에서 "172명의 다수당이 법안 발의 후 2~3주 만에 국회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라며 "다수의 일방적 입법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마련된 국회 안건조정 제도를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형해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또 "형사절차 기본법을 사실상 전면 개정하면서도 청문회, 공청회 등 숙의를 전혀 거치지 않고 있다"라며 "법안 내용과 절차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 문제에 관해서는 "그간 국민 신뢰를 온전히 얻지 못했던 점에 대해서 깊이 반성한다"라며 "수사 개시와 종결에 이르기까지 내부 점검과 국민 감시를 철저히 받는 방안에 대해 검토해 대검에 건의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