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는 지난달 21일 미니 3집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을 발매하고 활동했다. ATRP 제공두 번째 미니앨범 '스트로베리 러시'(Strawberry Rush) 발매 기념 라운드 인터뷰 당시 츄는 아직 음악적으로는 인지도가 부족하다며 본업인 가수로서의 모습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발매된 미니 3집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Only cry in the rain)은 10개월 만의 신보다.
잊고 지냈던 감정을 되돌아보고 그것들이 지금의 나를 이루는 일부였음을 이야기하는 이번 앨범에는 총 5곡이 수록됐다. 앨범명과 같은 타이틀곡은 뉴웨이브를 기반으로 한 몽환적인 신스팝 사운사운드에 '비 오는 날만큼은 감정에 솔직해도 괜찮다'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경쾌한 리듬 속 멜랑콜리한 정서를, 츄만의 음색과 감정으로 표현했다.
CBS노컷뉴스는 츄의 세 번째 미니앨범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을 조금 더 구석구석 뜯어보기 위해 소속사 ATRP 김진미 대표에게 앨범 제작기를 들어보았다. 김 대표는 이번 앨범의 기획부터 곡 수급, 녹음, 다양한 프로모션까지 전 과정을 총괄했다. 인터뷰는 지난 5일 서면으로 이루어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1. 타이틀곡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은 '비 오는 날만큼은 감정에 솔직해도 괜찮다'라는 메시지를 담은 곡입니다. 눈물 흘리는 아스키 아트 형식의 앨범 표지, 눈물 흘리는 움직임을 표현한 하이라이트 메들리 등으로 유추하면 무거운 정서의 곡 같은데 신스팝 장르라 그런지 예상보다 편안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준비한 이유가 있나요?김진미 대표 :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은 겉으로 보기엔 한없이 멜랑콜리하고 정적인 감정에서 출발한 곡이지만, 저는 오히려 그 안에서 작은 반전을 주고 싶었습니다.
사람들이 '감정'이라는 단어에서 먼저 떠올리는 건 흔히 무겁고 조용한 슬픔이죠. 하지만 실제 감정은 단일하지 않아요. 때론 눈물 속에도 묘한 자유로움이 있고, 슬픔 속에서 이상하게 해방감을 느끼는 순간도 있죠. 저는 바로 그 모순적 감정의 진실을 담고 싶었습니다.
츄는 10개월 만에 새 미니앨범을 발매했다. ATRP 제공그래서 사운드적으로는 신스팝 특유의 경쾌함과 몽환성을 가져왔고, 그 위에 훨씬 더 내밀하고 조용한 감정선을 얹었어요. 일부러 리듬은 움직이게, 감정은 잔잔히 가라앉게 했습니다. 듣는 분들이 "생각보다 밝네?" 하면서도, 가사를 되짚으며 감정의 뒷면을 한 번 더 귀 기울이게 되는 구조를 의도한 거죠. 마치 흐린 날의 거리에서 혼자 걷고 있을 때, 이어폰 속 음악처럼 명랑하지만 외로운, 밝지만 흐릿한 그 묘한 '이중의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저는 음악을 '감정의 시퀀스'라고 생각해요. 시간 위에 감정을 배치하고, 이미지가 흐르는 순서처럼 음악도 서사로 작동하니까요. 아스키 아트 형식의 첫 번째 티저는 감정을 인식하기 전의 '기호화된 정서'를 암시했고, 하이라이트 메들리에서 눈물은 감정이 점점 실체를 갖기 시작하는 움직임의 시점이었어요.
그 흐름 마지막에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은 단순히 슬픈 노래가 아니라, 슬픔을 감추지 않고 마주하는 용기를 이야기하는 곡이에요. 무겁게 가라앉는 대신, 감정을 안고도 앞으로 걸어갈 수 있도록 하는 마음이 이 곡의 사운드 안에 담겨 있어요. 무엇보다 이 곡은 처음 들을 때보다 두 번째, 세 번째 들었을 때 더 마음에 남는 노래였으면 좋겠고 음악으로 전하고 싶은 가장 큰 반전이자, 여운이에요.
2.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이 타이틀곡이 된 이유가 있을까요?
