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더 대만 총통. 연합뉴스취임 1주년을 맞은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중국과의 관계악화, 야당의 발목잡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압박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반중본색' 드러낸 1년…갈수록 악화되는 양안관계
라이 총통은 20일 총통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동등한 존중이 보장된다면 기꺼이 중국과 교류 협력을 진행할 것"이라며 "평화는 소중하고 전쟁에는 승자가 없다"고 말했다.
또 "대외 군사 조달이든 자주국방이든 국방력도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라며 "국제 우방국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규칙의 힘을 함께 발휘해 전쟁 대비로 전쟁을 피하고 평화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과의 교류 협력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동등 대우'라는 전제조건을 달았다는 점에서 기존 '대만은 주권독립 국가'라는 입장을 되풀이 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게 중국의 일관된 입장이다.
친미·독립 성향의 라이 총통은 취임 이후 1년 동안 지속적으로 반중 행보를 이어왔다. 라이 총통은 취임사에서부터 "중화민국(대만)은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주권독립 국가"라며 중국과 대립각을 세웠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건국절대회 기념사에서 "중화민국은 중화인민공화국(중국)과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며 "중화인민공화국은 대만을 대표할 권리가 없다"고 밝혀 다시 한번 중국의 반발을 샀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연합뉴스
지난 3월에는 '대만이 당면한 5대 국가안보·통일전선 위협 및 17개항 대응 전략'을 발표하고 중국을 '적대 세력'으로 규정하는 동시에 대만군 내 간첩 색출과 양안(중국과 대만) 교류 제한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이 때마다 중국은 대만해협을 포위하는 형태의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이거나 경제적 압박을 가하는 등 보복에 나서면서 라이 총통 취임 이후 1년간 양안관계는 갈수록 악화되는 모양새다.
그 결과, 대만 연합보가 라이 총통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라이 총통의 대중국 정책에 대해 "만족한다"는 답변은 전체 응답자의 32%에 그쳤다.
반면, "만족하지 않는다"라고 답한 응답자는 54%에 달했고, 특히 중도층에서도 응답자의 50%가 "만족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취임 직후 여론조사에서 대만인의 64%가 독립 의지를 드러낸 그의 취임사로 인해 양안 관계가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취임사를 지지한다고 밝혔는데 1년만에 지지 여론이 반토막난 것.
사사건건 발목잡는 야당에, 트럼프는 연일 "돈 내놔"
대만 여야의원, 국회서 난투극. 대만 TVBS 캡처중국과의 관계 악화는 대만내 야당과의 갈등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라이 총통은 지난 대선에서 승리하며 1996년 총통 직선제 이후 처음으로 한 정당이 8년 이상 장기 집권하는 대기록을 세웠지만 함께 치러진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서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은 과반 의석 달성에 실패했다.
대신 친중 성향의 제1 야당 국민당과, 중도 성향의 제2 야당 민중당 등 야권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면서 라이 총통의 친미, 반중 행보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국민당과 민중당이 연합해 라이 총통과 민진당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총통과 정부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고 의회의 권한을 크게 확대하는 내용의 '의회개혁법'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중국과의 갈등, 그리고 야권의 발목잡기와 함께 올해 1월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과 달리 대만에 대해 연일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도 라이 총통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연합뉴스지난해 대선 기간 내내 대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에도 "우리는 점차 반도체 산업을 잃었고, 대만이 우리에게서 훔쳐갔다"며 대만 반도체 산업을 비난하고 있다.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맞서기 위한 방위비 지출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이 GDP 대비 10% 정도를 방위비로 지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보호비 명목으로 미국산 무기를 더 많이 구매하라는 요구다.
여기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만에 32%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한국(25%)과 일본(24%) 등 다른 동맹국에 비해 높은 관세율이다.
이에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향후 4년간 미국에 1천억 달러(약 145조원)를 추가로 투자하기로 하는 등 대만은 마지못해 트럼프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