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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산불 공포…'산사태 위험' 경북 사람들은 장마가 두렵다[오목조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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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뜨거운 소식을, 오목교 기자들이 오목조목 짚어 봅니다.

경북 일대를 집어삼킨 산불로 올여름 산사태 발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산불 피해 지역 주민들은 "비가 오면 산이 줄줄 내려올까 봐 두렵다"며 조바심을 내고 있습니다. 산불이 발생한 지역에 산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일반 지역보다 훨씬 크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습니다. 산림청은 이에 대비하기 위해 이미 응급 복구를 시작한 모양새입니다. 다만 전문가는 산뿐만 아니라 마을 전체를 내다본 확실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터전 삼킨 산불이 남긴 상처④]
산불 이재민들 "비 많이 오면 산사태 날까 봐 두려워"
산림청 "긴급 벌채·응급 복구 추진…대피 체계도 점검"
전문가 "산 위만 대책 세우면 안 돼…수로 등 유출구까지 대응해야"

화재로 타버린 산과 인접한 곳에 위치한 안동시 남선면 도로리 마을회관. 이우섭 기자화재로 타버린 산과 인접한 곳에 위치한 안동시 남선면 도로리 마을회관. 이우섭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60년 넘게 산 집 통째로 타버렸어요" 갈 곳 잃은 이재민 어디로?
②올해 자두값 비상…경북 산불 그 후, "농사 접었다고 봐야"
③"미안하고 억울하고"…산불 발화지 주민들, "중요한 건 불 낸 사람 처벌"
④끝나지 않은 산불 공포…'산사태 위험' 경북 사람들은 장마가 두렵다
(계속)

지난 3월 경상북도 북동부를 강타한 초대형 산불 여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다가올 여름철 장마로 인한 산사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산불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안동군 남선면 도로리 마을은 이미 타버린 산과 인접해 있다. 피해 지역민들은 "흙들이 흘러내릴 것 같아 그게 제일 무섭다"고 토로했다.

마을 주민 권오복(77)씨는 최근 CBS노컷뉴스와 만나 "평소에는 산에 낙엽이 쌓여 있어서 흙이 안 내려왔다. 그런데 산불 때문에 산이 싹 다 타버렸다. 흙도 탔다"며 "비가 많이 오면 산이 줄줄 내려올까 봐 두렵다. 산사태 위험 가능성이 크다"고 조바심을 냈다.

도로리에는 마을을 관통하는 하천도 있다. 권씨는 "비가 많이 오면 저 하천이 불어난다. 수위가 높아질 텐데 그게 제일 두렵다"고 한숨을 쉬었다. 다른 주민 권수진(83)씨도 "우리 집 뒤에 산사태가 날까 봐 무섭다"고 마음을 졸였다.

올해 장마는 6월 넷째 주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비가 내린다면 마을에 2차 피해를 줄 가능성이 크다.

경북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산사태에 취약한 지역이다. 산림청은 지난해 말 기준 경북에서 총 6142개소를 '산사태취약지역'으로 지정했다. 대피소 개소 수도 1994개로 국내 최다고, 산사태 방지 사업비 역시 가장 많이 투입되고 있다. 국고와 지방비를 합쳐 7억 1190만 원에 달한다.

불에 타고 있는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의 한 야산. 괴산1리 김정호 이장 제공불에 타고 있는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의 한 야산. 괴산1리 김정호 이장 제공
산사태가 산불 피해 지역에서 발생할 위험이 '최대 200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달 1일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발표한 '2025년 산불 제대로 알기'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산불이 발생했던 전라북도 남원 지역을 5년 뒤 조사한 결과 산사태 발생 비율이 타지역에 비해 200배 이상 높았다.

또 지난 2000년에 발생한 동해안 산불 피해지를 시계열적 토사량 측정한 결과, 산불 발생 이후 2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1275g/㎡ 이상 유출됐다. 이는 일반 산림에 비해 3~4배 높은 수치다.

산사태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만의 특성도 있다. 산림이 국토 63%를 차지하는 데다, 20° 이상 급경사지가 65%를 차지한다. 또 우리나라 흙은 응집력이 낮은 모래의 비중이 높다.

