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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사법이 정치를 집어 삼키려고 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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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와 조희대 대법원장. 연합뉴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와 조희대 대법원장. 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의 정치 행동은 일단 일단락을 지었다. 서울고법 파기 환송심이 5월 15일 예정된 재판을 대선 이후로 연기시킨 것은 현 단계에서 가장 현명한 결정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만일 파기환송심의 결정이 없었다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정당과 사법, 국민과 법원이 정면 충돌을 벌이는 초유의 사태가 어디로 흘러갔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조희대 대법원은 "이재명의 공선법 위반 여부는 '표현의 자유'보다는 '일반 유권자의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시켰다. '일반인의 기준'이란 판단에 주목해 본다. 필자는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판결을 '일반인의 기준"에서 역적용시켜 거꾸로 해석해 보려고 궁리해 봤다. 즉 일반인, 국민의 기준에서 대법원 판결을 어떻게 볼 것인가.

대법원 선고 이후 각종 여론조사가 쏟아졌다. 그들은 '선고가 미칠 파장'에 대해 물었다. 질문 형식은 다양했다. 예를 들어 노컷뉴스는 KSOI조사를 통해 "대법원 상고심 결정이 대선에 미칠 영향"에 대해 "영향 있다. 별로 없다" 등의 5단계로 나눠 물었다. 동아일보는 질문형식이 좀 달랐다.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 파기환송심 유죄 판결시 대선 출마 여부"와 "이재명 후보 당선 시 재판 계속 여부"에 대해 각각 물었다. 응답한 일반인들은 질문 형식이 무엇이든 과반 정도로 대답이 엇갈렸다. 확실하게 출마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출마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과반을 점유하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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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선고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러한 인식은 무엇을 뜻하는가. 대법원은 헌법에 최고 법원으로 명명돼 있다. 그 말인즉슨 대법원을 구성하는 대법관 14명은 당대의 대한민국의 최고 재판관들 가운데 하나라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대법원 구성에 큰 의미와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에 최고 재판소의 판결은 마지막 심급으로서 절대적 기능과 권위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견지에서 대법원 판결은 법률적으로 절대적이다. 비판은 가능하나 비판을 넘어서 그 판결을 수용하지 않을 때 헌법의 위기가 온다고 사회적 염려를 하게 된다. 그러므로 비판과 수용은 비율적으로 동등한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수용하는 것이 공동체와 헌법체제의 존속에서 유리하고 우선권을 갖게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반으로 팽팽하게 갈린 '일반인들의 기준'은 대법관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최고 재판관들로서 귀하들의 판결은 법적 권위와 설득력을 충분히 함의하고 내린 결정인가." 대법관들의 판단은 최소한 2대 8 정도, 아무리 양보해도 3대 7 정도는 돼야 일반인들의 기준에서 존중받는다고 할 수 있다. 일반인 기준에서 5대 5 정도의 수긍력을 갖는다면 이 판결이야말로 유무죄를 떠나 논란의 여지가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말 그대로 정치적 판결이라는 지적과 비판을 듣기 십상이다. 일반인 기준이란 것은 참 변화무쌍한 것이다. 법률심이라는 최고 재판소가 함부로 꺼내들 '법리'가 되지 못한다는 뜻이다.
 
지난 1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지난 1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조희대 대법원이 허위사실 공표의 판단기준으로 '일반인의 기준'을 지목한 것은 큰 실수였다. 일반인의 기준은 늘 상대적이며 가변적이다. 이재명 공선법 사건에서 "김문기를 알았냐, 몰랐냐"를 일반인 기준에서 판단하면 몹시 상반된 결과를 만들어 내고 만다. 어떤 일반인은 "이재명이 거짓말을 했다"라고 판단할 것이고, 어떤 일반인은 "그것이 거짓이든 아니든 이미 선거에서 낙선으로 심판 받지 않았느냐"고 각자의 기준을 얘기할 것이다.

또 조희대 대법원이 늘 강조하는 말이 있다. "늦은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말이다. 이른바 6·3·3 원칙을 정당화하는 명분인데, 이것도 일반인 기준에서 본다면 상황과 환경에 따라 시비거리가 된다. 하필이면 왜 이재명만 6·3·3 원칙의 지배를 받아야 하고, 나머지에 대해선 이 원칙이 강조되지 않는 것인가.

다시 한번 어떤 역사적 사실이 있다고 치자. 그 역사적 사실에 합당한 의미를 부여하는 어떤 사람은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의 형편은 그때의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어떤 사람은 "그 역사의 가치와 실패를 과거와 현재의 조응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파기환송심이 재판을 연기하지 않았다면, 6월 3일 대선은 '이재명의 민주당 대 조희대의 대법당'의 대결로 치러질 뻔했다. 이는 대한민국 체제의 해체를 의미한다. 우리 헌법을 보면 제 3장 국회편에서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제5장 법원편은 "사법권이 대법원이나 어느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하지 않는다.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돼 있다. 법원은 절대 정치를 할 수 없고 해서도 안된다는 뜻이다. 법원은 입법 결과에 따라 개별 판사가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면 된다.
 
헌정 이래 법원이 정치적 판결을 내린 사건들은 수없이 많다. 재심 결정으로 번복된 사례가 얼마든지 널려 있다. 그 때는 사법권이 정치권력에 종속돼 있던 암울한 시절이었다. 판사의 기개가 좀 더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없지 않으나 기대가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조희대의 대법원처럼 사법이 정치를 전면적으로 종속화하려 했던 시도는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다.
 
"일반인이라는 기준과 늦은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는 두가지 명분을 내세워 조희대 대법원은 대선 후보를 아예 지우려고 기도했다. 법관의 자유심증주의와 양심을 떠나 일반인의 관점에서 그렇게 해석된다. 대법원의 최고 법대에 앉아있는 최고 재판관들의 '정의'가 '쿠데타 기도'였다니. 그들에게 화 있을진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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