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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우크라行 탈영 해병대원 설득 끝 귀국…공항서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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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지난달 21일 폴란드 가 국경 넘은 A일병, 한 달간 도피생활
우리 군사경찰 파견대 현장 갔지만, 강제 구인 방법 없어
지인들, 한 달 동안 낮밤 바꿔가며 메신저·통화로 설득
인터뷰에서 탈영 원인으로 지목한 내무부조리 전방위 조사 전망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우크라이나 국제의용군에 참여하겠다며 휴가 중 폴란드로 가 국경을 넘다가, 입국을 거부당해 폴란드에 머무르던 현역 해병대원이 지인 등의 설득 끝에 우리나라로 돌아왔다. 지난달 21일 출국한 지 한 달여만이다.

지난달 탈영해 폴란드에 머무르고 있던 해병대 1사단 본부대대 소속 A일병은 25일 아침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해병대 군사경찰은 그를 공항에서 체포한 뒤 포항으로 압송, 조사를 거쳐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입국 거부되자 폴란드서 잠적…난민캠프 등 전전하다 설득 끝 자수


A일병은 휴가 중이었던 지난달 2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폴란드 바르샤바로 출국, 차편으로 우크라이나 국경지대 마을 흐레벤네로 향한 뒤 여기에서 국경을 넘었다. 이후 우크라이나군 신원조사를 받기 위해 국경검문소에 머무르다 입국이 거부됐다. 우리 외교부와 우크라이나 국방부 등이 미리 손을 썼기 때문이다.

이후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는 그를 폴란드 국경수비대에 인도했지만, 막상 우리 관계당국이 강제로 신병을 인도받을 방법이 없었다. 해외에서는 우리 (군사)경찰이 법을 집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는 와중 A일병은 해당 국경검문소를 떠나 잠적했다.

그는 이후 난민캠프 등지에 머무르면서 자원봉사자 등의 도움을 받아 지내고 있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경지대에 난민들을 도와주는 단체와 캠프 등이 많이 생겼기 때문이다.

물론 그 동안 해병대 군사경찰 파견대(이른바 군탈체포조, D.P.)가 현지에 머무르며 계속 접촉과 귀국 설득을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현지에서 위법 행위를 했다면 폴란드 경찰이 그를 체포해 추방할 수도 있었지만, 그런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A일병은 군사경찰 파견대에 대해 "(부조리를) 신고했을 때 들은 체도 안 하던 사람들이 (탈영하니까) 잡으러 바로 오더라"며 반감을 표하기도 했다.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외교부가 여권에 대한 행정제재 절차에 들어갔지만, 여권 무효화 전에 우편으로 2회 통보를 하도록 규정돼 있어 이것 또한 한 달 정도가 걸린다. 더욱이 폴란드는 솅겐 협정 가입국으로, 이 협약에 가입한 나라들끼리는 서로 국경을 넘을 때 검문하지 않는다. A일병이 다른 나라로 떠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중으로, 난민 등으로 인해 국경 통제가 완벽하게 되지 않는다. 만약 그가 폴란드나 벨라루스 국경에서 우크라이나로 밀입국을 해 현지 민병대 등에 가담한다면 그 때부터는 사실상 찾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러시아군에 포로로 잡힐 경우 외교적으로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현역 군인이기 때문이다.

결국 지인 등이 메신저와 전화통화를 통해 한 달 동안 끈질기게 설득을 계속한 결과, 그는 해병대 군사경찰에 연락해 자수하고 귀국 의사를 밝혔다.

군사경찰은 그를 데려오기 위해 현지에 귀국지원팀을 보냈고, A일병과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뒤 그를 붙잡아 데려가고 있다.

"부조리로 힘들었다, 부사관 지원했다고 기수열외"… 해병대 전방위 진상조사 전망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 대원들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동부 도네츠크주 노보트로이츠케 마을의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점령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군 통제 지역으로 통하는 국경검문소 앞을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 대원들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동부 도네츠크주 노보트로이츠케 마을의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점령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군 통제 지역으로 통하는 국경검문소 앞을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A일병이 탈영 원인으로 지목했던 내무부조리에 대해서는 해병대 1사단, 나아가 해병대사령부 차원에서도 전방위 조사가 진행될 전망이다.

A일병은 지난달 CBS노컷뉴스와 전화통화, 그리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민간인들이 계속 죽어가는 상황에, 군인으로서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한국으로 돌아간다면 처벌은 받겠다"면서도 탈영 원인으로 부조리를 지목했다.

그는 "살기도 막막하고, 미래도 잘 보이지 않고 부대에 부조리는 부조리대로 있어서 너무나 힘들었다"며 "부대에 처음 전입 왔을 때는 선임들에게 예쁨받고 인정받았던 해병이었는데, 부사관을 준비하는 것 때문에 '너는 우리의 주적이니까 그냥 말도 걸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임 중 한 분이 '얘 그냥 기열(기수열외) 처리해라', 투명인간 같은 느낌인데 '너희(다른 병사들이 A일병이랑) 말하다 걸리면 죽여버린다'라는 말을 했었다"며 "솔직히 말해서 부사관을 준비한다는 이유로 당하는 게 좀 억울하기는 하더라"고 덧붙였다.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주적'이란 병 출신 군필자들이 한 번쯤은 들어 보았을 '우리의 주적은 간부'라는 말을 뜻한다. '기수열외'란 기수제로 운영되는 해병대 특유 악폐습으로, 문자 그대로 기수에서 열외시켜 해병대원으로 취급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비슷하게 기수제로 운영되던 과거 전의경 등에서도 이러한 일이 있었지만 대부분 사라졌다.

다만 현역과 예비역 해병대원들은 "해병대에서는 간부가 아닌 병들만이 진정한 해병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현역부사관 임관(속칭 '기리까시')을 하려 한다고 기수열외가 있었다는 데에는 다소 의문을 표하고 있다. 민간부사관이 아닌 병 출신 현역부사관은 병들 사이에서도 대체로 인정받는 분위기라는 얘기다.

해병대사령부는 이에 대한 질문에 "지난 2월 초 본인이 욕설을 당했다고 신고하여 조사 및 수사를 진행했으며, 본인 요구에 따라 타 부대로 전출하였고 관련자는 적법하게 조치할 예정이다"며 "귀국하여 추가 진술을 하면 관련 내용을 수사하여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이제 그가 귀국했기 때문에, 그간 해병대 1사단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전방위 진상조사가 진행될 전망이다. 사단장 직속이라 부조리가 그나마 적다는 본부대대에서조차 "(본부대대로) 전출을 갔는데 (병사 출신) 전문하사로 있던 간부들도 욕을 하더라"고 주장한 내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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