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동구 옛 광주적십자병원. 김한영 기자5·18민주화운동 제45주년을 앞두고 11년 만에 개방된 광주 동구 옛 광주적십자병원에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7일 오후 2시 40분 광주 동구의 옛 광주적십자병원.
이날 병원을 찾은 시민들은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1980년 5월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떠올렸다.
옛 광주적십자병원 응급실. 김한영 기자70대 김모씨는 병원이 개방된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을 찾았다.
김씨는 "5·18 당시 업무로 목포에 내려가 있었기 때문에 직접 겪지는 못했다"면서 "친구들을 통해 당시 상황을 전해 들으며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할아버지가 6·25 전쟁 당시 실종됐는데 진실화해위원회의 2년간 조사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며 "그런 경험을 통해 역사적 아픔이 개인에게 어떤 상처로 남는지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5·18 사적지 제11호로 지정된 옛 적십자병원은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무차별 진압으로 인해 수많은 부상자와 희생자들이 실려온 곳이다. 당시 광주시민들은 자발적으로 헌혈에 나서는 등 연대와 헌신을 실천했고, 병원은 지금도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현장으로 기억되고 있다.
또 이곳은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주요 배경으로 등장해 문학적으로도 재조명되고 있다.
광주시에 따르면 옛 적십자병원은 지난 3일 첫 개방일에 68명을 시작으로 4일 194명, 5일 153명, 6일 111명 등 많은 시민이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시민들이 둘러본 병원 내부는 1980년 당시 상황을 재현하기 위해 곳곳에 복원과 전시 노력이 엿보였다.
시민들은 침통한 역사 속에서 나눈 연대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며 발걸음을 옮겼다.
옛 광주적십자병원에 전시된 당시 사진. 김한영 기자병원 1층에는 처치실과 응급실이 있으며, 전시된 사진 등을 통해 당시의 참혹한 상황을 떠올릴 수 있다. 병원 뒷마당도 일부 공개됐으며, 이곳에는 영안실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이날 해설을 맡은 관계자는 "안치실 규모가 작아 시신이 늘어나자 어쩔 수 없이 뒷마당까지 사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부 시민들은 현장을 둘러본 뒤 "자료들이 너무 방치된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들은 있는 그대로의 보존도 중요하지만 안전을 고려한 보완과 전시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도 제시했다.
앞서 광주시는 5·18 제45주년을 맞아 5·18 사적지 제11호인 '옛 광주적십자병원'을 5월 3일부터 31일까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시 개방하기로 했다. 옛 적십자병원은 안전사고 우려로 병원 1층 일부와 뒷마당만 제한적으로 공개됐다.
한편 지난 1965년 문을 연 옛 광주적십자병원은 1996년 서남학원 재단에 인수됐다. 이후 서남대병원으로 운영됐지만 경영 악화로 지난 2014년 폐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