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교사 아내가 보여준 민원 전화 통화기록. 고상현 기자"제자들을 정말 사랑했던 남편인데…." 23일 제주도내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A 교사의 아내는 취재진을 만나 이같이 말한 뒤 오열하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학생 가족의 민원에 시달렸던 A 교사는 결국 전날(22일) 오전 0시 46분쯤 도내 한 중학교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재작년 7월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과 판박이다.
생활지도하자…시작된 집요한 괴롭힘
아내와 친척 등 유가족의 말을 종합하면 도내 한 중학교 3학년 담임이자, 부장이었던 A 교사는 새 학기가 시작된 올해 3월 초부터 학생 가족과의 갈등이 시작됐다. 한 학생이 학교에서 담배를 태우고 학교에 자꾸 무단으로 나오지 않자, A 교사는 해당 학생에게 생활지도를 했다고 한다.
학생이 학교에 나오지 않을 때마다 A 교사는 어떻게든 정학 등을 막아보려 진단서를 제출하라고 안내했다. 하지만 학생의 일탈 행위는 계속됐다. 급기야 이 학생의 누나가 A 교사에게 연락하기 시작했다. '왜 동생에게 뭐라고 하느냐'며 따지는 등 그때부터 집요한 통화가 시작됐다.
취재진이 유족을 통해 직접 확인한 통화 기록을 보면 학생 누나의 전화는 3월 5일부터 시작돼 이달 중순까지 이어졌다. 오전 7시 24분에 A 교사에게 전화 걸거나 자정 넘어서 전화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루에 많게는 10여 차례 전화를 걸기도 했다. 이 때문에 A 교사는 힘들어 했다.
A 교사 장례식장. 고상현 기자수시로 A 교사에 전화를 했던 학생 누나는 급기야 최근 제주도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아울러 학교에 찾아오겠다고 해서 A 교사는 며칠을 기다렸지만, 오지도 않았다. 극심한 스트레스 끝에 지난 19일 학교에 병가를 내겠다고 얘기했고, 사흘 뒤 야근을 하다 학교 창고에서 생을 마감했다.
A 교사의 아내는 "남편이 책임감이 강한 터라 졸업을 앞둔 학생을 걱정해서 정말 많이 노력했어요. 민원으로 힘들어도 집에서는 얘기도 안 했어요. 학생 누나가 전화 올 때도 나가서 받았어요. 이달 들어서는 밥도 제대로 못 먹고 그러다가 결국 남편이 하늘나라로 갔어요"라며 오열했다.
졸업한 제자들도 장례식장 찾아 추모
A 교사의 장례식장에는 졸업한 제자들부터 동료 교사까지 많은 사람이 찾아서 추모하고 있다. 생전에 제자들을 많이 아끼고 사랑했던 터라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다.
한 유가족은 "20년 교직 생활을 성실히 하고 제자를 사랑으로 품어서 그런지 어제 부고 소식을 들은 졸업한 제자들이 장례식장에 달려와서 많이 울었어요. 동료 교사들도 저녁 늦게까지 자리를 지켜줬어요. 다시는 A 교사가 겪은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라고 강조했다.
제주도교육청도 이날 교육청 앞마당에 A 교사 분향소를 설치했다. 분향소는 이날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운영한다. 주말인 24일과 25일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운영한다.
제주도교육청. 고상현 기자김광수 교육감은 입장문을 통해 "제주교육은 이 일을 계기로 더는 학교 현장에서 이러한 안타까운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교사와 학생들의 정서적인 안정을 위해 정서회복 지원에 최선을 다하고, 필요한 경우 전문가 상담과 심리치료 지원도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도 도내 중학교 교사 사망사건과 관련해 A 교사가 사망에 이르기까지 학생 가족의 괴롭힘 또는 협박이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입건 전 조사(내사)를 진행하고 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