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허삼영 감독. 연합뉴스삼성 허삼영 감독이 '악몽의 7월'을 버티지 못하고 끝내 자진 사퇴했다. 여러 악재가 겹친 탓에 팀은 9위까지 추락했다.
삼성은 1일 "허삼영 감독은 올 시즌 부진한 팀 성적에 책임을 지고 7월 31일 롯데전 종료 후 자진 사퇴의 뜻을 구단에 전해왔다"고 밝혔다. 2일 잠실 두산전부터는 박진만 퓨처스(2군) 감독 대행 체제로 남은 시즌을 이어간다.
허 감독은 2019년 9월 삼성의 15대 감독으로 취임해 지난해 정규 시즌을 2위로 마무리하며 팀을 6년 만에 가을 야구로 이끌었다. 하지만 올 시즌 38승 2무 54패 승률 4할1푼3리를 기록, 9위로 내려앉으며 자존심을 구겼다.
지난 6월 30일 대구 kt전부터 부진에 빠진 삼성은 7월 26일 대구 한화전까지 13경기를 내리 패했다. 13연패는 삼성 구단 역사상 최장 연패 기록이다. 이어 남은 7월 5경기에서 2승 2무 1패를 기록, 7월 한 달간 2승 2무 13패라는 처참한 성적을 거뒀다.
이 기간 삼성의 경기력은 최악이었다. 팀 타율은 전체 5위(2할5푼9리)로 무난했지만, 팀 평균자책점 7.14로 10개 구단 중 가장 낮았다. 선발(6.04)과 불펜(8.49) 모두 최하위에 머물며 크게 흔들렸다. 에이스 데이비드 뷰캐넌은 같은 기간 4경기(18⅓이닝) 4패 평균자책점 8.35라는 처참한 성적을 거뒀다.
불펜진에서는 '끝판 대장' 오승환마저 부진했다. 7월 한 달간 4경기(3⅓이닝)에 출전해 2패 평균자책점 18.90를 기록, 출전한 경기에서 모두 블론 세이브를 허용했다. 직구 최고 구속이 147km에 머물 정도로 장점이던 강속구가 사라졌다.
경기 지켜보는 허삼영 감독. 연합뉴스예기치 못한 줄부상도 성적 부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삼성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주축 선수들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구자욱, 김상수, 양창섭, 김지찬, 이재현, 뷰캐넌, 백정현 등이 부상자 명단에 등재됐다.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진 탓에 허 감독은 라인업에 자주 변화를 줄 수밖에 없었다. 올 시즌 88개의 라인업을 사용한 삼성은 롯데(90개) 다음으로 많은 라인업 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다양한 라인업은 오히려 심각한 불균형을 자초했다. 여러 악재가 겹쳐 9위까지 추락해 허 감독의 지도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시즌 6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하며 통산 8회 우승에 빛나는 야구 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했지만, 올 시즌에는 성적 부진에 대한 비판을 면치 못했다.
투수 출신인 허 감독은 1991년 삼성 고졸 연고 구단 자유계약 선수로 입단해 5년간 현역으로 뛰었다. 하지만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일찍 마친 그는 1996년 훈련 지원요원으로 삼성에 입사했고 1998년부터 전력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전력분석팀장과 운영팀장을 겸임한 허 감독은 구단이 추구하는 데이터 야구의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감독 부임 후 첫 시즌이던 2020년에는 8위에 머물렀지만, 이듬해 2위로 팀을 플레이오프에 올려놓으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올 시즌 팀의 추락을 막지 못한 허 감독은 30년 넘게 몸담은 삼성과 인연을 마무리했다. 계약 기간 3년을 모두 채우지 못한 채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사령탑에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