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새 미니앨범 '파트 오브 미'를 지난 24일 발매한 가수 바비킴. 어트랙트 제공1994년에 밴드 '닥터 레게'로 데뷔했지만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2001년에는 그룹 '부가킹즈'로 재기를 꿈꿨다. 이름을 알릴 기회는 그로부터 3년이 지나고 나서 찾아왔다. 두 번째 정규앨범 '비츠 위딘 마이 소울'(Beats Within My Soul)의 타이틀곡 '고래의 꿈'(Falling In Love Again)으로 첫 히트곡이 생겼다. 음원 차트는 물론 노래방 차트에서도 크게 사랑받은 '사랑‥그 놈'은 바비킴의 어엿한 대표곡이 됐다. 이 곡의 성공으로 집도 마련했다.
처음 가요계에 발을 디딘 1994년을 데뷔 연도로 따지면 벌써 지난해 30주년을 맞았지만, 정작 바비킴은 그렇게 긴 시간이 흐른 것을 잘 못 느낀다고 전했다. 앨범 단위로는 6년 만의 신보 '파트 오브 미'(PART OF ME) 발매를 앞둔 지난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에서 "날씨가 좋아서 기분 좋다"라고 인사한 바비킴은 "30년이 후다닥 지나가 버린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실물 음반을 오랜만에 내는 데는 여러 가지 상황이 달라진 영향이 있었다. 만드는 기간이 길어졌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도 있었고, 그사이 결혼해 '3년 차'가 되었다. 타인과 가정을 꾸리고 사는 것은 생각보다 더 큰 변화를 동반했다. 주로 밤에 음악 작업을 했던 그는 아내와 함께 살면서 규칙적인 생활을 시작했다. 자연히 작업 시간은 낮이 됐다. 그렇게 되기까지 적응 기간을 거쳐야 했다.
바비킴은 최근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어트랙트 제공좀처럼 어디 돌아다니기가 쉽지 않았던 코로나 팬데믹 시기, 바비킴은 곧잘 산책을 했다. 산책하면서 녹음해 둔 것들이 이번 '파트 오브 미' 앨범의 단초가 됐다. '나의 일부'라는 뜻의 앨범명처럼, '파트 오브 미'는 일상 속 소중한 순간들과 깊은 감정을 다채로운 장르와 풍부한 감성으로 그린 작품이다.
5곡의 주제가 전부 '사랑'과 관련돼 있다. 바비킴 공전의 히트곡 '사랑‥그 놈'을 작사·작곡한 절친한 선배 가수 박선주가 작사한 '사랑을 흘리다…그리고 3일'이 타이틀곡이다. 사랑, 이별, 후회의 복합적인 감정을 서정적으로 표현했다. 드럼, 베이스, 기타,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 실제 악기 연주를 더해 한층 더 풍성한 음악이 탄생했다.
회사의 판단으로 타이틀곡이 됐다. 바비킴은 "저는 항상 회사 스태프들에게 모니터하게 한 다음 가장 타이틀곡 같은 걸 고르게 한다"라며 "어떻게 보면 (제가) 전형적인 발라드는 자주 쓰는 편이 아닌데, 이번 것은 아무래도 제가 여태까지 쓴 발라드 중 가장 업그레이드됐다"라고 소개했다. 그는 "코드 진행이나, 제가 멜로디 만들면 훅 위주로 반복됐는데 이번엔 멜로디에 업다운이 많이 됐다"라고 부연했다.
이번 앨범 타이틀곡은 가수 박선주가 작사한 '사랑을 흘리다…그리고 3일'이다. 어트랙트 제공처음 제목은 '사랑을 흘리다'였으나 박선주의 제안으로 '…그리고 3일'을 붙였다. 바비킴은 "왠지 선주 누나가 이걸 잘 표현할 것 같았다. 제가 말도 안 되는 영어로 데모(임시 곡)를 만들었을 때, 누나가 영어도 조금 하고 발라드를 훤히 잘 알고, 저도 잘 알기 때문에 맡겼다"라고 말했다.
다른 곡도 바비킴을 잘 아는 이들에게 작사를 부탁했다. '모닝 루틴'(Morning Routine)은 에픽하이(Epik High) 타블로가, '정리'는 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 개코가 썼다. '달빛 세레나데'는 손주영과 부가킹즈의 주현우(주비트레인), '사는게 그저 다 농담 같아'는 함경문이 각각 작사했다.
