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총괄사장이 8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열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래비전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화시스템 제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에어로)가 8일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전례 없는 3조 6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추진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면서 주주배정 유상증자 규모를 기존 3조 6천억원에서 2조 3천억원으로 줄이고, 1조 3천억원은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 등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보유한 한화에너지 등 계열사가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한화에어로 안병철 전략총괄 사장은 이날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에서 진행된 설명회를 통해 "유상증자 논란을 통해 반성을 뼈저리게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안 사장은 이어 "따가운 질책과 뼈아픈 지적을 많이 받았다. 주주들, 시민단체, 정치권, 정부당국 지지를 받지 않고 (유상증자를 당초 계획대로) 밀어붙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시장의 오해를 불식시키고 금융 당국의 요청을 반영하기 위한 주주 친화적인 방안을 다양하게 검토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결정은 유상증자 규모를 당초 발표했던 3조 6천억원에서 2조3천억원으로 줄이고, 감축분은 한화에너지 등 계열사가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충당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앞서 지난 2월 한화에어로가 한화에너지 등으로부터 한화오션 지분을 1조 3천억원에 매입했는데, 한화에너지 등이 같은 금액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안 사장은 "주주배정 증자는 15% 할인율이 적용되지만 제3자 배정 유증은 할인 없이 진행한다"며 "소액주주에게 불리하지 않도록 구조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어 "1조 3천억원을 한화에너지가 한화에어로에 되돌리는 것은 경영진과 이사가 논의하고 있다"며 "법률적, 경영적으로 이슈가 있는지 살펴본 후 진행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제3자 배정 유증은 이달 20일~21일쯤 열릴 이사회에서 확정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앞서 한화에어로는 한화에너지 등 총수 일가가 지배하는 회사에 보유 현금 대부분(1조 3천억원)을 주고 한화오션 지분을 신규 매입한 직후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논란 초기, 한화 그룹은 "과정에 문제가 없다"며 정면 돌파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한화에어로 이사회가 한화오션 지분 매입을 결정할 당시 직후 단행될 유상증자 계획을 전혀 알지 못했고, 유상증자 이사회 직전엔 사외이사를 상대로 사전설명회가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사실이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드러나면서 유상증자 당위성을 두고 비판이 커졌다.
(관련기사: [단독]한화에어로 이사회, 총수家 1.3조 줄 때 이후 유상증자 계획 몰랐다, [단독]한화에어로, 3.6조 유상증자 직전 '1시간' 설명회 개최) 이번 유증이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지난달 31일 보유 중인 ㈜한화 지분의 절반을 세 아들에게 증여해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한화에어로 측에 △유상증자 추진 이유 △증자 시점 및 자금 사용 목적의 검토 여부 △증자 전·후 한화그룹 계열사의 지배구조 재편과 증자 연관성 등을 상세히 기재할 것을 주문하며 유상증자 증권신고서를 반려했으며, 한화에어로는 11일 만인 이날 정정신고서를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