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홍준표 전 대구시장. 국회사진취재단·윤창원 기자"돌아오시면 막걸리 한잔 나누시지요."제21대 대통령 선거를 21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적극적으로 홍준표 전 대구시장에게 손을 뻗는 양상이다. 이 후보는 "(홍 전 시장이) 귀엽지 않느냐"며 웃는가 하면, 홍 전 시장이 주장했던 일부 정책들이 꼭 필요하다고 피력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국민의힘은 '홍준표 붙잡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함께 당내 경선을 치렀던 의원들은 홍 전 시장이 혹여나 이 후보와 손을 잡을까 불안한 내색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에 '홍준표 전 시장님, 이재명의 사탕발림에 결코 흔들리셔서는 안 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안 의원은 "혹시라도 마음의 변화가 생기셨을까 노파심에 말씀을 드린다"며 "이재명 후보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홍 전 시장을 추켜세우며 선거 운동을 이어가고 있는 이 후보를 견제하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안 의원은 "최근 대선을 앞두고 시장님의 정치적 스탠스에 변화의 기류가 느껴진다는 이야기가 들린다"며 "이재명 후보의 손을 잡으셔서는 안 된다. 그의 달콤한 말에 결코 흔들리지 마시라"고 썼다.
나경원 의원도 홍 전 시장을 향해 "대의를 위해 함께 해주시길 간절히 요청드린다"며 "각자의 자리를 요구하고 만들어서라도 반드시 함께 하길 바란다"는 글을 남겼다.
이날 홍 전 시장 지지자들은 공개적으로 이 후보 지지 선언을 하기도 했다. 홍사모·홍사랑 등은 "대한민국이 분열을 넘어 통합으로 나아가기 위해 대전환의 길목에서 우리나라를 선진 대국으로 이끌 정치인은 이재명 후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윤상현 의원은 "이들을 막아달라"며 홍 전 시장에게 호소했다. 윤 의원은 "참담하고 개탄스럽다. 보수를 자처하던 이들이 '이틀러'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나섰다"며 "홍 전 시장님,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우국충정을 행동으로 보여주실 때"라고 당부했다.
최근 이 후보는 홍 전 시장을 향해 연속적으로 호의적인 메시지를 날리고 있다. 그는 지난 12일 페이스북에서 홍 전 시장을 '낭만의 정치인'이라고 표현했다. 이 후보는 "홍준표 선배님은 상대 진영에 있는 분이지만 밉지 않은 분"이라며 "유머와 위트, 통합의 정신을 잊지 않는 진정한 정치가"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대선에서 제게는 홍준표 선배님 같은 노련한 정치가가 가장 부담스러운 상대였다"며 솔직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또 "홍준표 선배님의 첨단 산업 강국을 위한 규제 혁신, 첨단기술 투자 확대, 모병제 등도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2023년 5월 당시 면담을 나누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연합뉴스홍 전 시장은 지난 10일 미국 하와이로 떠났다. 당내 경선 탈락 후 정계 은퇴를 선언했고, 동시에 국민의힘도 탈당했다. 이 후보는 "미국 잘 다녀오시라"며 "돌아오시면 막걸리 한잔 나누자"고 인사도 건넸다.
이 후보는 홍 전 시장 고향인 경상남도 창녕을 찾아서도 "훌륭한 정치인"이라고 칭찬했다. 이 후보는 이날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변칙, 반칙을 쉽게 용인하지 않는 사람"이라며 "귀엽지 않느냐"고 미소를 지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이 후보 캠프에서는 '홍준표 경제 책사'인 이병태 전 카이스트 교수를 영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다만 민주당 중앙선대위는 13일 이 전 교수가 "선대위직에 연연하지 않고 나라의 통합과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이재명 후보의 정치가 성공하도록 언제든 조언을 할 것"이라는 뜻을 전해왔다고 전달했다.
연합뉴스한편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도 홍 전 시장의 지지세를 흡수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준석 후보는 홍 전 시장이 미국으로 출국할 때 유일하게 배웅을 나간 대선 후보다.
이준석 후보는 지난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국민의힘이) 만약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홍 시장 같은 분을 우대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당대표를 두 번이나, 대선 후보까지 지낸 분이 탈당하고 미국으로 가겠다는데 어느 누구도 말리는 액션을 취하지 않았다. 도대체 인간적인 예의, 사람의 도리가 어디로 갔냐"고 비판했다.
홍준표 후보가 지난달 29일 국민의힘 3차 경선 진출자 발표 행사에서 탈락된 후 퇴장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홍 전 시장이 개설한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꿈'에서는 국민의힘을 원망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지지자는 "맨날 이재명 막아야 한다면서, 가장 이길 가능성이 큰 홍준표를 내팽개치지 않았냐"며 "선거에서 이기는 게 불가능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만류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선 "내 편하기는 싫고 남 주기는 아깝다는 거냐", "본인 인생 살겠다는데 무슨 수로 막겠다는 거냐", "준표 형은 이제 자연인이다", "홍준표가 대선판의 중심이 됐다" 등의 비판적인 여론이 형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