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이 차벽으로 막혀 있다. 류영주 기자내란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하다 대낮에 철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주말에도 영장 재집행에 나서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윤 대통령 관저에는 철조망이 설치되고 장애물 설치도 이뤄졌다.
공수처의 실기(失期)에 경찰 내부에선 "답답하다"는 반응이 터져 나온다. "권한을 부여한 영장을 들고도 그냥 돌아온 것은 망신"이란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만료일을 하루 앞둔 5일에도 공수처는 영장 재집행, 영장 기한 연장, 사전 구속영장 청구 등 여러 가능성을 검토했다.
공수처는 지난 3일 처음 시도한 영장 집행이 경호처의 반발로 막힌 이후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주말 동안 수사관들에게 대기 명령이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날 오후 해제됐다고 한다.공수처가 움직이지 않은 주말 사이 윤 대통령 관저에는 철조망이 설치되는 모습이 포착됐다. 첫 집행 당시 길을 막았던 버스 등도 추가 배치됐다.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된 박종준 경호처장은 경찰의 출석요구에도 불응하더니 이날은 더 나아가 "사법 절차에 대한 편법, 위법 논란 위에서 진행되는 체포 영장 집행"이라며 "이에 응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판단했고, 이러한 판단에 오류가 있다면 어떠한 사법적 책임도 감수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대통령 관저가 요새화 되면서 공수처와 공조 중인 경찰 내부에서조차 공수처를 향해 답답하다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공수처가 시기를 놓쳐 집행 과정에서 부담 요소만 더 늘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시간이 갈수록 (집행에)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경찰은 첫 체포영장 집행 당시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인력 120명을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경호처 직원들과의 몸싸움도 일어났다.
경찰은 집행을 방해하는 경호처 직원들을 카메라 등의 장비로 채증하기도 했다.경찰은 관저 외곽에는 45개 기동대, 약 2700명의 경찰을 배치해 집회를 관리했다. 하지만
공수처가 오후 1시 30분, 대낮에 철수를 결정하자 경찰 내부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대설특보가 내려진 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 집행을 반대하는 집회가 계속되고 있다. 류영주 기자특히 경찰이 현장에서 박종준 경호처장을 현행범 체포하려고 했지만 공수처가 이를 막아선 것으로도 드러났다. 이에 대해 공수처는 "당시 대치 상황, 현장 인원 등을 감안해 종합적인 판단으로 내린 조치"라고 해명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당시 집행에 참여했던 경찰들은 적극적으로 집행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공수처가 현장에서 자제시키며 미온적으로 대응했다"며 "이후 철수가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경찰은 "체포만 봤을 때, 실효성만 따졌을 때 경찰에 맡기면 금방 끝날 수 있는 사안이었다"며
"체포하는데 장애물이 되는 것은 모두 제거할 수 있는 권한을 영장이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집행하러 나섰는데 되돌아온 것은 망신"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찰은 수사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특화돼 있어 경찰에 맡기면 되는 것이었다"며 "결국 공수처의 태도에 달려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법원은 윤 대통령 체포·수색영장에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 적용은 예외로 한다'는 문구를 적시함으로써 군사상·공무상 비밀을 이유로 압수수색을 거부해 온 경호처의 방어논리를 무력화 했다.
이에 더해 법원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에 법적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재확인하면서 영장의 효력은 극대화 된 상황이다. (관련기사: [단독]법원, 尹 이의신청 기각…"형사소송법 110조 제외 타당")앞서 윤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위법하다며 이의신청을 냈지만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마성영 부장판사)은 이를 기각했다.
법원은 윤 대통령 측이 문제 삼은 '체포영장 내 형사소송법 110조·111조 제외 판단'에 대해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마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발견을 목적으로 하는 수색의 경우에는 같은 법 제137조가 적용되며, 그 경우 같은 법 제110조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쉽게 움직이지 않는 공수처를 두고 "좌고우면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비판이 수사기관 안팎에서 제기되는 가운데
경찰은 박종준 경호처장과 김성훈 차장 등 경호처 간부 4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하고 출석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