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왼쪽)과 김성훈 경호처 차장. 의왕=황진환 기자12·3 불법계엄 사태 이후 군 사령관들이 사용한 비화폰 관련 정보를 삭제하라는 지시에 경호처 직원들이 강하게 반발한 정황을 경찰이 확인했다. 경찰은 당시 비화폰 정보 삭제 지시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서 시작돼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을 거쳐 내려온 것으로 의심한다. 반면 윤 전 대통령은 비화폰 정보 삭제 지시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1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과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등 3명에게 지급된 비화폰 정보를 삭제하라는 지시에 대해 경호처 실무자들이 저항한 흔적을 잡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김 전 차장은 지난해 비상계엄 직후인 12월 7일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차장에게 "비화폰을 조치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김 전 차장은 '보안 강화'를 이유로 군 사령관들의 비화폰 데이터 삭제를 지시했지만 경호처 직원들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경호처 직원들은 '처 보안폰 보안성 강화 방안 검토 결과'라는 제목의 문건까지 작성해 김 전 차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문건에는 김 전 차장의 지시가 증거인멸 등 행위가 될 위험이 있다는 취지 분석이 담겼다고 한다.
경찰이 체포 방해 혐의를 받고 있는 윤 전 대통령에게 최근 대통령경호법 위반 교사 혐의를 추가로 적용한 것도 이와 맥이 닿는다. 경찰은 경호처 실무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의 추가 혐의를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직원이 "대통령이 지시했어도 못 하겠다"고 김 전 차장에게 저항했다는 진술도 경찰은 확보했다고 한다. 비화폰 단말기 데이터 삭제 지시가 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호처 직원들의 반발로 결국 세 사령관의 비화폰 정보는 삭제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경찰이 적용한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 것은 물론 허위 사실이라며 강경 대응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CBS노컷뉴스에 "12월 6일이든 7일이든 윤 전 대통령은 비화폰 삭제를 지시한 사실 자체가 없다"라고 했다.
경찰이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2차 소환에 나선 것에 관해서도 "출석 조사가 불필요하다"며 관련 의견서를 경찰에 제출할 방침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