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양재본사 사옥. 현대차그룹 제공현대자동차그룹 내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모두 올해 1분기 매출 기준 역대 최대를 달성했다.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그룹 내부에서는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오는 2분기부터는 미국의 관세 영향권 안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분간은 재고를 활용한 미국 시장 판매 가격 동결로 대응할 방침이지만, 이후 관세 등을 가격에 반영할 경우 경우 실적에 타격이 예상된다.
현대차·기아 1분기 역대 최대매출…친환경차 등 판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현대차는 매출 44조4078억원, 영업이익 3조633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2%, 2.1%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8.2%로 집계됐다.
기아도 매출 28조175억원, 영업이익 3조86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6.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2.2% 줄었다. 영업이익 감소는 지난해 인센티브 등으로 인한 기저 영향이라는 게 기아 측 설명이다. 영업이익률은 10.7%로 높게 나타났다.
이런 호실적은 친환경차와 SUV 등 고수익 차종 판매 비중이 증가한 덕분이다.
현대차의 경우 글로벌 시장 판매가 전년 대비 0.6% 줄었지만, 친환경차 판매와 미국 판매가 급증하면서 약 10%의 매출 증가를 견인했다. 친환경차 판매량은 38.5% 증가했는데, 특히 수익성이 높은 하이브리드(HEV) 판매량이 39% 늘어 실적을 끌어올렸다.
기아도 친환경차 판매가 전년 대비 10.7% 늘었다. 특히 전기차 판매가 27% 증가했다. 전체 중 친환경차 판매 비중이 1.5%p 상승한 점도 눈에 띈다.
아울러 환율 상승도 실적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이르면 2분기 수요 둔화 우려…"벌써 4월 수출 감소 조짐"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다만 2분기부터는 현대차그룹의 실적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의견이 업계에서 나온다.
가장 큰 위험요소는 트럼프 대통령 발 관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3일부터 수입 자동차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여기에 다음달 3일부터는 자동차 부품에 대해서도 별도 관세를 추가로 매기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그룹은 미국 내 현지 생산을 연간 120만대까지 끌어올리면서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이번 1분기 실적 호조도 관세 영향을 피하기 위한 선반영이 이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판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에서 관세 발효 전 선구매 물량이 이번 실적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지난 3월 미국에서 9만4129대를 판매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3.7%나 증가한 수치다. 관세 부과 이후에는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관세 부과 이후 현대차와 기아의 연간 영업이익률이 1.8%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신용평가 성호재 기업평가본부 실장은 24일 무디스·한신평 공동 웹세미나에서 "2분기부터 25% 관세 부과가 지속되고 리스크 대부분을 현대차·기아가 흡수하는 보수적 시나리오를 가정했을 때 양사의 올해 합산 영업이익률은 약 1.8%포인트 낮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향후 미국 내 판매 차량의 가격이 상승할 경우 수요가 둔화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축적한 재고를 활용해 당분간 가격 인상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하반기쯤에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 경우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실적이 내려갈 가능성이 있어 현대차그룹도 내부적으로 비용을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맬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무역협회 장상식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관세 영향이 반영된 이번달 통계를 보면 자동차 수출이 20일 기준 벌써 감소하고 있다"며 "선구매 수요가 1분기에 몰리면서 2분기부터는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 생산지 조정·현지 신차 판매로 대응
이에 현대차그룹은 생산지를 유연하게 조정하고 신차 판매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 이승조 재경본부장 부사장은 24일 컨퍼런스콜에서 "(관세 증) 외부 변수에 의존하지 않고 내부 역량을 집중해 체질 개선의 모멘텀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기아 김승준 재경본부장도 25일 컨퍼런스콜에서 "당장의 가격 인상보다는 시장 수요를 고려해 어떻게 하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지 신중하게 접근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특정 공장의 물량을 관세가 낮거나 아예 없는 다른 공장으로 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아의 경우 기존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던 투싼을 HMMA(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 생산으로 변경했다. HMMA에서 생산해 캐나다로 수출하는 물량은 멕시코 공장으로 넘기기도 했다.
이와 함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 고수익 차량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디 올 뉴 팰리세이드 △디 올 뉴 넥쏘 △더 뉴 아이오닉 6 등 신차를 쏟아내고 있다. 기아도 픽업트럭 타스만과 목적기반모빌리티(PBV) PV5 등으로 판매를 다변화 중이다.
관세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한다. 현대차는 지난달 '관세 대응 태스크포스'를 발족했다. 이를 통해 부품 조달을 미국 내에서 현지화하는 방안 등을 추진 중이다. 이 부사장은 "(부품) 현지화 우선순위 리스트를 수립하고 현재 현지 공급 업체를 신규 발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