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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는 아직 멀었습니다" 아들 잃은 父 급발진 소송 패소에 '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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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법원 "페달 오조작 가능성 커 차량 결함 인정 어려워"
원고 측 "판결 납득 못해, 항소에 전심전력 다할 것"
"급발진 제조사가 입증해야" 제조물 책임법 개정 호소

지난 13일 차량 제조사인 KG모빌리티(KGM)를 상대로 낸 9억 2천만 원 규모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1심에서 패소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는 이상훈씨. 연합뉴스지난 13일 차량 제조사인 KG모빌리티(KGM)를 상대로 낸 9억 2천만 원 규모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1심에서 패소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는 이상훈씨. 연합뉴스
"도현이를 떠나보낸 지 890일, 정의는 아직 멀었습니다"

지난 2022년 12월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로 목숨을 잃은 고(故) 이도현(당시 12세) 군의 아버지 이상훈씨는 지난 13일 재판이 끝난 후 이 같이 말하며 울분을 토했다.

법원이 도현 군의 할머니 A(60대)씨 등 유족 측이 차량 제조사인 KG모빌리티(KGM)를 상대로 낸 9억 2천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 1심에서 원고 측의 청구를 기각하면서 제조사 측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1심 선고에서 재판부는 "(사고 기록 등을) 종합하면 원고가 가속페달을 제동페달로 오인해 제동페달 대신 가속페달을 밟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여 이 사건 사고가 전자제어장치(ECU) 결함으로 인한 것이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결 사유를 밝혔다.

이어 "당시 사고기록장치(EDR)를 보면 사고 6.5초 전부터 제동페달은 작동하지 않고 가속 페달만 100% 밟힌 상태로 기록돼 있다"며 "원고 측은 제동 페달을 밟았으나 ECU 결함으로 인해 가속 페달을 밟은 것으로 인식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EDR의 사고 전 운행 기록이 저장되는 과정에 비춰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법원의 이 같은 판결에 이씨는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 1심 판결에서 저희 유가족의 주장은 기각됐지만 절대 이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사랑하는 아들 도현이가 한순간에 사라졌고, 그 사고는 아무런 경고도 피할 틈도 없었다. 도현이의 죽음은 누구의 책임도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9월 교통사고 특례법상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검찰과 경찰 모두 운전자에게 과실이 없다며 무혐의 종결 처리를 했다"며 "하지만 법원은 차량의 결함 가능성을 부정했고, 사고의 원인을 운전자의 조작 실수로 돌리며 제조사의 책임을 면제했다. 도현이는 과연 누구의 책임 아래 희생된 것이냐"고 토로했다.

이씨는 특히 "제조물 책임법은 여전히 소비자에게 입증 책임을 지고 있다. 사고의 원인이 제품 결함이라는 사실을 과학적 장비도 제조사 내부 정보도 받지 못한 일반 국민이 증명해야 한다"며 "그 결과 제조사는 침묵으로 진실을 숨기고 국가는 외면으로 방조하고, 법은 기업 편에 선다. 국민을 지키는 법이 왜 존재하지 않냐? 무엇이 더 희생돼야 이 법을 바꿀 수 있냐"고 성토했다. 

지난 2022년 12월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 현장. 강릉소방서 제공지난 2022년 12월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 현장. 강릉소방서 제공
앞서 지난 2022년 12월 6일 오후 4시쯤 강릉시 홍제동의 한 도로에서 A씨가 몰던 SUV 승용차가 도로 옆 지하통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해 함께 타고 있던 12살 손자 도현 군이 숨지고 A씨가 다쳤다.

이 사고로 A씨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됐다. 이후 경찰이 재수사까지 진행한 결과 지난해 10월 '혐의 없음'으로 종결되면서 도현 군의 할머니는 사건 발생 1년 10개월 만에 형사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도현이 가족이 운전자가 밝히기 어려운 차량 결함을 제조사가 입증하도록 하는 내용의 이른바 '도현이법'을 제정해 달라고 낸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5만 명 이상이 동의해 법안이 발의됐지만 '입법례가 없으며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이유 등으로 21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하지만 도현이 가족은 지난해 6월 22대 국회 임기 시작과 함께 두 번째 국민동의 청원에 나서 9만 명 이상 동의를 얻었고, 국회에서도 관련 개정안 8건이 발의됐지만 여전히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씨는 "이번 판결로 저희 가족은 또 한 번 무너졌지만 우리는 억울한 희생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의가 외면당하지 않도록, 제조물 책임법이 바뀔 수 있도록 도현이의 이름으로 다시 싸울 것"이라며 "2년 6개월 동안 정말 최선을 다해 현행법에서 말하는 입증 책임을 해왔다. 다시 전심전력으로 항소해 제조물 책임법 개정을 위한 도화선을 만들겠다"고 굳은 의지를 다졌다.  

국회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국회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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