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김문수 망언집.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오는 6월 3일에 치러지는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네거티브' 신경전에도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지난 11일 김문수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 등록을 마치자, 민주당은 김 후보를 향한 네거티브 공세에 나섰다. 이날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신속대응단은 김 후보의 과거 발언을 정리한 42쪽 분량의 '김문수 망언집'을 공개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공개된 김 후보의 과거 발언은 지난 2010년 11월 2일 서울대학교 초청 강연에서 걸그룹 소녀시대를 가리켜 '쭉쭉빵빵'이라고 말했고, '춘향전이 뭡니까. 변사또가 춘향이 X먹으려고 하는 거 아닙니까'(2011년 6월 22일 최고경영자조찬회의), '일제 치하 국적은 일본'(2024년 8월 26일 국회 고용노동부 장관 인사청문회), '전광훈 목사는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목사'(2월 14일 국회 교육·사회·문화 대정부질문) 등의 발언을 했다.
이에 대응단은 "대권 후보는 물론 정치인의 자격마저 의심케 하는 극단적이고 위험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문수 후보의 여성 비하, 약자 조롱, 역사 왜곡, 노골적인 차별 발언, 막말로 점철된 갑질 행태까지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만큼 문제가 심각하다"며 "스스로 대권후보는 물론 정치인으로서의 자격마저 의심케 하는 극단적이고 위험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고 일침했다.
민주당 신속대응단, 김문수 망언집 공개 관련 브리핑. 연합뉴스
이에 국민의힘 조용술 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이재명의 과거와 막말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며 "이재명의 '5개 전과'는 사실상 '종합범죄세트'와 같고, 형수에게 퍼부은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은 듣는 이들조차 부끄럽게 한다"고 받아쳤다.
국민의힘 국민사이렌센터는 김 후보의 망언집에 담긴 일부 발언을 언급하며 '이게 왜 망언인지 설명 좀…맞는 말 아닌가요?'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문제의 내용은 지난 4월 18일 국민의힘 경선 당시 김 후보가 경제 공약 기자회견에서 "잘나가는 기업은 감옥에 갈 위험이 있다. 중대재해처벌법·노란봉투법 등 기업 하기 힘든 법을 바꿔줘야 한다"고 말한 게 망언으로 꼽혔다.
국민사이렌센터는 "해당 법률들은 기업인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논쟁 중인 사안"이라며 "비판적 견해를 제시한 것만으로 망언으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이 지난 4일 국민의힘 대선주자 토론회에서 "이 민주적이고 위대한 나라를 히틀러, 김정은, 스탈린, 시진핑의 나라보다 더 못한 나라로 끌고 가려고 한다"고 한 김 후보의 발언에 대해 "극단적이고 부적절한 비교"라고 비판하자, 국민사이렌센터는 "현 정부와 민주당의 경제·안보 정책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표현한 것"이라며 "대통령 후보로서 자신의 견해를 밝힌 것에 불과하다"고 받아쳤다.
네거티브 공방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민주당 선대위 신속대응단은 13일 김 후보의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비호 망언집'까지 추가 공개했다.
내란 비호집을 보면 김 후보가 '저는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 수괴라고 하는 그런 말씀에는 동의할 수 없다'(2월 14일 국회 대정부 질문),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을 파면할 자격이 있는지 굉장히 의문'(2월 28일) 등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를 옹호하는 발언이 있다.
강득구 신속대응단장은 "(김문수 후보가) 윤석열의 내란 사태를 두둔하며 쏟아낸 수많은 발언을 정리한 기록"이라며 "정치인의 말은 바뀔 수 있지만 기록은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응단은 김 후보를 겨냥한 '극우선동집'도 제작해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이재명 망언집'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3월 21일 '이재명 망언집'을 발간해 선공을 날린 바 있다. 당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쌓아온 표리부동한 언행과 정치 행태를 뒤쫓기엔 역부족"이라며 "그의 발언 하나하나를 정확히 기록하고, 국민을 속이고 기만해 온 실체를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발간 배경을 설명했다.
이 책에는 '왜 중국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경제를 망치려 하나'(2022년 2월 3일 제20대 대통령 선거 대선후보 토론), '음주운전 경력자보다 초보운전 경력자가 더 위험하다'(2021년 11월10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 등 과거 논란이 됐던 이 후보의 발언이 담겼다.
또, 이 후보가 성남시장이던 지난 2016년 1월22일 당시 트위터에서 "수준 낮은 일베만 보시면 짝짝이 눈에 정신지체아가 되는 수가 있다"라고 한 것과 '오피스누나? 제목이 확 끄는데요?'(2021년 11월3일 부천테크노밸리) 등 발언은 '막말'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는 이 책을 두고 '이재명 명언집이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아무리 비싸고 더러운 평화도 이긴 전쟁보다 낫다'(2017년 1월 20일 이재명 저 '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 '외국인 혐오 조장으로 득표하는 극우 포퓰리즘은 나라와 국민에 유해하다'(2022년 2월 1일 페이스북) 등 발언을 대표 사례로 꼽았다.
당시 박경미 민주당 대변인도 "이재명 홍보집이라고 제목을 고쳐 적어도 손색없어 보일 정도다. 국민의힘이 망언이라고 묶은 발언들은 거꾸로 이 대표의 고민과 생각들을 읽고 공감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반색했다.
이와 관련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14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공부 안 하는 학생들이 선거 때 떠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기 실력으로 당선돼야 하지 않나"라며 "정책으로 경쟁해야 하는데 대부분 정책 공약집은 제시가 되지 않고 있다. 후보 자신도 자기 공약이 총 몇 개인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네거티브 쪽으로만 얘기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 특히 인격 살인적인 부분이 가장 큰 문제"라며 "후보라고 하면 자질에 대해서도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선거 운동할 때 거친 표현, 공인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표현 등은 삼가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