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 앞에서 법무법인 대륜 소속 손계준·천정민 변호사가 고발인 조사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자료사진SK텔레콤(SKT) 유심 정보 해킹 사태와 관련해 경찰이 21일 유영상 SKT 대표이사를 고소·고발한 법무법인 대륜 측에 대한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다.
법무법인 대륜 소속 손계준·천정민 변호사는 이날 오후 고발인 조사에 앞서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은 "기간통신사업자로서의 사회적 책임과 국가통신망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행위"라며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손 변호사는 "이번 SKT 해킹 유심 정보 유출 사건은 스스로 인정하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 통신 역사상 최악의 보안 사고"라며 "고발인을 대리해 업무상 배임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책임을 묻고자 한다"고 말했다.
대륜 측은 SKT가 가입자의 정보보호투자비를 감액한 것을 들며 가입자 정보 유출에 대한 예방 조치를 충분히 취하지 않아 업무상 배임죄를 진다고 주장했다.
손 변호사는 "SKT는 다른 사업자들이 정보보호투자비를 계속 늘려온 것과는 반대로 지속적으로 감액했다"며 "SKT는 유심 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충분한 예방 조치를 하지 않아 정보가 유출되게 함으로써 가임자들에게 손해를 입혔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대륜 측은 SKT의 배임액을 약 545억 원으로 추산해 지난 16일 제출한 고발 보충 의견서에 담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2024년 기준 타 통신 사업자들의 가입자 1인당 정보보호투자비 평균은 5751원인데, SKT는 3531원 수준이었다"며 "(이 차액인) 1인당 2220원을 배임액으로 특정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여기에 가입자 수 약 2400만 명을 곱하면 SKT는 배임행위로 약 545억 원의 부당한 이득을 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사고 발생 후 24시간 이내에 당국에 신고해야 하는데 SKT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손 변호사는 "SKT는 4월 18일 해킹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20일에 인식했다고 기재해 허위로 신고했다"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대륜 측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고발 대상에 포함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형법상으로 SK텔레콤은 법인이기 때문에 법인 자체는 범죄 능력이 없는 것이고 대표이사가 대표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최 회장) 고발 계획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이날 고발인 조사는 오후 3시부터 약 한 시간가량 진행됐다. 조사를 마치고 나온 대륜 소속 천정민 변호사는 실제 금전적인 손해를 본 가입자가 없는 상태에서 배임 혐의를 주장할 수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정보 유출 자체를 재산상 손해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에 따라 배임죄 적용 여부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앞서 대륜은 지난 1일 SKT 가입자의 의뢰를 받아 유 대표와 보안 책임자 등에 대해 업무상 배임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소·고발장을 제출했다. SKT가 가입자들의 정보 보호를 소홀히 했고, 피해 사실을 인지한 후 당국에 늑장·축소 신고했다는 내용이다.
남대문경찰서는 오는 23일 최 회장 등에 대한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의 고발 건에 대해서도 고발인 조사를 진행한다. 서민위는 지난달 30일 최 회장 등이 유심 정보가 해킹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신고하지 않고 덮었다며 정보통신망법과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