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지식하우스 제공 전 세계 교육 현장에서 아이의 '기분'을 우선하는 태도가 표준처럼 자리잡은 시대, 그 부작용과 구조적 위기를 집요하게 추적한 책 '부서지는 아이들: 다정한 양육은 어떻게 아이를 망치는가'가 출간됐다.
저자 애비게일 슈라이어는 미국의 저널리스트로, 사회 구조와 교육·정신 건강 분야에서 벌어지는 급격한 변화들을 취재해온 인물이다. 그는 이 책에서 수백 명의 부모, 교사, 청소년, 정신건강 전문가와의 심층 인터뷰를 바탕으로 '다정함'이라는 이름 아래 놓치고 있는 양육의 본질을 되묻는다.
슈라이어는 부모와 교사, 전문가들이 아이의 감정을 최우선에 두는 과정에서 훈육, 규율, 책임, 절제 같은 오래된 가치들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혼내는 대신 이해하려 하고, 틀린 것을 말하지 않으며, 제재보다 배려를 택하는 교육은 아이를 해치지 않는 듯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아이의 회복력을 빼앗고 있다"는 게 그의 문제의식이다.
책에 따르면, 실제 미국의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가 학생을 직접적으로 지적하는 일이 사라지고 있다.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오답에 빗금을 긋지 않으며 '감정 체크인'이 수업의 첫 과제가 된 교실도 있다. 문제 행동을 하는 학생 역시 '정서적 배려'의 대상이 되며 규율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부모의 태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녀가 조금이라도 불편해하지 않도록 사소한 것까지 해결해주는 '과잉 배려'가 일상이 되었고, 자율과 선택을 강조한 나머지 부모는 권위를 내려놓고 조율자가 아닌 동조자 역할에 머무른다.
슈라이어는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불편을 이겨낼 내적 자원 없이, 작은 스트레스에도 무너지는 '연약한 금쪽이'"로 자라난다고 지적한다.
더 나아가, 양육의 주도권이 정신건강 전문가나 교육 컨설턴트에게 '외주화'되는 현실도 비판한다. 혼란과 사춘기를 겪는 아이에게도 쉽게 정신과 진단이 내려지고 약물이 처방된다. 아이는 스스로 문제를 풀어가려는 힘을 기르지 못한 채, 불편한 감정을 '고쳐야 할 병'으로 여기는 법만 익힌다.
이 책은 단지 부모 개인의 양육 태도만을 겨냥하지 않는다. 아이의 모든 행동을 '정서적 신호'로만 해석하는 사회, 감정적 예외를 제도화하는 교육, 회복보다 진단과 면제에 집중하는 문화 전체에 대한 고발이기도 하다.
"감정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믿음이, 결국 감정을 견디지 못하는 세대를 만들어냈다"는 통찰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문제의식이다.
'부서지는 아이들'은 부모와 교사, 교육자, 상담사 등 아이를 마주하는 어른들에게 다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정말 아이를 사랑한다면, 언제 그 곁에서 한 발 물러나야 하는가?"
애비게일 슈라이어 지음 | 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43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