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신문' 발행위원회 제공근로기준법은 법이 정한 '근로자'에게만 적용된다. 최저임금법, 퇴직급여법, 남녀고용평등법, 채용절차법도 적용 대상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한정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용보험법은 일부 특례 적용 대상자를 두고 있으나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자가 적용 대상자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여부는 노동법 적용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잣대이다. 그렇다면 누가 근로자인가.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 포괄적인 정의 규정에 관해 대법원은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만들었다.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업무의 결정권자, 취업규칙 등의 적용, 사용자의 지휘·감독, 근무시간과 근무장소의 지정권자, 작업도구의 소유, 제3자 고용 가능성, 이윤과 손실 위험의 부담, 기본급이나 고정급의 정함,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근로 제공 계속성,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 등의 요소를 기준으로 실질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대법원의 판단 기준이 변화하는 시대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디지털 산업으로의 변화, 기술의 발전으로 고용 방식이 바뀌어 가고 있다. 사업주는 알고리즘과 매뉴얼로 지휘·감독을 대체하고, 근무시간·근무장소는 유연하게 하는 대신 원하는 노동력만 추출하는 방식으로 노무를 관리하고 있다. 그 결과 전통적인 임금노동자도 아니고, 자영업자도 아닌 그 중간지대의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플랫폼 노동자가 대표적이고 프리랜서도 여기에 해당한다.
프랑스 대법원은 음식배달 플랫폼 노동자, 우버 기사를 근로자로 인정하였고, 영국 대법원은 서비스 제공 계약 형태를 맺고 일하는 형태인 긱 이코노미(Gig economy) 노동자를 회사에 소속된 근로자로 판결했다. 캘리포니아 주 법원은 "노무제공자는 원칙적으로 근로자로 추정하되, 세 가지 요건(회사로부터 어떠한 통제나 지시가 없을 것, 하는 일이 회사의 통상적인 사업에 해당하지 않을 것, 그와 유사한 성격의 독립된 사업을 통상적으로 수행할 것)을 모두 입증해야만 근로자가 아닌 독립계약자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abc테스트).
이후 캘리포니아주는 abc테스트를 근로자 판단 기준으로 정한 AB5법을 제정하여 "독립계약자로 잘못 분류돼 착취당하는 노동자들이 법에 의해 마땅히 누려야 할 최저임금, 산재보상, 실업보험, 유급병가 등의 기본권과 법적 보호를 적용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24년 4월24일 플랫폼 노동의 노동조건 개선에 관한 지침(DIRECTIVE OF THE EUROPEAN PARLIAMENT AND OF THE COUNCIL on improving working conditions in platform work)을 가결하였는데, 그 내용은 플랫폼 노동자에게 고용관계를 추정하고 알고리즘 정보를 노동자 대표에게 제공하고 단체교섭을 촉진하도록 정하였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전통적인 노동자에서 벗어난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핵심은 이러한 노동자들이 독립계약자로 오분류되었다는 것이고, 따라서 근로자로 인정하고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현재 플랫폼 노동자와 극히 일부의 직업군에 속한 노동자에게 고용보험법, 산업재해보상법,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하고 있다. 그리고 근로기준법 제2조 정의에 근로자 추정 문장을 신설하는 법안,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을 노무제공자에게 특례 적용하도록 하는 법안, 각종 사회보험법에 노무제공자 특례 규정을 신설하는 법안, 일하는 사람 기본법안, 노동약자 지원보호법안 등 다양한 형태로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그러나 발의 다음 논의까지 나아가지 못한 상황이다. 외국과 비교했을 때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에 관한 보호 및 논의 수준은 초보적인 수준이다. 시대의 변화에 맞게 우리도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그 방향은 노무제공자를 근로자로 추정함과 동시에 사용자에게 입증책임을 부여하고(입증책임의 전환), 자영업자로 오분류되지 않도록 근로자 판단 기준을 현실에 맞게 변화시켜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 칼럼은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박정혜 여성노동자의 고공농성 500일, 세종호텔 고진수 98일, 한화오션 김형수 68일을 맞아 제작된 <굴뚝신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굴뚝신문> 제작에는 고공농성 해결을 촉구하는 14개 언론사 현직 노동기자들과 사진작가, 교수, 노동운동가들이 참여했습니다. ☞ <굴뚝신문> 구매 https://url.kr/wlcun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