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주·윤창원 기자6·3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과 관련한 공약이 주요 관심사다. 각 후보들은 지난 10대 공약 발표 등에서 이와 관련한 입장을 내놓았는데, 기조와 방법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후보는 10대 공약에서 '국제 통상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외교를 추진하겠다'고 한 바 있다. 공약집에서 추가적인 대응방안을 구체적으로 내놓지는 않았다.
이 후보는 지난 8일 경제 유튜버들과 만나 미국과의 관세 협상과 관련해 "우리는 맨 앞에 가면 안 된다"며 "(미국이) 매를 들고 (누구든) 때리려고 기다릴 때는 (우리는) 늦게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의 협상에 안달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임하되 최대한 유리한 입지를 만들기 위한 지연 전략을 펴자는 의도로 보인다.
이 후보의 외교안보보좌관인 위성락 의원은 지난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은 '비전통적'인 움직임이라면서, 한미일 협력 또는 한미 협력을 강조하는 이 후보가 우리나라를 둘러싼 외교적 변화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문수 후보는 10대 공약 중 첫번째로 대통령 취임 즉시 한미 정상회담을 열겠다는 내용을 넣었다. 다만 이 후보와 마찬가지로, 공약집에서 세부적인 협상 전략을 찾아볼 수는 없다.
김 후보는 지난달 28일 수출 5대강국 공약 발표회에서 "당선 즉시 한미 정상회담을 제안해 트럼프 관세 압박에 대응하겠다"며 "조선, LNG, 방산, 반도체, 원전을 아우르는 포괄적 투자협정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가능한 한 빨리 한미 정상회담을 열고 속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오랜 관세전쟁으로 커진 우리 경제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10대 공약에 외교·통상 정책을 넣지는 않았다. 지난달 28일 서울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 참석한 이준석 후보는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최근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강화 움직임과 이에 따른 유럽 국가들의 연대 강화 현상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미국이 고율 관세 정책을 통해 자유무역과 글로벌 공급망을 저해하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협력 가능한 모든 국가들과의 열린 대화를 추구하겠다"고 했다.
새로 당선될 대통령은 당선 직후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관세 유예기한까지, 단 한 달여동안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과 실무회담 등을 거쳐야 한다.
다음달 15~16일 캐나다 앨버타에서 열리는 G7정상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의 한복판이 될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옵저버 자격으로 초청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G7정상회의가 새 대통령이 참석하는 첫 국제무대인만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
한 외교부 인사는 "탄핵 이후 대선이라는 이례적인 상황이 외교 전쟁에 변명이 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약 한 달이라는 기한동안 협상과 정상회담 등 일정을 소화하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