여기에 국내 산불 피해가 우기 전인 봄철에 집중 발생한다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최근 10년간 산불은 봄철에 65% 집중됐다. 월별로는 3월이 가장 많다.

산불 직후에는 산림이 산화돼 침식 반응이 가장 활발해진다. 이때 호우가 퍼붓는다면 부패한 나무는 버티지 못하고, 흙은 빗물을 흡수하지 못하게 된다. 많은 양의 토사와 화재 잔해물들이 쓸려 내려오고 마는 것이다.

까맣게 탄 산에 둘러싸인 도로리 마을. 이우섭 기자까맣게 탄 산에 둘러싸인 도로리 마을. 이우섭 기자
당장 곧 다가올 여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장·단기적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5개 시군을 대상으로 산사태 위험 지역 조사를 모두 실시했다. 각 지역별 위험 지역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2일 추경이 통과, 예산이 각 시군으로 내려가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산사태 위험 지역에 대한 긴급 벌채·응급 복구 등 추진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산림청에서 추진 중인 단기 대책안은 2가지로 나뉜다. 우선 위험 지역 응급 복구다. 또 다른 산림청 관계자는 "마대 쌓기, 물길 돌리기, 방수포 설치 등 작업을 통해 응급하게 할 수 있는 조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피 정보를 빠르게 제공할 수 있는 위험 지도도 갖췄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며 "위험 등급을 파악할 수 있는 산사태 위험 지도와 산불 피해 강도에 따른 토석류 발생 예측 지도를 현행화해, 유사시에 빠르게 대피할 수 있는 정보를 선제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대응책이 구축되고 있는 모양새다. 산불 발화 지역인 의성군 안평면 괴산1리 김정호 이장도 "지자체에서 발 빠르게 피해 현황 조사를 하고 대책을 내놓았다"며 "위험 지역에 축대를 쌓거나 사방댐 설치 등 여러 구조물을 구축했다"고 답했다.

산불 피해 복구 현장. 이우섭 기자산불 피해 복구 현장. 이우섭 기자
장기 대책 마련에도 힘을 써야 한다. 한국방재학회가 지난 2022년 내놓은 '과거 20년간 국내 산불 피해지에서 산사태 발생 경향 연구' 논문에 따르면, 산불 피해지의 산사태 발생 경향은 산불 피해 초기(산불 직후~5년), 일차 회복기(6년~10년), 이차 회복기 또는 안정기(10년~20년 이상)로 구분되는 시계열 패턴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당 논문은 '토양의 뿌리 강도 변화'에 주목했다. 화재로 산화된 사면에서 토양의 뿌리 강도 변화는 산불 피해지의 회복 주기를 추정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와 관련 산림청 관계자는 "현재 살아있는 나무들이 서서히 고사하는 등 여러 변수가 있다. 이로 인해 토사가 과거보다 더 내려와 불안정해질 수도 있다"며 "그런 곳은 사방 구조물을 설치해 안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당연히 산림 복구도 진행된다"고 부연했다.

모조리 타버린 안동의 한 야산. 이우섭 기자모조리 타버린 안동의 한 야산. 이우섭 기자
다만 대비책을 확실하게 세우지 않으면 더 큰 위험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도 나왔다. 국내 산림 전문가인 정규원 기술사는 "산림청에서 진행 중인 위험 지역 응급 복구와 함께 타 부처에서 이뤄지는 수로 작업도 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정 기술사는 "산 위에서 긴급 벌채나 사방 사업을 하더라도 수로, 암거 등 유출구까지 손을 대줘야 한다"며 "대비책을 복합적으로 세워야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다 연결이 돼 있는 문제다. 산 위부터 유출구까지 체계성 있는 대책이 잡히지 않으면 위험이 더 가중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너무 급하게 응급 복구에 치우치다 보면, 체계성도 확보하지 못한 배수 구조물이 설치돼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기적 예방 대책으로는 '산림 관리 필요성'을 내놨다. 정 기술사는 "산사태를 막으려면 뿌리를 튼튼하게 하기 위한 '강한 간벌'이 중요하다"며 "또 소나무만 있는 단순림이 아닌, 활엽수와 침엽수가 적절하게 섞인 혼혈림을 조성해 비율적인 숲으로 만들어주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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