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길 구세군 서울제일영문에서 2025 한국기독교 부활절맞이 감사와 소망의 밤 행사를 가졌다. 송주열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회장 조성암 대주교·총무 김종생, 이하 교회협의회)가 사회적 약자와 함께 부활의 소망과 기쁨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교회협의회는 20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길 구세군 서울제일영문(교회)에서 부활절 맞이 '감사와 소망의 밤'을 가졌다.
구세군 서울제일영문은 1908년 설립 된 한국 구세군 첫 교회로 구세군 선교의 역사와 신앙 전통을 간직하고 있다.
교회협의회는 올해 부활주일이 장애인의 날과 겹치면서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문화의 밤으로 준비했다.
부활절 맞이' 감사와 소망의 밤'에는 관현맹인전통예술단, 미라클보이스앙상블, 서울농아감리교회 할렐루야찬양대, 서울디아스포라 댄싱팀이 주님의 부활을 찬양하는 공연에 나서 박수 갈채를 받았고, 구세군 브로스 브라스밴드가 특별했던 부활절 맞이 대미를 장식했다.
부활의 기쁨을 노래하는 공연팀. 관현맹인전통예술단과 미라클보이스앙상블, 기감 서울농아교회 할렐루야 찬양대, 서울디아스포라 댄싱팀이 공연을 펼쳐 박수갈채를 받았다. 송주열 기자
2025 한국기독교 부활절 맞이 '감사와 소망의 밤'은 한국YWCA연합회 조은영 회장(교회협 부회장)과 수화통역 서미례 목사가 함께 진행했다.
"하늘에 계신 우리 하나님, 그 이름이 우리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로부터 존중을 받으시며, 차별이 없는 하나님 나라가 속히 오게 하시며, 손상이 장애가 되지 않고 장애가 불이익을 가져오지 않는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는 이미 이루어진 것 같이, 이제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옵소서." 감사와 소망의 밤은 하나님'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기도'로 시작했다. 전 장애인복지선교협의회 회장 이계윤 목사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별이 없는 세상을 간구하며 기도문을 읽어 내려갔다.
교회협의회 회장 암브로시오스 조성암 대주교(한국정교회)는 부활의 메시지를 통해
"우리가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을 증명하는 길은 오직 이웃 사랑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며,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 희생을 통해 우리가 모든 이웃을 사랑해야 하는 기준을 보여주셨다"고 말했다.
고난 받는 현장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 김란희 세종호텔 정리해고 노동자(윗쪽)와 김경학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아래)이 이야기 하고 있다. 송주열 기자고난 받는 사회적 약자들을 초청해 현장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앞서 교회협의회는 부활절을 준비하는 사순절기에 정의와 평화 순례를 통해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세종호텔 장기농성 노동자,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을 만나 부활의 소망을 나누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29년 일하던 직장에서 하루 아침에 부당 해고를 당한 세종호텔 노동조합 김란희 조합원은
"햇수로 4년 째 복직 투쟁에 나서고 있다"며, "올해 2월 13일 부터는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사측에 고공 농성으로 투쟁하면서 우리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김란희 조합원은 복직 투쟁을 하는 조합원이기 전에 성도로서 기도를 부탁했다.
김란희 조합원은
"3대 째 기독교 집안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지만, 해고 당시나 지금도 하나님의 마음을 알 수 없어 슬프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란희 조합원은
"개신교대책위원회의 많은 교회들이 고통 받고 슬픔을 당한 이들과 함께 해주고 있어 감사하다"며, "복직 투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기억하고 함께 기도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부활 소망을 전했다.
지난 해 연말 179명의 생명을 앗아간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의 증언도 이어졌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딸과 사위를 잃은 광주 시민 김경학(62세) 씨는
"연말에 참사를 당하고 100일이 조금 넘었지만 탄핵 정국에 묻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원하는 우리들의 목소리가 묻혀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아직도 무안공항에는 20-30명의 유가족이 공항을 지키고 있다는 말도 전했다.
김경학 씨는
"7월 1일부터나 특별법이 발효된다고 하는데 그 안에는 진상규명이나 책임자 처벌이 없어 유가족들의 슬픔과 고통이 분노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을 향한 '시체팔이' 막말과 지역 혐오 발언으로 인한 고통도 이야기했다.
김경학 씨는
"희생자의 83%가 전라남도 광주 사람들인데 우리들을 향해 '시체팔이'한다고 하고, 무안공항이 민주당 공항이라는 등 어처구니없는 막말을 하는 사람들 때문에 견디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3대 째 가톨릭 신자 집안이라고 소개한 김경학 씨는
"같은 유가족인 임의진 목사가 부활절 기도문을 올려주셨는데 다 읽지 못하고 울었다"며, "전라도에 갇혀 있고 공항에 갇혀 있는 우리들의 심정을 이해해주고 기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두시 간동안 진행된 부활절 맞이 감사와 소망의 밤은 예수그리스도의 부활과 부활 신앙의 삶의 의미를 깨닫는 시간이 됐다. 송주열 기자부활 맞이 감사와 소망의 밤 참석자들은 고난받는 이들의 현장 이야기 나눔에 귀 기울이며 희망을 주는 교회로 나아가자는 다짐을 재확인했다.
교회협의회는 지난 해 선언한 '교회협 100주년 사회선언'을 상기하는 시간을 갖고, 세상의 가장자리,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되는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하며 절망하는 세상의 길잡이가 되기를 거듭 다짐했다.
교회협의회 김종생 총무는
"절망이 희망보다 더 가까워 보이는 이 시대, 분열과 증오가 평화를 위협하는 이 사회 속에서 교회는 침묵하거나 물러서는 존재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종생 총무는
"교회는 기쁨과 담대함으로 부활을 증언하는 공동체로 서야 한다"며, "부활을 선포하는 것은 죽음의 권세에 대한 거룩한 저항이며, 상처 입은 세상을 향해 치유의 손을 내밀고 용서와 회복의 사랑을 삶으로 증언하는 희망의 발걸음"이라고 말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회일치와종교간대화위원회(위원장 최준기 성공회 사제)가 전체 기획한 '2025 한국기독교 부활절 맞이 감사와 소망의 밤'은 두 시간 동안 진행됐으며, 예수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 부활 신앙으로 살아가는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시간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