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8일 서울 여의도 여의도공원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다. 윤창원 기자개혁신당 소속 이준석 대선(대통령 선거) 후보가 마지막 TV 토론에서 여성 성기를 언급하며 난데없는 성희롱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여성계는 물론 문화·언론을 포함해 시민사회가 깊은 우려를 표하며 대선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토론 직후인 27일 저녁 곧장 성명을 내어 "이준석 대통령 후보가 27일 지상파와 온라인 등에 생중계된 제21대 대선후보 3차 토론회에서 여성의 신체에 대한 폭력을 묘사한 표현을 질의를 빙자하여 그대로 내뱉었다. 이게 무슨 짓인가. 왜 유권자가 대선 토론을 보다 이따위 표현을 마주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대통령 선거 후보로서 시민 앞에 선 자리에서, 여성 시민에 대한 폭력과 비하의 표현을 그대로 재확산한 작태는 결코 용인될 수 없다. 그 의도가 어떠하였건 간에 오늘의 발언은 시민 모두에 대한 명백한 모욕이다. 사회자가 이를 제지하지 않은 것 또한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우리는 성평등, 인권, 존중은 고사하고 이준석 후보와 같은 작자가 우리 사회가 일구어온 최저선의 윤리마저 무너뜨리는 작태를 한 순간도 두고 볼 수 없다. 이준석 후보는 당장 대통령 후보직을 사퇴하고, 합당한 제재를 받아야 한다. 이준석 후보는 그 누구도 대표할 수 없다. 다시는 시민 앞에서 마이크를 쥘 엄두조차 내지 마라"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한국여성민우회를 비롯한 전국 124개 여성시민사회단체는 28일 오후 4시 서울 영등포구 여성미래센터 소통홀에서 'TV 대선후보 정책토론을 성폭력 재생산장으로 만든 이준석 대선 후보 사퇴 및 제명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최진협 민우회 상임대표는 "우리는 차별과 혐오를 등에 업고 대통령이 된 자가, 어떻게 나라를 망치고, 시민과 여성과 소수자의 인권을 망치는지 똑똑히 보았다. 이 선거는 그런 대통령을 탄핵하고 만들어낸 선거다. 그런데 또다시 대통령 되겠다고 나선 이준석이 윤석열과 똑같이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차별과 혐오의 언어를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한치의 부끄럼도 없이 내뱉고 있다. 이준석은 이번 한 번에 그친 실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준석은 끊임없이 차별과 혐오에 기생하여 혐오 세력의 인기에 영합하고자 폭력적이고, 반인권적이며, 공동체를 훼손하는 말들을 이어온 인물이다. 이준석이 원하는 것은 혐오 발언을 선동하여 정치적 논란으로 확대 재생산되어 만들어 낼 혐오세력의 동조와 그를 통한 권력 획책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여성영화인 모임은 28일 성명에서 "여성과 청소년을 포함한 모든 국민이 보는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이준석 후보가 입에 담은 성폭력 재현은 그 자체로 끔찍한 폭력이다. 그 심각성을 인지할 능력도 없이, 상대방 후보 공격을 위해 성폭력을 선정적으로 재현하는 질문을 준비해서 발화한 것만으로도 이준석 후보는 대통령 선거에 나설 자격이 없다"라며 대국민 사과와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다.
공권력감시대응팀·문화연대·블랙리스트 이후·사단법인 오픈넷·서울인권영화제·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인권센터·인권운동공간 활·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전국언론노동조합·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진보네트워크센터·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한국장애포럼 등 총 16개 단체가 참여하는 혐오와 검열에 맞서는 표현의 자유 네트워크(이하 '21조넷')도 성명으로 이 후보의 행태를 질타했다.
21조넷은 "이준석 후보가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언급한 그 발언은 정확히 남초커뮤니티 내 여성혐오 문화를 그대로 옮겨온 것에 불과하다"라며 "TV토론이라는 공론장에 들어와야 할 게 고작 '혐오'인가"라고 물었다.
"폭력과 혐오는 표현의 자유가 아니며, 폭력과 혐오가 확산하지 않기 위한 정부의 책임과 노력이 중요하다"라고 한 21조넷은 "중앙선관위가 관리하는 TV 토론에서, 그것도 대통령을 뽑는 토론에서 여성혐오 발언이 버젓이 나올 수 있는 건 누가 보더라도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선관위의 실책을 짚기도 했다.
언론을 향한 당부도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는 언론현업단체가 △2020년 1월 '혐오 표현 반대 미디어 실천 선언'을 통해 정치인 포함 사회적 영향력이 큰 인물의 혐오 표현을 더욱 엄격하고 비판적으로 다루겠다고 밝힌 것 △가짜뉴스나 왜곡된 정보 기반 혐오 표현는 철저하게 팩트체크를 거쳐 보도하겠다고 한 것 △언론노조 젠더보도 가이드라인에서 성차별적 표현의 직접 인용이나 젠더 기반 폭력 범죄의 폭력 양상을 과하게 상세 묘사하는 데 신중해지라고 권고한 것을 들어, "이준석 후보의 성희롱 발언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다시금 시민의 고통이 증폭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다"라고 전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이준석 후보는 명백한 언어 성폭력을 업무상 피할 수 없었던 방송노동자들에게 즉각 사과하라. 또한 방송 토론이라는 공적 공간에서 전 국민에게 가한 언어폭력을 반성하고, 오직 정략적 의도로 언어 성폭력을 저지른 이준석 후보는 즉각 사퇴하라"라고도 촉구했다.
이 후보는 27일 진행한 TV 토론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에게 "민주노동당 기준으로 어떤 사람이 여성에 대해 얘기할 때 '여성의 성기나 이런 곳에 젓가락을 꽂고 싶다' 이랬다면 이건 여성 혐오에 해당하느냐고 질문했다. 권 후보는 질문 취지를 모르겠다며 답변을 거부했으나 이 후보의 혐오 발언은 이미 전파를 탄 뒤였다.
대선 토론과 무관한 저급한 발언으로 비판이 계속되자, 이 후보는 다음 날인 28일 서울 여의도공원 유세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그걸(TV 토론) 보면서 불편할 국민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고, 그에 대한 심심한 사과를 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