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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 청아한 목소리로 소리의 질감을 조율하는 아티스트[EN:박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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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상품 개봉을 뜻하는 '언박싱'(unboxing)에서 착안한 'EN:박싱'은 한 마디로 '앨범 탐구' 코너입니다. 가방을 통해 가방 주인을 알아보는 '왓츠 인 마이 백'처럼, 앨범 한 장에 담긴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살펴보는 '왓츠 인 디스 앨범'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만들고 표현하는 사람들의 조금 더 풍부한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편집자 주]

츄 미니 3집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 제작기 ② 음악 편

지난달 21일 미니 3집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을 발매한 가수  츄. ATRP 제공지난달 21일 미니 3집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을 발매한 가수 츄. ATRP 제공
그룹 시절에도 개인 싱글을 발매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츄. 본격적으로 솔로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23년 10월 첫 미니앨범 '하울'(Howl)을 발매하면서부터다. 지금의 소속사 ATRP로 옮기고 나서 첫 앨범이라 더욱 관심이 쏠렸던 츄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평소 이미지와 180도 다른 타이틀곡을 가지고 왔다.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는, 방송에서 만나는 츄의 목소리는 높고 밝다. 그러나 노래할 때 츄는 예상 밖의 음색을 들려준다. 지난달 21일 발매된 미니 3집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Only cry in the rain)에서는  다양한 장르와 정서를 가진 5곡을 능숙하게 소화했다.

CBS노컷뉴스는 츄의 앨범 작업 전반을 총괄하는 소속사 ATRP의 김진미 대표로부터 이번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 제작기를 들어보았다. 지난 5일 진행한 서면 인터뷰를 통해, 김 대표는 앨범은 물론 츄라는 아티스트에 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했다.

일문일답 이어서.

1. '감정'에 집중하는 앨범을 만들자는 방향성을 잡고, 거기에 맞는 음악을 모으기 시작했는지 아니면 앨범 수록곡이 먼저 정해지고 그 안에서 공통된 방향성을 잡았는지 순서가 궁금합니다.

김진미 대표 : '감정'이라는 주제를 먼저 설정하고 출발한 작업은 아니었어요. 소리에 먼저 반응하는 방식으로 시작했습니다. 어떤 곡이 츄라는 아티스트의 목소리와 가장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을지, 어떤 음악이 '비타민' 이미지를 넘어선 츄의 다음 챕터를 보여줄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곡을 수집해 나갔어요.

멜로디와 리듬의 질감이 첫 번째 단서였습니다. 어떤 곡은 리듬 자체가 감정의 파동처럼 다가왔고, 어떤 곡은 코드 하나에서 마음이 서늘해지는 순간이 있었죠. 그렇게 모인 곡들은 마치 서로 다른 '장면'을 가진 트랙 같았고, 그 장면들에 담길 감정의 서사를 상상하며 가사를 쓰고 쌓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츄의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은 '스트로베리 러시' 이후 7개월 만에 나온 신보다. 츄 공식 트위터츄의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은 '스트로베리 러시' 이후 10개월 만에 나온 신보다. 츄 공식 트위터
앨범 제목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 역시, 이미 모은 곡의 공통적인 정서를 하나의 문장으로 붙잡으려는 시도에서 나왔어요. '비 오는 날' 이라는 설정은 감정을 꺼내기에 가장 조용하고 솔직해질 수 있는 '허락된 순간'이자, 감정이 정각처럼 울리는 비유적 장치였죠.

결국 이 앨범은 처음부터 명확한 주제를 향해 달린 것이 아니라, 음악이 먼저 이야기를 데려오고, 그 위에 감정이 조용히 머무르게 된 과정에 가까웠습니다. 그래서 더 솔직했고, 더 자연스러웠다고 생각해요. '감정'이라는 주제는 애초부터 기획된 정답이 아니라, 트랙 하나하나를 들으면서 떠오른 질문이자, 나중에 도착한 답변이었어요.

2. 전작 '스트로베리 러시'보다 곡의 장르나 전반적인 분위기가 조금 더 세련되고 성숙해진 느낌입니다. 이번 앨범에 실린 곡 수록 이유와 자랑하고 싶은 점을 들려주세요.

김진미 대표 : '백 인 타운'(Back in Town)은 곡을 듣자마자 마치 하나의 장면처럼 이미지가 먼저 떠올랐어요. 첫사랑을 우연히 다시 마주한 듯한, 익숙하지만 낯설고 아찔한 설렘을 단 하나의 공간에 가득 채우고 싶었죠. 실제로 타이틀곡 뮤직비디오 촬영이 끝난 지 3시간 만에 이 곡의 영상도 촬영에 들어갔을 만큼, 강한 영감이 있었던 곡이에요. 리드미컬한 기타와 펑키한 베이스라인, 그루비한 리듬감이 츄라는 아티스트의 또 다른 매력을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어서 특히 애착이 깊습니다.