김진미 대표 : 타이틀을 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이번 앨범에서 아티스트가 어떤 색으로 시작해야 할지에 대한 감각이에요. 어떤 곡은 멜로디보다 먼저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고, 그 이미지가 아티스트와 자연스럽게 겹쳐질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비로소 "이번에는 이 색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면 좋겠다"라는 확신이 들고, 그때 타이틀이 정해집니다.
처음 이 곡 가이드를 듣고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원하는 장면의 톤이 펼쳐졌고, 그 장면은 디지털보다 훨씬 불완전하고 흔들리고 빛이 번지는 아날로그 감도로 느껴졌습니다. 저는 그 결이 오히려 더 정직하고 생생하게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고 확신했고,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은 그런 결을 가진 곡이었어요. 완벽하지 않지만 청춘의 감정과 너무 닮아 있었고, 이 곡 위에 츄라는 아티스트의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겹쳐졌습니다.
츄는 비타민 같은 밝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로 알려져 있지만, 그 안에는 훨씬 더 복합적이고 섬세한 감정의 층위가 존재하는 아티스트입니다. 저는 이번 타이틀이 그런 츄의 입체적인 감정 세계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했고, 지난 앨범부터 이어온 서사와도 자연스럽게 닿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 곡은 단순한 음악이 아닌, 음악과 영상, 시각과 청각이 하나의 내러티브가 되는 작업으로 확장돼야 했습니다. 이 앨범의 주제를 감정적으로 봉인하고 해제하는 핵심 문장이자 청춘의 클로징 신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이 우리의 마음 어딘가에 남아 정각이 되어야만 울리는 뻐꾸기처럼 누군가의 감정을 조용히 대신 울려주는 한 장의 필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츄 공식 트위터3. 눈물에서 뻐꾸기가 등장하고 노래 가사에도 '뻐꾹'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안무에도 큰 시계를 표현하는 동작이 있어서 유기적이라고 느꼈습니다. '뻐꾸기'가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에서 중요한 소재가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김진미 대표 : 서지음 작사가님과의 작업은 오마이걸(OHMYGIRL) 시절부터 쌓아온 긴 인연이 있어요. 늘 그랬듯 이번에도 단순한 콘셉트 설명을 넘어서, '곡의 정서에서 느껴지는 숨은 결'을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하울'(Howl)에서 감정을 처음 외쳤다면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은 그 감정을 조용히 끌어안는 앨범이기 때문에, 감정을 터뜨리는 가장 작은 신호를 찾는 게 중요했습니다.
가사가 도착하고 '뻐꾹'이라는 단어를 처음 읽는 순간 앨범의 전체 결이 갑자기 정리되는 경험을 했어요. 마치 정각이 되어서야 울리는 작은 뻐꾸기처럼 울어도 되는 시간, 허락받은 감정의 순간이 이 단어 하나에 집약돼 있었거든요.
'뻐꾸기 시계'는 그 자체로 시간, 감정, 기다림, 울음이라는 테마를 모두 포괄할 수 있는 아주 강력한 시각적 모티브였습니다. 그래서 뮤직비디오, 티저 이미지, 앨범 비주얼, 안무까지 모두 '정각' '울음' '시간의 흐름' '허용된 감정'이라는 테마를 따라 유기적으로 설계하게 되었어요.
특히 안무에서는 커다란 시계를 가리키는 제스처나, 정각을 표현하는 동작, 그리고 츄의 또 다른 자아처럼 보이는 댄서 움직임이 '감정이 깨어나는 순간'을 상징적으로 담고 있어요. 청춘은 늘 무언가를 '참고 있는 시간'이고 우리는 이 앨범을 통해 그들이 울어도 괜찮은 정각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4월 21일 발매된 츄 미니 3집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 뮤직비디오 콘셉트 사진. ATRP 제공4. 타이틀곡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 뮤직비디오는 츄씨가 솔로 데뷔 후 처음으로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찍은 뮤직비디오입니다. 어떤 내용을 담고 싶었는지, 스토리텔링 뮤직비디오여야 했던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김진미 대표 :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 뮤직비디오는 전통적인 스토리텔링보다는, 기억이 사라져 가는 방식 자체를 감정으로 기록하는 작업에 가까웠습니다. 뮤직비디오의 3분이라는 러닝타임 안에 서사를 명확히 제시하기보다, 우정과 사랑의 경계 위에 선 청춘들의 감정이 잊히고, 번지고, 스쳐가는 흐름을 단편적인 장면들과 감정의 파편들로 구성하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접근을 위해 디지털 대신 16㎜ 필름 촬영을 선택했습니다. 자연광의 톤, 따뜻한 입자감, 불완전함이 지닌 온기를 그대로 담아낼 수 있는 매체였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마치 청춘의 감정처럼 선명하지 않아도 진실된 무엇을 전해준다고 믿었습니다.
