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황진환 기자오는 26일 열리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이 어떻게 논의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애초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언론에 알린 안건상 이 후보 사건 판결은 직접 다루지 않을 것으로 관측됐으나, 내부에 공유된 안건엔 '특정 사건'(이 후보 사건)이 언급된 것으로 뒤늦게 알려지면서 사실상 논의를 예고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원 내부에선 특정 사건을 겨냥한 논의가 적절한지에 대한 우려와, 절차적 문제와 대선 개입 논란을 일으킨 만큼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반론이 부딪히고 있어 당일 회의에서 논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지난 20일 언론에 공개한 안건과 내부에 공유한 안건이 차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언론에 공개된 안건은 △재판독립 가치 확인과 사법신뢰 및 법관윤리 분과위원회 통한 모니터링 △흔들린 사법 신뢰 인식 및 재판독립 침해 가능성 등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법관대표회의는 "이번에 논란이 된 대법원 판결의 대상 사건과 관련해 개별 재판과 절차 진행의 당부에 관한 의견표명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이 후보에 대한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을 직접적으로 다루기 보다, 판결 이후 사법부를 둘러싼 위기 상황과 제도적 대응 등을 논의하는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됐다. 판결 자체를 공식적으로 문제 삼는 건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시각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내부에 공유한 안건에는 '특정 사건의 이례적 절차 진행으로 사법 독립의 바탕이 되는 사법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것을 심각하게 인식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특정 사건'은 언론 공지에 없던 내용으로, 이 후보 사건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법원 안팎에선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의도적으로 논란이 될만한 안건 문구를 숨긴 게 아니냐는 뒷말도 나왔다. 이에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보도자료는 안건 중 주요 내용을 요약한 참고자료"라며 "안건의 구체적인 내용과 제안 이유는 원안 그대로 법관대표 및 법관들에게 공지됐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 사건 판결을 보는 법원 내부의 시각은 여전히 엇갈린다. 개별 재판에 대한 잘잘못을 공식적으로 스스로 따지는 건 전례가 없고 재판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와, 재판이 이례적으로 진행됐고 대선 개입 논란이 불거진 만큼 사법 신뢰 회복을 위해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반론이 부딪히고 있다. 이에 따라 회의 당일 논쟁은 더욱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예상이 나온다.
법관대표회의에서 이 후보 사건에 대한 논의가 있더라도 이와 관련한 안건이 의결될지는 미지수다. 한 수도권의 부장판사는 "의결까지는 쉽지 않아 보인다"라며 "재판 결과뿐만 아니라 재판진행도 법관의 권한이다. 국민과 언론이 (판결을) 비판할 수는 있어도 부정한 동기의 개입 정황이 없는 한 동료 법관이 모여서 다른 법관의 재판에 대해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현직 판사는 "두 번째 안건은 논란이 커 법관대표회의에서는 첫 번째 안건에 대해 채택할지 여부가 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종적 입장이 정리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법관대표회의 측은 "상정된 안건은 회의에서 논의와 표결을 거쳐 원안, 수정안, 혹은 부결 등의 방식으로 처리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