'키스 어 키티'(Kiss a Kitty)는 츄의 새로운 가능성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곡이에요. 싱잉 랩이라는 포인트 자체가 이전까지의 츄에게서 본 적 없는 시도였기 때문에 제작자 입장에서도 매우 도전적이고 흥미로운 작업이었습니다. 츄 특유의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에너지가 통통 튀는 구성 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듣는 순간 기분 좋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감각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여러 장르적 색깔을 유쾌하게 오가는 츄의 표현력이 리스너들에게도 신선하게 다가갈 거예요.

'쥬뗌므'(Je t'aime)는 츄의 음색과 감성이 가장 진하게 드러나는 곡입니다. 드림 팝 장르의 포근하고 몽환적인 결 위에 빈티지 기타 사운드가 츄의 투명한 보컬을 감싸주면서, 마치 사랑을 처음 고백하듯 부드럽고 조심스러운 감정을 만들어 냅니다. 반복되는 "쥬뗌므"라는 후렴은 청자에게 말이 아니라 감정으로 남게끔 설계했기 때문에, 녹음 시 숨결 하나까지 디테일하게 담아내는 데 집중했어요. 츄만이 표현할 수 있는 사랑의 온도와 음색의 섬세함을 가장 섬세하게 담아낸 트랙이라고 생각합니다.

'노 모어'(No More)는 가장 도전적인 트랙 중 하나였습니다. 마칭 드럼과 중저음 베이스 중심의 구성은 기존 팝 곡과는 다른 전개를 만들어내고, 여기에 츄의 섬세한 감정 조절과 탄탄한 가창력이 더해져야만 완성도 있게 살아날 수 있었어요. 지난 앨범에 수록될 뻔했지만, 당시에는 아직 다 담지 못한 감정이 있다는 판단에 보류했고, 이번 앨범에서 충분한 재정비를 거쳐 재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노 모어'는 더 이상 타인에게 사과하지 않고 스스로의 감정과 가치를 인정하는, 청춘의 당당한 성장 서사이기도 해요. 무엇보다 곡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가장 또렷하게 살아 있는 곡이라 많은 분들이 집중해서 들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 앨범에는 총 5곡이 수록돼 있다. ATRP 제공'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 앨범에는 총 5곡이 수록돼 있다. ATRP 제공
3. '백 인 타운'과 '키스 어 키티'에서는 싱잉 랩이 들어갔습니다. 특히 '키스 어 키티'에서는 싱잉 랩 비중이 상당히 높던데 이런 시도를 한 이유와 만족도가 궁금합니다.

김진미 대표 : '키스 어 키티'를 처음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츄만이 표현할 수 있는 리듬감과 무드였어요. 사실 처음에는 워낙 맑고 선명한 보컬톤을 가진 아티스트이다 보니, 리듬을 타는 싱잉 랩 파트에서 다소 어색하게 들리거나 곡의 무드를 해치진 않을까 우려도 있었죠. 하지만 그런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저는 늘 새로운 츄를 믿고 기다리는 편이었으니까요.

'키스 어 키티'는 밝고 장난스럽고 사랑스러운 에너지가 중요한 곡인데, 츄 특유의 맑고 발랄한 이미지야말로 이 싱잉 랩의 마지막 퍼즐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기대 이상으로 리듬과 발음을 섬세하게 살리면서도 본인의 보컬 톤을 잃지 않았고, 곡의 밝은 무드를 오히려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줬어요.

그 덕분에 이 곡은 마치 아기 고양이가 장난치듯 뛰어노는 생동감을 얻게 되었고, 독보적인 감정선과 캐릭터가 명확히 드러나는 트랙이 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억지로 감정을 연기하지 않고, 본연의 색채를 싱잉 랩이라는 형식 안에 자연스럽게 담아낸 덕분에 이 시도는 단순한 도전을 넘어 앞으로 츄가 펼쳐나갈 음악적 가능성의 중요한 힌트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4. 이번 앨범을 두고 '기대 이상' '곡 수급을 잘했더라' 등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 걸 봤습니다. 앨범 수록곡을 고를 때 가장 고려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김진미 대표 : 단순히 '좋은 곡'을 모으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 곡이 아티스트 '츄'를 얼마나 자연스럽고 입체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가, 그리고 츄라는 사람이 이 음악 안에서 진심을 담아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훨씬 중요했습니다.