특히 이번 작업에서는 '감정을 연기하지 않는 것'을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았어요. 카메라 앞에서 울고 있는 장면이나 표정이 무너지는 순간조차 미리 짜여진 연기가 아닌, 감정이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진짜 흔적처럼 포착하고자 했습니다. 살수차로 촬영 당시 날씨는 꽤나 추웠고, 밝은 성격의 츄가 감정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현장 스태프 모두가 분위기를 도우며 함께 만든 컷들이라 더 특별하게 기억됩니다.
결국 이 뮤직비디오는 하나의 완결된 서사보다도 한 롤의 필름처럼 천천히 현상되는 감정의 편집본 혹은 작고 조용한 청춘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남기를 바랐습니다. 청춘의 불완전함과 아름다움은 어쩌면 그 '흐름' 자체에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츄가 무대의상을 입고 포즈를 취하는 모습. 츄 공식 트위터5. 타이틀곡 안무와 퍼포먼스 구성에서 신경 쓴 점은 무엇인가요?
김진미 대표 :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하나의 이야기처럼 흐르는 안무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히 개별 동작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감정이 이어지고 서사가 축적되는 움직임, 그러니까 감정의 파동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하나의 짧은 영화처럼 느껴지는 퍼포먼스를 목표로 삼았습니다.
최영준 안무가님과는 과거 '숲의 아이' 작업을 함께하며 쌓아온 이야기로서의 안무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고, 이번에도 그 연장선 위에서 출발했어요.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에서도 안무를 만드는 과정은 단순히 '멋진 동작'을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비 오는 날, 정각에 맞춰 울려퍼지는 감정"이라는 키워드를 얼마나 움직임으로 서사화할 수 있을지를 중심에 두고 풀어나갔습니다.
퍼포먼스 안에는 여러 감정적 모티브가 상징적으로 녹아 있어요. 정각을 가리키는 시계 안무, 뻐꾸기 울림을 형상화한 제스처, 빗물과 눈물을 닮은 흐름, 그리고 함께 무대 위에 서는 댄서들이 츄의 또 다른 자아처럼 등장하며 시간과 기억, 감정이 교차하는 장면을 시각적으로 완성해냈습니다.
단순한 안무가 아니라, 비 오는 어느 날, 한 소녀가 조용히 감정을 꺼내어 마주하는 순간 그 서사를 몸으로, 표정으로, 시선으로 따라가게 만드는 내러티브 중심의 퍼포먼스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까지 단 한 순간의 동작도 그저 소모되지 않고 하나의 기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구성한 퍼포먼스였어요.
6. '쇼! 챔피언' 무대에서 교복을 입고 가방을 멘 모습이 콘셉트 사진으로 공개된 무드와는 조금 달랐는데,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 의상과 스타일링 부분에서 신경 쓴 부분이 궁금합니다.김진미 대표 : 스타일링을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청춘'이라는 감정의 결을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방식이었어요. 제가 말하는 청춘은 단순히 특정한 나이나 시기를 의미하지 않아요. 누군가에게는 10대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20대 혹은 지금 이 순간에도 마음 한편에 여전히 남아 있는 젊은 감정의 단면일 수 있죠. 그래서 콘셉트 사진에서는 연령을 한정 짓지 않고, 그 감정이 머물 수 있는 다양한 시간대의 무드와 색감을 담아내려고 했습니다.
반면, 방송 무대 위에서는 조금 더 직관적인 상징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쇼! 챔피언' 무대에서 보여드린 교복과 백팩 스타일은 단지 학생을 표현하려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가슴 한켠에 간직하고 있는 청춘의 순수함을 소환하고 싶어서였어요. 츄가 백팩을 메고 노래를 부를 때 그 모습이 관객에게 단순한 과거의 재현이 아닌, 각자의 마음에 남아 있는 청춘의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장치가 되길 바랐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