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외국인 투자가 10개월 만에 코스피 순매수로 복귀할 조짐을 보인다. 원달러 환율 하락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이 환율 하락을 이끄는 분위기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2일부터 전날까지 코스피를 9530억원 순매수했다.
이런 추세가 월말까지 이어지면, 지난해 8월 이후 쉬지 않고 코스피를 매도했던 외국인이 10개월 만에 돌아오는 셈이다.
특히 외국인 매수가 본격화한 것은 미국과 중국이 관세 부과 유예를 발표한 11일부터다. 이후 첫 거래일은 12일부터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5715억원이다.
외국인이 코스피 매수세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원달러 환율 하락이 꼽힌다. 환율은 지난 13일 한때 1428.8원을 찍은 이후 최근 1368.9원까지 떨어졌다. 22일 주간거래는 1381.3원에 마쳤지만, 최근 1370원대 안팎에서 움직이는 환율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다.
환율 하락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대규모 감세 정책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정책이 의회에서 통과되면 앞으로 10년 동안 3조~5조달러(약 4132조~6886조원)에 달하는 국가 부채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춘 원인도 급증하는 국가 부채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나서서 재정 건전성을 악화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20년물 국채 입찰의 수요 부진이 발생하며 20년물 금리가 5.12%, 30년물 금리가 5.09%까지 치솟으며 각각 2020년과 2023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달러의 지위도 흔들리며 6개 주요 통화국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가 지난 12일 101.977에서 최근 99.336까지 약 2.6% 급락했다.
이는 영국의 리즈 트러스 전 총리가 취임 45일만에 사임했을 당시와 비슷한 모습이다.
2022년 9월 취임한 트러스 당시 총리는 폭등한 에너지 가격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감세 및 국채 발행 계획을 발표했다. 누적된 쌍둥이 적자(무역적자+재정적자)라는 문제를 안고 있던 영국 금융시장 충격으로 이어졌다. 영국채와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트러스 전 총리가 사임한 것이다.
iM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감세안을 추진하면서 재정 지출 감축을 위한 조지를 병행해서 추진하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제2의 트러스 쇼크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면서 "중국을 포함한 주요국간 관세 협상 지연 혹은 결렬 등으로 물가 불안이 재차 현실화한다면 미국채 시장 불안이 예상보다 강하게 확산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관세 협상에서 미국이 한국에 원화 절상(환율 하락)을 요구했다는 소식도 환율 하락을 부추겼다. 기획재정부가 "구체적으로 정해진 내용은 전혀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시장은 약달러 전망에 무게를 싣는 모양새다.
NH선물 위재현 연구원은 "지속적인 환율 논의 우려 속 주의할 부분은 미묘한 표현의 차이"라며 "아시아 통화는 현재 절상 압박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지만 미국의 스탠스는 절상 압박이 아닌 아시아 통화의 인위적 절하 방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위 연구원은 이어 "그럼에도 (환율) 반등폭은 미국 재정 불신에 따른 약달러 환경 영향으로 제한적인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