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각종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좁혀졌다. 대선 전부터 민주당이 기대했던 '김나땡(김문수가 대선후보면 땡큐)' 기류와는 다른 흐름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긴장의 고삐를 다시 쥐게 된 민주당은 구(舊) 여권에 대한 정권 심판 메시지를 선명하게 부각하면서 김 후보를 고립시키는 전략에 재차 힘을 줄 전망이다.
이재명 독주 여전하지만 줄어든 여론조사 격차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0~21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2일 발표한 '대선 후보 지지도'를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응답률 9.5%) 결과 이재명 후보는 48.1%, 김 후보는 38.6%, 이준석 후보는 9.4%를 기록했다.
지난 14~16일 진행된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이재명 후보는 2.1%p 감소한 반면,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는 각각 3%p, 0.7%p씩 증가했다. 지난 18일 열린 첫 대선 TV 토론회 이후 이재명 후보와 김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14.6%p에서 9.5%p로 줄어든 것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9~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같은 날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46%, 김 후보가 32%, 이준석 후보가 10%를 각각 기록했다. 이 조사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p, 응답률은 26.7%였다.
지난주와 비교하면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3%p 떨어졌고,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의 경우에는 각각 5%p와 3%p 올랐다. 이재명 후보와 김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한 주 만에 22%p에서 14%p로 좁혀졌다.
두 조사 모두에서 이재명 후보는 소폭 하락세,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는 소폭 상승세를 공통적으로 보였다.
김문수의 '전략적 모호성'…샤이 보수층 결집했나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일각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샤이 보수층' 결집을 노린 김 후보의 전략이 먹혀든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후보는 대선 경선 때부터 윤 전 대통령의 거취 문제 등에 대해 애매한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본선 돌입 이후에도 12∙3 비상계엄에 대해서는 사과하면서도, 윤 전 대통령 탈당 문제는 "대통령 본인의 뜻"이라며 회피하는 입장을 유지했다.
지난 21일에도 윤 전 대통령 탈당이 선거에 도움이 될 것 같냐는 질문에 "크게 보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면서도 "많은 논란이 있고, 지지율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변수가 있겠지만"이라고 미묘한 조건을 달았다.
윤 전 대통령의 부정선거 의혹 관련 영화 관람을 두고도, 부글부글 끓었던 당내 분위기와 달리 김 후보는 "유권자 중 누구라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해명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며 오히려 윤 전 대통령을 간접적으로 두둔했다.
윤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것인지, 끌어안으려는 것인지를 좀처럼 종잡을 수 없는 행보다.
정치권에서는 김 후보가 강성 지지층이나 중도 성향의 지지층 중 어느 한쪽을 강하게 거스르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사이, 마음을 정하지 못했던 '샤이 보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무당층에서 김 후보 지지층으로 입장을 선회한 응답자들로 인해 지지율이 반등됐다는 것이다.
전열 다듬는 민주당…'내란 종식' 메시지 재강조
류영주 기자대선이 막판으로 향할수록 이재명 후보와 김 후보 간 격차가 좁아질 것이라는 예상을 해온 민주당은 '내란 종식' 전열을 재정비할 방침이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5개월 넘게 지나면서 다소 무뎌졌고, 공식 선거운동 국면에 접어들면서 각종 정책공약과 설화 등에 밀려 있던 '내란 위기감'을 윤 전 대통령의 재등판과 김 후보의 지지율 상승과 맞물려 다시 키워내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첫 대선 TV 토론회 직후 사흘간 수도권에서 유세를 벌였는데, 현장에서 '청산', '응징' 등 강경한 언어를 사용하며 정권심판론을 강조했다. 그는 전날에도 제주를 찾아 "이번 6·3 대선은 작년 12월 3일에 시작된 '세 번째 제주 4·3을 청산하는 과정'이라며 12·3 내란사태를 제주 4·3 사건과 연결지었다.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후보가 비상계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입장이 분명하지 않은 것 자체가 국민들이 보기에 적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비상계엄과 윤석열 파면에 동의하는 국민들이 60% 이상이기 때문에 대선 구도가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선의 큰 흐름은 내란 위기를 극복하고, 회복과 성장을 통해 대한민국을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후자는 공약을 통해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내란 종식' 메시지는 유세에서 표현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도 "유권자들이 선거 막판으로 다가갈수록 왜 조기 대선이 발생한 것인지 잠깐 잊어버릴 수 있다"며 "그런 부분을 다시 환기시키기 위해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내란 종식을 위한 선거라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