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하려 한다는 움직임이 포착돼 정부가 발칵 뒤집어졌다. 미국이 기존에 지정한 민감국가에는 중국, 북한, 시리아, 이란 등이 포함돼 있어, 일각에서는 '우리가 북한이나 이란과 동급이냐'는 불쾌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미국과의 동맹을 강조하는 한국이 민감국 리스트로 언급되는 배경과 함께 당국의 뒤늦은 대처까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북한‧중국 포함된 '민감국가'…韓 오르면 동맹국 사상 초유
민감국가(Sensitive Country)는 정책적 이유로 특별한 고려가 필요한 국가를 뜻한다. 미국 에너지부 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국가안보 △핵 비확산 △테러지원 등을 이유로 민감국 리스트가 만들어지는데, 이 리스트는 에너지부 산하 정보기구인 정보방첩국(OICO)이 관리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그간 미국이 민감국가로 규정했던 나라는 북한‧중국‧러시아‧이란‧시리아 등이다. 이 중 북한과 이란은 민감국가 중 '테러지원국'으로도 분류된다. 모두 미국의 적대국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만약 한국이 민감국가 리스트에 오른다면 동맹으로서는 초유의 일이다.
원자력‧AI 등 산업재편 한국에 타격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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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국가로 분류되면 가장 직접적으로 원자력‧인공지능(AI)‧양자과학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과의 교류가 까다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의 연구협력에서 국가 안보와 관련된 기술을 공유하는 것이 제한될 수 있고, 인력교류와 공동연구 등에도 걸림돌이 생길 수 있다.
반도체와 AI 등 첨단기술을 중심으로 산업 재편을 모색하며 주요국들과 기술경쟁을 펴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한국은 과학기술분야 국제협력 중에서도 우방국인 미국과의 협력을 강조해왔는데 이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핵비확산과 핵무장론 충돌? "확정 아냐…상황 파악중"
아직 미국이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하려는 배경에 대해 명확히 알려진 바는 없다. 다만 최근 한국에서 대두되는 핵무장론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국내 정치권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핵 역량 확대와 핵무장 필요성 등의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는 실정이다.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미국의 민감국가 지정이 아직 확정된 단계는 아니라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조태열 외교부장관은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감국가 분류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며, 비공식 제보를 받고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우리가 문제제기를 해서 미국 에너지부에서 다시 사안을 파악하고 있다"며 "미국도 관련 경위와 배경을 설명해 줄 사람이 아직 없고, 내부적으로 상황이 파악된 다음에 저희에게 의논을 해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직 미국 측으로부터 민감국가 지정에 대한 명확한 사실관계 확인조차 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일각에선 미국도 우리나라와의 기술 협력이 필요한 만큼 타격이 적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다만 미국의 민감국가 지정 검토 움직임을 공유 받지 못한 정부 대처에 대한 지적은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