한 곡 한 곡이 독립적으로 매력적이어야 하는 건 기본이지만, 그 곡들이 모였을 때 하나의 감정선, 하나의 흐름, 나아가 "아, 이 사람은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구나"라는 정서적 공감이 자연스럽게 전해지는 것이 핵심이었죠.

츄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 콘셉트 사진. ATRP 제공츄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 콘셉트 사진. ATRP 제공
곡을 고를 때도 멜로디나 장르적 다양성은 물론 가사와 츄의 음색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어우러지는지, 또 노래를 들었을 때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츄'라는 인물이 그려지는지를 아주 중요하게 봤습니다.

단순히 좋은 곡을 넘어서 츄가 살아 숨 쉬는 노래를 고르자. 그런 기준을 세우고 곡 수급부터 앨범의 완성까지 일관되게 지켜온 방향성이 다행히 이번 앨범의 반응 속에서도 조금씩 전달되고 있는 것 같아 감사한 마음입니다.

5. '가수' 츄씨의 강점과 잠재력을 짚는다면요? 혹은 이번 앨범에서 두드러진 장점을 강조해도 좋습니다.

김진미 대표 : 츄의 보컬에서 가장 인상적인 강점은 단연 '청아함 속에 담긴 감정의 스펙트럼'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밝다'거나 '맑다'는 음색은 하나의 고정된 캐릭터로 인식되기 쉬운데, 츄는 이번 앨범을 통해 그러한 선입견을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맑음이라는 기본 톤을 유지하면서도, 곡마다 다른 색조와 감정의 결을 세밀하게 조율해낸 점이 돋보였어요.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츄가 곡의 분위기와 메시지에 따라 감정의 '젖음(wet)' 정도를 미세하게 조절하며 보컬의 질감을 표현해냈다는 점입니다. 빈티지하면서도 몽환적인 리버브톤을 통해 따뜻한 감성을 극대화하기도 하고, 리드미컬하고 톡톡 튀는 감정선으로 츄 특유의 사랑스러움을 유쾌하게 풀어내기도 했습니다.

츄는 단순히 '맑은 목소리'에 머무르지 않고, 그 위에 다양한 온도와 감정의 결을 덧입혀 나가는 섬세한 표현력을 지닌 아티스트예요. 보컬리스트로서 매우 어려운 과제인 '톤의 입체화'를 자연스럽게 소화해낸 이번 앨범은 츄가 가진 음악적 가능성과 표현력을 새롭게 조명하게 만든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21일 발매된 츄의 미니 3집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 앨범 표지. ATRP 제공지난달 21일 발매된 츄의 미니 3집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 앨범 표지. ATRP 제공

6. 츄씨는 청음회에서 이번 앨범을 두고 "제가 들려드리고 싶은 단어와 문장들이 너무 가득 들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표님은 이번 앨범 곡 가사 중 어떤 것을 다른 사람과 가장 나누고 싶은가요?

김진미 대표 : 개인적으로는 타이틀곡 메시지도 정말 좋아하지만, 수록곡 '쥬뗌므' 안에 담긴 이 한 구절이 유독 오래 남습니다.

"잔잔한 바람처럼 평온해 / 시간의 흐름처럼 익숙해 / 사소한 일상처럼 당연해"
"넌 뭔 말인지 알지 / It's just word like that"

긴 설명도, 복잡한 말도 필요 없이 그냥 "알아"라고 웃어주는 것 같은 확신을 주는것 같은 이 부분을 좋아해요. 사랑이란, 어떤 순간엔 말보다 먼저 마음이 도착하는 감정이니까요. 복잡한 설명도 없이 "넌 알지"라고 웃어주는 듯한 그 말투, 그 믿음에서 오는 확신은 때로 어떤 고백보다 더 깊은 울림을 줍니다.

저는 이 가사가 단순히 연애에 대한 문장을 넘어,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감정의 본질 서로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연결감에 대한 이야기라고 느꼈어요. 뜨겁고 격정적인 감정보다 더 진하게, 더 오래 남는 건 오히려 그런 익숙하고 당연한 사랑이라는 감각이 아닐까요. 특히 츄가 넌 뭔 말인지 알지 하면서 무심하게 부르는 그 멜로디를 좋아합니다.

이 문장은 이번 앨범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 청춘의 불안, 흐릿한 기억, 조용한 성장 그 한가운데를 꿰뚫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결국 바라는 건 누군가의 거창한 해답이 아니라, "너의 감정을 알아"라고 조용히 건네주는 한 문장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이 가사는 이번 앨범 정서와도 가장 깊게 맞닿아 있는 메시지라 생각해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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