바비킴은 "제가 아직도 (한국어 작사에) 서투르기 때문에… 특히 발라드 같은 경우는 한국말로 표현하면 약간 시적인 면도 필요한데 제가 그런 면이 서투르다. 제가 스토리를 생각해서 만들고 그걸 설명하면, 내가 어떤 표현을 하려고 하는지를 아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제 노래 가사를) 써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1994년 가요계에 데뷔한 바비킴은 올해 31주년을 맞았다. 어트랙트 제공지난달 21일 선공개한 '모닝 루틴'은 로파이 소울 장르로 바쁜 일상에서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나누는 느긋하고 낭만적인 순간을 담은 곡이다. 바비킴은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라고 전했다. 결혼 전후 가장 달라진 루틴이 무엇인지 질문하자 바비킴은 "욱하는 게 없어졌다. 모든 면에서 겸손해졌고 많이 얌전해졌다. 혼자 살 땐 몰랐는데 결혼한 뒤에 내 단점을 알게 되더라"라고 털어놨다.
가장 밝은 곡은 '달빛 세레나데'다. 달빛 아래 피어나는 사랑의 설렘과 운명처럼 찾아오는 로맨스를 경쾌하게 표현한 레게 장르 곡이다. 이 곡은 아버지 김영근씨가 트럼펫 연주로 참여해 의미가 더 깊다. 바비킴은 "저희 아버지한테도 (이 곡은) 새로운 도전이었다"라며 "제 대표곡이라고 생각하는 '고래의 꿈'에도 아버지가 트럼펫 피처링해 주셨고 그 노래로 무명 시절에서 벗어났다. 벌써 21년이나 됐다"라고 돌아봤다.
비록 시간은 더 걸렸지만, 오랜만에 내는 앨범 수록곡 전 곡을 직접 작곡한 이유가 있다. 싱글은 외부에서 곡을 받을 때도 있고, 드라마 OST는 가창만 참여하기도 하지만 "내 음악을 할 때는 내가 표현하고 싶은 걸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다고. 그는 "옛날에는 편곡까지도 했는데 (요새는) 더 잘하는 후배들한테 맡긴다"라고 부연했다.
오랫동안 신곡을 기다려 온 팬들이 이번 앨범을 어떻게 들어주길 바라는지 묻자, 바비킴은 "잔잔한 노래들이라서 좀, 편하게 따뜻하게, 배경 음악처럼, 뭘 할 때 내 음악을 들어줬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가수 바비킴. 어트랙트 제공
앞으로는 새 앨범을 내는 주기가 짧아질까. "빨라질 거다"라고 즉답을 내놓은 바비킴은 "회사에도 미안했는데, 신보를 내면 3~4년 뒤에 내고 기간이 되게 길었다. 근데 요즘 음반 시장 자체도 바뀌었고…"라며 "그다음 신보도 준비하고 있다. 팬들한테도 더 빨리빨리, 안 기다리게끔 다음 작품도 들려주고 콘서트도 자주 하고 그럴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공연, 올해는 꼭 해야겠죠"라고 덧붙였다.
데뷔한 지 올해 31주년을 맞은 바비킴은 지금도 꾸준히 연습한다. 그는 "목을 사용 안 하거나 연습 안 하고 노래 안 부르면 굳어가지고 거기서부터 내리막길이다. 그래서 매일, 기회만 있으면 연습을 1시간 넘게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고음을 내는 가수가 아니지 않나. 다만 늙어도 (목이) 상하지 않게 그런 엑서사이즈(훈련)를 한다. 효과가 있다"라고 전했다.
오랜 시간 가수를 하면서 '이 일을 하기 잘했다'라고 느낀 적을 질문하니, 바비킴은 "음악하면서 스트레스 없다고 생각하면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스트레스 엄청 많이 받으면서 한다"라면서도 " 무대에 서는 순간, 방송이면 방송, 행사 30분 그 무대에 서는 순간에 치료가 된다. 노래 부르면서. 그 무대를 내려왔을 때는 '아, 이 직업을 선택하길 잘했다' 하고 그게 계속 30년 간 거 같다"라고 바라봤다.
'사랑‥그 놈'처럼 노래방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지 않냐는 말에, 바비킴은 "10위 안에만…"이라고 하다가 이내 "1위 했으면 좋겠다"라며 웃었다. 그는 "늘 활기찬, 나이가 들어도 되게 활기찬 감정을 갖고 놀 수 있는 그런 음악과 가수가 됐으면 한다"라며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콘서트 통해서 팬들을 만나 뵀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바비킴의 새 미니앨범 '파트 오브 미'는 지난 24일 저녁 6시에 발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