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재난은 정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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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이상민 장관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사퇴의사 없음을 거듭 확인
사퇴 여부를 떠나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 장관에 대한 비난 여론 높아
사태 초기 이 장관 책임 거론 했던 여당에서도 이 장관 옹호
158명이 숨진 참사가 정치적으로 변질되면서 본질은 사라지고 정쟁만 남은 모습
해결 잘하면 의원될 수도 있다는 취지의 정운천 의원 발언 아연실색
세월호 사고 책임지지 않았던 정부 거센 국민적 저항에 부딪쳤던 사실 잊지 말아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종민 기자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종민 기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책임론을 두고 공방이 한창이다. 참사 초기에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 대한 책임론이 여당 내부에서도 강하게 제기됐지만, 서서히 분위기가 바뀌면서 이 장관을 옹호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상민 장관으로서는 피하고 싶겠지만, 예결위가 한창 진행 중인 국회에 출석하지 않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야당의 공세는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이 장관은 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장관직에서 물러나야만 사태의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안전을 책임지는 국무위원으로서 이 장관의 태도와 대응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사고 초기 '경찰과 소방이 나선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는 취지의 발언은 자신에게 돌아올 책임추궁을 벗어나기 위한 '법률가'적 해석과 대응이었다.


부실대응에 대한 사과나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가 아니라 이 사안이 법률적으로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무한책임을 지는 공무원으로서의 자세도 아닐 뿐더러 위헌적 발상이다. 또한 이 장관의 이중적 태도 역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계속되는 야당의 공세에 "경찰을 지휘, 감독할 책임이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불과 5개월전 여론의 강력한 반발에도 경찰국을 신설하면서 경찰에 대한 지휘와 감독할 법적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폈던 사람은 다름 아닌 이 장관이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6월 '경찰제도 개선자문위원회' 권고안에 대한 행안부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6월 '경찰제도 개선자문위원회' 권고안에 대한 행안부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경찰의 수사는 일선 경찰과 소방 공무원들의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총경급 정도의 간부를 대상으로는 강력한 수사가 펼쳐 지고 있지만 최고 책임자인 경찰청장에 대한 수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한 참사 당일 '앉지 조차 않고 현장을 뛰어다닌' 용산 소방서장은 수사 대상이 됐다.

소방공무원 노조는 자신들의 상관인 이 장관을 직무유기와 과실치사 혐의로 고발했다. 직무유기가 법률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이성적인 판단이었다면, 과실치사는 법률적이라기 보다는 격한 감정이 담겨있는 문제제기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장관의 잘잘못을 떠나 핼러윈 참사에 대한 책임공방은 이제 정치적으로 변질된 모습이다. 여기에는 여야 정치권은 물론 청와대와 일선 공무원들까지 이 문제에 깊이 개입하게 됐다. 문제가 이렇게 얽히고 섥히게 되면 결국 문제의 본질은 사라지고 혼탁한 싸움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세월호 참사가 떠오르는 것은 이 참사의 희생자들이 비슷한 또래의 젊은이들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 참사의 책임을 두고 박근혜 정부는 이 사태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책임자 처벌보다는 '희생양'을 찾아 나섰고,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족들의 목소리에는 어느새 이념의 굴레가 씌워지는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이 이상민 장관을 향해 "(해결하고) 나오시면 저처럼 국회의원도 되지 않나"고 발언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정운천 의원이 이상민 장관을 향해 "(해결하고) 나오시면 저처럼 국회의원도 되지 않나"고 발언했다. 윤창원 기자
14일 예결위에서 이뤄진 정운천 의원의 발언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해결하고) 나오시면 저처럼 국회의원도 되지 않나". 강선우 민주당 의원은 이 발언을 두고 "158명이 희생된 참사를 입신양명의 기회로 삼겠다는 것이냐"며 비난했다. 정 의원 발언의 진의는 아마도 '버티면 된다'일 것이다.

류영주 기자·황진환 기자류영주 기자·황진환 기자
사고 책임도 진상규명도 아무 의미 없고, 이 사건이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장관이 '버텨주기'를 기대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면 '버텨준' 이 장관에게 응분의 보상이 주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참사와 재난이 정치적으로 변질된 순간 슬픔은 유족과 국민들의 몫으로 남게 될 것이 분명하다. '버티면' 해결될 것이라는 여당 의원의 발언은 이 문제를 야당의 정치적 공세로 전환시키겠다는 여당과 권력 핵심의 의지이자, 다른 '희생양'을 찾아 책임을 지우면 끝날 것이라는 정치적 판단이 작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지난 1일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유실물센터에 유실품들이 놓여 있는 모습(왼쪽)과 '세월호' 침몰 사고 이틀째인 지난 2014년 4월 17일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이 링거 주사를 맞고 있는 모습(오른쪽). 류영주 기자지난 1일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유실물센터에 유실품들이 놓여 있는 모습(왼쪽)과 '세월호' 침몰 사고 이틀째인 지난 2014년 4월 17일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이 링거 주사를 맞고 있는 모습(오른쪽). 류영주 기자
그런데 재난은 정치가 아니다.  재난을 정치적으로 악용했던 어떤 정부가 국민들의 저항으로 어떤 사태를 맞았는지 우리는 경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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